[227호-5] KBS 재난방송 분석(1) 발생에서 첫 특보까지
[227호-5] KBS 재난방송 분석(1) 발생에서 첫 특보까지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9.04.18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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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재난방송 분석 (1)

발생에서 첫 특보까지

 

재난방송 전환시기 ‘실기’


고성 산불이 발생한지 40분인 19:58 본격적인 주민 대피가 시작됐다. 재난 당국의 초동조치는 상당히 신속했다. 처음부터 불길 확산의 속도가 예사롭지 않았다는 말이다. 19:51 산불 대피 문자가 발송되고 동시에 주민들이 안전지대로 대피하기 시작했다. 20:23에는 인접 시도(서울, 경기, 충북)의 소방력을 동원하는 소방대응 2단계가 발령됐고, 21:10에는 고등학교 기숙사까지 불길이 덮치며 피해가 커졌다. KBS도 뉴스9에서 3차례 기자와 주민을 연결하며 주민 대피소식을 비롯해 긴박한 상황을 전했다. 21시를 전후해서 속초 지역 주민들의 제보 전화도 잇따랐다.

재난 당국의 상황보고서에 따르면 21:30까지 대피한 주민이 542명에 이른다. 21:44에는 사상 초유의 전국 총동원령인 소방대응 3단계가 발령됐다. 그야말로 사력을 다한 총력 대응이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볼 때 최소한 뉴스9에 이어 22:00부터 정규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본격적인 재난방송 특보 체제로 돌입했어야 했다.

하지만 KBS는 22:00 예정된 프로그램을 그대로 내보냈다. 22:53 첫 특보를 열었지만 10여분 만에 마치고 정규편성인 <오늘밤 김제동>을 방송했다. 불은 초속 20미터가 넘는 거센 바람을 타고 도깨비불이 되어 산을 넘었다. KBS는 23:25 결국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재난방송특보로 전환했다.

재난방송의 핵심이 피해 현장의 중계가 아닌 신속한 정보의 전달과 피해 예방이라고 봤을 때, 골든타임을 놓친 뼈아픈 ‘실기’였다.

KBS 재난방송매뉴얼은 재난방송을 3단계로 나누고 있다. 1단계는 정규뉴스에서 재난 뉴스를 반영하고 자막과 스크롤을 넣는 것이고, 2단계는 스크롤 방송과 뉴스특보를 하는 것이다. 최종 3단계는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전면 재난 특보로 전환한다. 매뉴얼은 단계별 대응이 원칙이지만 위중할 때는 1,2단계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3단계 방송을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번 강원도 산불의 확산 추이와 주민 대피 상황 등을 고려했을 때 22:00 정도에는 최종 3단계가 시행됐어야 한다. 단계별 재난방송 절차를 따랐다는 해명은 궁색할 따름이다.

 

당국의 재난 정보와 KBS 재난방송 연동 안돼

 

재난방송 시기를 놓친 것은 제대로 판단을 내리지 못한 보도책임자의 리더십이 첫 번째 문제다. 하지만 리더의 개인적 자질 이외에 살펴봐야할 것이 ‘정보’다. 산불 재난문자가 발송된 것은 19:51이다. 하지만 KBS 춘천·강릉방송국이 재난 자막을 방송한 것은 1시간 뒤인 20:53. 초기 정보 전달이 피해 예방의 관건이건만 KBS의 재난방송시스템은 재난정보와 전혀 연동돼 있지 않다. 기자의 개인적인 취재 역량 혹은 연합뉴스와 같은 타 매체의 보도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렇게 취득된 정보는 한 발 늦을 뿐만 아니라 정확성에 있어서도 신뢰도가 떨어진다. 재난당국과의 실시간 정보가 공유되지 않으면 제대로 된 재난방송을 할 수도 없고,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기도 어렵다. 무늬만 재난방송주관 방송사일 뿐 다른 매체와 차별이 없는 셈이다.

소방청, 기상청, 경찰청, 산림청, 해양경찰청, 지방자치단체, 안전행정부, 그리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청와대에 이르기까지 재난상황을 판단하고 관련 정보를 전파하는 모든 재난당국과 KBS의 재난정보시스템이 유기적으로 연동돼야한다.

KBS는 방송통신발전기본법 상 재난방송 주관방송사다. 강력한 법적 의무를 지고 있다. 그에 걸맞게 정부와 재난당국에도 KBS가 독보적이고 효율적인 재난방송을 할 수 있도록 정보제공을 요구하고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뒤늦은 기사와 컨트롤타워

 

고성 산불 1보 단신은 20:02. 그리고 두 번째 텍스트 단신은 22:02에 작성됐다. 산불이 확산하고 수백 명의 주민들이 대피하고 소방 대응 3단계가 발령된 그 긴박한 2시간 동안 KBS에는 기사가 없었던 것이다. 그 사이 유일한 기사는 9시 뉴스 연결용 원고 뿐. 보도의 기본인 정제된 텍스트 기사를 작성하지 못했고 이후에 작성된 기사들도 다양한 정보를 담지 못하거나 한참 뒤쳐진 팩트들이 담겼다. 정보의 부족과 효율적인 업무 분담의 실패, 그리고 컨트롤 타워의 리더십 부재 등 여러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얽혔다.

대형 재난시에는 사회부, 재난방송센터, 네트워크, 정치부, 세종 등으로 파편화된 취재·기사 작성체계를 보다 일원화·체계화하고, 정보 수집과 기사 작성, 영상 촬영, 데이터 정리 등 기자와 스텝들의 역할도 분명하게 지정돼야 한다. 또한 뉴스특보나 재난방송시 효율적인 업무 수행을 위해 보도정보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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