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8호-2] 광장의 촛불 시민들이 묻고있다.
[228호-2] 광장의 촛불 시민들이 묻고있다.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9.06.03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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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의 촛불 시민들이 묻고있다.

 

“무엇이 달라졌나?”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어디로 갈 것인가”

 

  KBS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싸늘하다. 봄이 지나 여름으로 가는 문턱이지만 외부의 시선은 겨울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칭 애국보수의 시선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야 늘 그랬으니 개의치 않는다. 태극기와 성조기 흔들며 쏟아내는 그 비언어와 비논리는 논할 가치조차 없다. 문제는 그 싸늘한 시선의 출발점이 지난 2017년 광장을 채웠던 시민들이라는 것이다. 촛불 들고 민주주의를 외쳐 대한민국을 바꿨던 그들이라는 것이다. 지금 그 시청자들이 우리를 향해 묻고 있다. 지금 너희는 어디로 가고 있느냐고?

  하지만 그 질문에 대해 우리의 답변은 어떤가? 단호하게 “현재 우리는 변화하고 있으며 그 방향은 옳다” 고 답변하지 못한다. 오히려 일부에서는 질문의 순수성을 탓한다. 혹시 그 질문의 목적이 “KBS가 문재인 정부를 위해 일해야 한다고 주문하는 것이냐?”고 의심하기도 한다. ‘진영논리에서 나온 질문’이라고 치부하기도 한다. 그래서 답변할 이유가 없는 것 아니냐고도 한다. 무엇이 잘못된 것인가? 질문인가, 아니면 답변인가?

  지금 우리 내부는 질문을 탓하고 있다. KBS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질문이라고. 혹은 사정을 잘 몰라서 하는 말이라고. 그래 서 답변하기 곤란하다고 단정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질문자가 누구인가? 우리는 늘 외쳤다. “KBS의 주인은 시청자” 라고... 그렇다면 답해야 한다. 우리의 주인이 묻고, 경고하고, 질책하고 있다. 대한민국을 바꿔낸 촛불시민들이 묻고 있다 “ KBS는 응답하라”고...

  우리에게 답변을 거부할 권한은 애초부터 없다. KBS의 주인은 국민이고, 국민이 묻고 있기 때문이다. 답변은 우리의 선택이 아니라 의무다.

  내부로 돌아오자, 답변할 준비는 되어있는지 돌아보자.

  혼돈이다!
  주장이 넘쳐나지만 경청의 자세는 찾기 힘들다.
  주장도 경청도 선택하지 않은 자들은 침묵하고 냉소한다.
  모두가 위기라고 말하지만
  “내가 위기를 해결하겠다.”는 선수는 보이지 않는다.

  반면에 푸념이나 얄팍한 현상 진단을 하는 꾼들은 넘쳐난다. 차라리 냉소보다 못하다. 전염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러다보니 ‘일상의 위기’를 넘어 이제는 아예 ‘위기의 일상화’다. 위기는 곳곳에서 찾기 쉽다. 주변을 돌아보라. 자신이 앉아 있는 곳 주변 몇 미터만 봐도 위기의 징후가 있지 않은가?

  모두가 다 아는 몇 가지만 거론하자. KBS뉴스의 시청률은 가랑비에 옷 젖듯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 이제 평일에도 종종 한자리수를 기록한다. 지난해만 해도 16%를 넘은 날이 1월부터 5 월까지 7일이었는데 올해는 같은 기간 단 하루도 16%를 기록 하지 못했다.

  누군가는 KBS뉴스가 정부여당을 비판하지 못하고 야당 권력에만 칼을 들이대니 불공정하다고, 그래서 시청자가 떠나가는 거라고 주장한다. 거론할 가치조차 없는 황당한 주장이니 그냥 무시 하자. 반박하기도 귀찮다. 그렇다면 원인은 무엇인가? 왜 우리뉴스의 영향력과 신뢰도는 양승동 사장 취임 1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이 JTBC의 반 토막 수준이고 앞으로도 나아질 가능성이 보이지 않으며, 가랑비 옷 젖듯 시청률은 떨어져 가는지 답해야 한다.

  원인은 시청자가 알고 있다. 시민들은 KBS에 묻고 있다. KBS 는 여전히 기계적인 균형을 기준으로 보도하는 것 아니냐고? KBS는 혹시 자신들을 대단히 객관적인 저널리스트로 자부하며 모든 사안에 대해 냉소하고 적당히 거리를 두며 관찰자가 되려는 것은 아니냐고 묻고 있다. KBS가 지난 1년 동안 보여준 KBS 만의 뉴스는 무엇이냐고 묻고 있는 것이다. 또 묻는다. 너희들은 JTBC보다 무엇을 장점이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프로그램 역시 마찬가지다. 경쟁사는 연일 화제성 높은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전국노래자랑’ ‘6시 내고향’, ‘가요무대’로 대표되는 스테이션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장수 프로그램이 문제라는 것이 아니다. 전통 장수 프로그램들에 의존한 채 새로운 시도를 위한 전사적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로가 자신의 영역만을 지키고자 한다. 공영방송 만이 할 수 있는 장기적인 안목의 시도와 도전도 보이지 않는다. 없는 재원 쪼개서 남들 하는 것 어설피 흉내 내려다 보니 결과물이 좋을 리 없다. 포기할 것은 포기하고 선택할 것은 선택해야 한다.

  지역국 활성화도 여전히 ‘현재 고민 중’이다. 그 고민 1년이 넘어 2년째를 향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사장, 부사장이 방향성을 내려주지 않으니 구체적인 실천계획을 못 만든다는 얘기도 들린다. 일부에서는 논란이 커지고 책임질 것이 두려워 구체적인 방안은 현장에 돌리는 것 아니냐는 소리도 들린다. 어떻든 중요한 것은 아직도 ‘진행 중’ 이라는 것이다. 그 책임은 결국 사장과 경영진의 의지문제다. 변화가 없으니 지역 시청자들도 하나 둘 떠나는 것이 현실이다. KBS가 아닌 지역 민방이 공영방송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우리는 여전히 ‘고민 중’ 이다. 답답할 뿐이다.

  사내 구성원간의 충돌도 심각하다. 더 큰 문제는 충돌을 사전에 예측하지도 못하고 사후에 제어하지도 못하고, 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1박2일’ 관련 보도를 놓고 예능과 보도가 갈등한 것은 대표적인 예다. 서로의 주장이 부딪히기 전 누구하나 예상하지도 못했고, 누구하나 조율하지도 못했다. 사후에 재발 방지 대책을 세웠다는 소식도 없다. 최근에는 ‘저널리즘 토크쇼 J’의 아이템 선정을 두고 유사한 충돌이 또 다시 벌어지고 말았다.

  충돌할 수는 있다. 과거 권위주의 경영진 체제에서는 감히 상상도 못했을 일이 건전한 토론의 방식으로 나타나는 것일 뿐, 큰 문제는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충돌을 사전에 인지하고 이를 조율하지 못한다면, 조율되지 못해 일어난 충돌의 원인을 분석하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그 충돌이 어떻게 긍정적일 수 있다는 말인가? 드러난 갈등이 수습되고 긍정 적인 방향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갈등의 씨앗으로 똬리를 틀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내부의 갈등이 생채기를 내고, 생채기가 곪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간부들이 책임지지 않으려 한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책임지지 않으려면 권한도 행사하지 말라. 경청하고 경청하되 결단할 때는 과감해야 하고, 결단했으면 실천해야 한다. 결과가 두려워 머뭇거리고, 머뭇거리는 것이 신중한 것으로 포장된다면 도대체 이 위기는 어떻게 돌파할 수 있다는 말인가?

  다시 지난 1년여를 돌아보자, 적폐는 청산되었는가? 경영수지는 개선되었는가? 조직은 하나의 목표를 위해 나아가고 있는가? 인재는 적재적소에 쓰이고 있는가? 간부들은 희생하며 책임지려 하는가? 시청자의 신뢰는 회복되었는가? 프로그램의 경쟁력을 나아가고 있는가?

아니라면 혹시 이런 소리만 곳곳에서 들리는 것은 아닌가?

“내 주장이 옳아”

“내가 왜 그 일을 해”

“기다리면 좋아질 거야”

“위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마”

“뭐 저들 얘기는 무시해도 돼”

“당장 하기는 힘들어”

“나는 모르겠고 네가 하면 되겠네.”

지금 KBS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우리를 응원해주던 광장의 시민들이 묻고 있다.

 

PS. KBS본부도 위와 같은 지적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본부에 대한 어떠한 비판도 겸허히 수용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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