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6호-2] 우리 모두가 교섭대표입니다.
[226호-2] 우리 모두가 교섭대표입니다.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9.02.20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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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가 교섭대표입니다.

 

 

10년 전입니다. 지금은 사라진 회사 앞 작은 레스토랑에 모였습니다. 불과 33명이었습니다. 좁은 레스토랑 다 채우기도 힘든 적은 수였습니다. 하지만 그날 품은 희망은 결코 작지 않았습니다. 희망이 컸기에 동지들이 모였습니다. 33명이 3백 명이 되고, 천명을 넘고, 이천 명을 넘었습니다. 그렇게 동지들이 모여 다시 세운 언론노조 KBS본부를 교섭대표 노조로 만들었습니다.

누군가는 말합니다. 조합창립 10년 만에 드디어 교섭대표자격을 얻었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조합의 역사는 30여 년 전으로 올라갑니다. 군사정권의 폭압을 뚫고 만들어낸 자랑스러운 노동조합입니다. KBS에 대한 정권의 간섭은 여전했고 굴종의 굴레에 길들여진 KBS인들의 저항은 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한발 한발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어둠속에서도 터널의 끝은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2008년 8월 8일, 그날을 기억합니다. 그 터널 끝 빛이 한순간 암흑으로 변했습니다. 그 어둠을 걷어내야 할 노동조합은 그러나 그 시간 어디론가 사라졌습니다. 둘러보니 다른 길을 가자고 하고 있더군요. 부당한 정권에 굴복하고 스스로 그 정권에서 임명한 정당성 없는 사장과 궤를 같이한다면, 그 궤가 서로의 이권을 챙기고자 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더 이상 노동조합이 아닙니다. 그렇습니다. 스스로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국민의 방송 KBS를 정권의 방송 KBS로 만들고자 했던 그 당시의 노동조합은 더 이상 노동조합이 아니었습니다. 자랑스런 KBS노동조합의 역사는 잠시 중단됐습니다.

2009년 12월 18일 새노조가 출범했습니다. 중단된 역사를 다시 잇기 위해서였습니다. 언론노조 KBS지부가 설립됐습니다. 다음해 1월에는 KBS본부로 승격됐습니다. 하나 둘 동지들이 모였습니다. 2012년 90일이 넘은 김인규 퇴진 파업 속에 서도 조합원은 줄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났습니다. 우리가 가는 길이 옳았기 때문입니다. 지난 2017년 겨울, 혹독한 겨울을 기억합니다. 142일 파업 끝에 드디어 우리가 승리한 날! 더 많은 동지들이 함께 해줬습니다. 10년 전 회사 앞 레스토랑에 모여 다시 깃발을 들었던 동지들이 없었다면 2012년과 2017년의 투쟁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2012년을 앞두고 함께 해준 동지들이 없었다면 2017년의 파업과 승리는 불가능 했을 것입니다. 역시 2017년 파업 이후 함께 힘을 보태주기 위해 동참한 동지들이 없었다면 오늘의 교섭대표노조 KBS 본부는 결코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누군가 앞서 가고 누군가는 조금 뒤에 갔지만 우리 모두는 이제 한 배를 탄 동지 들입니다. 자랑스럽습니다.

동지여러분, 감사합니다. 선후배님 여러분,

우리 모두가 함께 만들어 가야 합니다. KBS를 국민의 방송으로 만들기 위한 자랑스런 노동조합의 역사를 만들어야 합니다.

조합원 동지여러분 ! 우리 2천 2백 조합원 모두가 교섭대표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실천하는 교섭대표

전국언론노동조합KBS본부장 이 경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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