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와 경영진은 방송의 독립성을 지켜라
이사회와 경영진은 방송의 독립성을 지켜라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20.01.1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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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와 경영진은 방송의 독립성을 지켜라
선(線)을 넘은 이사, 비단 천영식 뿐인가

 

  천영식 전 이사가 총선 출마를 위해 사퇴한 후, 개인 SNS에 KBS 이사를 그만두는 소회를 적었다. 그는 해당 글에서 이사로서의 일탈을 버젓이 밝혔다. 그릇된 신념이 이성을 마비시켰다.

천영식 전 이사는 공영방송 이사로서 정치적 편향을 벗지 못했다.

  “출생부터 잘못된 정부” 운운하며 국민의 선택과 유리된 정치관으로 무장한 이사가 보인 행보는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소수 이사로서 공영노조 노조원 수가 100명이 채 넘지 않는 환경에서 이사성명서를 통해 대중운동을 끌어왔노라’고 자부했다. 편향된 이사가 특정 노조와 어떻게 관계를 맺으며 활동했는지 의문이 든다. 나아가 천 이사가 이사 신분으로, 시민의 지지와 노조원의 힘으로 쫓겨난 고대영, 김장겸 등 전 사장들과 언론단체를 결성하여 외부에서 활동한 사실에서 말문이 막힌다.

 

공영방송 이사로서 시사 프로그램 폐지를 실토하다

  해당 글에서 천 이사가 고백한 가장 큰 일탈은 시사 프로그램, <오늘밤 김제동> 폐지를 이뤄냈다고 한 것이다. 실제로 2018년부터 천 이사를 포함한 이사들이 이사회에서 해당 프로그램에 대한 문제 제기를 했고 2019년 8월 해당 프로그램이 폐지되었다. 

 

  천 이사가 주장하는 ‘시사프로그램 폐지 성과’는 방송법 제4조(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와 편성규약 위반이다. KBS 편성은 방송실무자가 의견을 내고, 방송편성책임자가 자율적인 판단을 하는 영역이다. 이사회의 기능을 명시한 KBS 정관 조항을 살펴봐도 이사가 프로그램 편성에 관여할 근거는 없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천 이사가 어떤 식으로 편성에 불법적으로 개입했는지 이사회 기록 일체를 살폈다. 그는 정치적 판단 잣대를 자의적으로 적용해 해당 프로그램에 끊임없이 흠집을 냈다. 아래는 천영식 이사가 사장에게 질의한 내용이다. 

 

  “김제동 씨한테 이런 프로그램을 줬다면 우파 인사한테도 저는 프로그램 진행의 기회를 줘야된다고 생각합니다. (중략) 예를 들면 종편에 출연하는 차명진 前국회의원이 있으면 ‘오늘밤 김제동’ 같으면 뭐 ‘내일밤 차명진’을 시킨다든가 이런 식으로 해서 균형을 맞추는 노력이 필요한 것 아닙니까?” 

(제923차 정기이사회 2018. 10. 31 중)

 

  차명진 전 의원은 세월호 참사 유가족에게 막말을 하여 지난해 11월 모욕 등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인물이다. 천 이사가 수준 낮은 이분법적 진영논리로 공영방송 시사 프로그램 존폐를 이사회에서 논했다는 점이 참으로 참담하다.

  

현 이사회 프로그램 개입 일탈, 심각하다.

  천영식 이사와 마찬가지로 현재 이사들 모두 제작과 편성의 자율성 보장에 대한 개념이 심각하게 결여되어 있다. 천 이사가 <오늘밤 김제동>을 언급할 때, 많은 이사들이 이사회가 특정 프로그램에 언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했다. 그런데 바로 그 이사들이 약 1년이 지난 지금, 프로그램 제작과 편성에 일상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경영진의 입장을 묻는다며, 자료제출, 예산 검토, 긴급 현안 질의라는 형태로 프로그램 제작과 편성에 개입하고 있다. 방송편성책임자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일탈이며 책임지지 않는 경영행위이다. 

 

경영진은 KBS 방송 편성규약에 따라 독립성을 지켜라

 

KBS 방송 편성규약 

제4조 독립성의 보장

① KBS의 모든 구성원은 외부의 정치, 경제, 사회적 이익집단의 압력은 물론 조직 내규가 정한 권한과 책무를 넘어서는 부당한 간섭과 방송 종사자의 사적 이익으로부터 방송의 독립성을 지킨다.

② KBS의 사장은 방송과 경영의 최고 책임자로서 외부의 부당한 간섭을 배제하고 방송의 독립을 지킬 책무를 진다.

 

 

  양승동 사장은 제작 자율성을 가장 중요한 목표와 성과로 강조한다. 제작 자율성, 즉 독립성은 제작 실무자에게 부당하게 간섭하지 않고 재량을 인정하는 것만으로 확보되지 않는다. KBS 구성원 모두가 ‘조직 내규가 정한 권한과 책무를 넘어서는 부당한 간섭’에 결연히 저항해야 방송 독립성을 지킬 수 있다. 현재 경영진은 이사회의 부당한 프로그램 개입에 저항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경영진이 이사들의 힘을 빌어 제작, 편성에서 의도하는 바를 이루려는 시도까지 있었다니 개탄스럽다. 사장, 본부장, 국장 사이에 오가야 할 책임 추궁과 논의가 이사회에서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행태는 이사회의 일탈의 한 원인이기도 하다.

 

  이사회와 경영진은 기억해야 한다. 새로운 KBS 체제는, 언론노조 KBS본부 노조원들이 큰 희생을 무릅쓰고 싸워 취재, 제작, 편성에서의 독립성을 확보한 결과이다. 그런데 새 체제 정상에 있는 이사회와 경영진이 자율과 독립이라는 가치를 훼손할 수는 없다. 과거 보수정부 시절 이사회가 프로그램에 불법적으로 개입하여 사원과 국민의 저항을 받았던 것을 기억하라.

 

  그 누구든 선(線)을 넘으면, 선례(先例)가 되어 미래의 공영방송의 가치가 훼손된다. 

 

 

2020년 1월 14일
실천하는 교섭대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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