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무사고 KBS, 제대로 준비되고 있나
2020년 무사고 KBS, 제대로 준비되고 있나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20.01.22 17:2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20년 무사고 KBS, 제대로 준비되고 있나

 

  KBS인들에게 2019년은 결코 만족스럽지 않았던 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연초의 ‘1박 2일 사태’를 시작으로 ‘고성 산불 늑장 보도’, ‘김경록 PB 인터뷰’, ‘시사직격 일본특파원 대화’, ‘독도 헬기 영상 논란’ 등 일 년 내내 온갖 구설이 끊이지 않았다. 다사다난이라는 표현만으로는 담을 수 없는, 그야말로 격랑 속에 휘청여 온 한 해였다.

  반복된 논란들에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었음을 모르지 않는다. 변명의 여지 없이 잘못한 일도 있었지만, 단순한 시행 착오도, 잘잘못을 명백히 가리기 어려운 사안들도 적지 않았다. 구성원은 현장에서 최선을 다했을 뿐인데, 그 행동이 결과적으로 KBS에 상처가 되는 비극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유가 무엇이건 다양한 형태의 구설들이 반복되면서 KBS의 신뢰도는 적잖이 훼손됐다. 수신료를 납부하지 않겠다는 청와대 청원이 20만 명을 돌파했다.

  지난해 사고 상황에 사측의 대응은 우왕좌왕했다. 대응 주체, 방법, 시기 면에서 부적절해서 사태를 악화시키기 일쑤였다. 사장이 대구에서 헬기사고 유족에게 곤욕을 치를 때, 직원들의 자긍심도 함께 무너졌던 일을 잊을 수 없다. 사과와 유감 표명이 이어졌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약속도 반복됐다.

  이제 2020년을 맞아 지난해의 약속들이 현재 얼마나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각종 가이드라인들은 실제로 재정비됐는가. 서류상 정비가 완료됐다면, 현장 구성원들은 그 대책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답답하다. 만약 2020년 어느 날 또다시 재난급의 산불이 나고, 민감한 인터뷰가 보도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지난해의 논란이 재발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가. 

  2020년에야말로 KBS는 달라져야 한다. 질병은 발생한 뒤 치료할 게 아니라, 철저한 예방책을 세우는 게 더 중요하다. 이는 구호나 선언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제대로 된 원인이 분석되고, 구체적인 예방책이 마련돼 모든 구성원들이 이를 몸으로 온전히 체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구성원의 의지도 필요하지만, 유사 논란들을 막겠다는 사측의 강한 의지가 먼저 보여져야 한다. 불필요한 논쟁과 사고는 경영진이 일의 주체와 방법, 책임을 명확하게 하지 않은 탓이 크다. 경영진은 이런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주체, 방법, 기한을 명확하게 하라. 또 ‘설마 같은 일이 있을까’, ‘누군가 예방책을 세우겠지’ 하는 안일한 태도도 금물이다. 

  한번은 사고지만 재발은 무능의 결과다. 사고를 예방하지 못한 본부장, 국장 등 고위관리자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으로 사측의 의지도 강력하게 뒷받침돼야 한다. 이런 과정이 없다면 2020년의 KBS는 2019년의 KBS와 결코 다르지 않을 것이다.

  지난해 말 치러진 각종 조사에서 KBS의 신뢰도와 영향력이 완연한 회복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개선책들을 마련하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묵묵히 제 역할을 해 온 모든 구성원들의 노력 덕분이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공정성, 저널리즘의 역할에 대한 질문은 구성원들 사이에서조차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작년과 같은 사고가 겹친다면 어렵게 회복하고 있는 KBS신뢰도와 영향력은 물거품이 된다. KBS는 여전히 살얼음판 위다. 2020년 무사고 KBS는, 구호가 아닌 행동으로 실현돼야 한다.

 

2020년 1월 22일
실천하는 교섭대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8대 집행부 본부장 박상현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여의공원로 13 KBS누리동 2층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