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호] 박근혜 정부 시대 KBS, 정치적 독립 어떻게 이룰 것인가?
[100호] 박근혜 정부 시대 KBS, 정치적 독립 어떻게 이룰 것인가?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3.03.08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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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에게 듣는다 3편>

박근혜 정부 시대 KBS, 정치적 독립 어떻게 이룰 것인가

방송업무의 미래창조과학부이관은

공영방송 황폐화 지름길

 

- 내부 자율성 막는 획일적 조직관리시스템 개선 없이 정치독립 요원

김경환(상지대 언론광고학부 교수)

지난 2월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공식 취임하면서 5년간의 공식 임기가 시작됐다. 하지만 대통령은 취임했지만 정부조직개편안을 둘러싼 논란으로 정부 출범이 지연되면서 새롭게 취임한 대통령과 전 정권의 장관들이 국무회의를 해야 하는 어정쩡한 한 지붕 두 가족의 동거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정부조직개편 진행과정에서 나타난 난맥상은 비단 새누리당 뿐만 아니라 민주당이 집권을 했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양쪽 대통령 후보자들의 공약발표자체가 늦었고 이로 인해 정부조직개편을 준비하기에는 너무나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새정부가 출범하면 여야 간에 한동안 협상을 하는 척 하다가 나중에는 다수당이 일방적으로 직권상정을 통해 힘으로 밀어붙이기가 다반사였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국회선진화법 제정으로 이러한 강압적 해결이 불가능해졌다.

우리 정치권이 아직은 대화와 타협을 통한 문제 해결에 낯설다는 점에서 타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상태다. 또한, 야당은 협상주체가 민주당으로 일원화되어 있는 반면, 여당은 협상주체가 새누리당과 대통령으로 이원화되어 있는 구조도 문제해결의 걸림돌로 작용 중이다.

여야 간의 협상안이 만들어져도 새누리당과 청와대의 조율 과정에서 이견이 대두되면 새롭게 야당과 협상을 벌이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여기에 내용적으로 매우 허술한 정부조직개편 관련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되면서 신정부의 출범이 지연되고 있는 것이다.

미래창조과학부 독단적 방송정책 가능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정부조직개편안의 핵심은 미래창조과학부다.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은 정부조직개편안의 하나로 미래창조과학부를 신설하면서 방송정책과 방송진흥업무는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하는 안을 내놓았다. 합의제 중앙행정기구였던 방송통신위원회의 법률제개정권도 미래창조과학부로 넘긴다는 구상이다. 그 결과 방송통신위원회는 지상파방송, 종합편성채널, 보도전문채널의 단순 인허가에 관한 심의·의결만 맡도록 했다. 방송정책이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된다는 의미는 법제정은 물론 방송정책 전반을 미래창조과학부가 담당한다는 의미로, 방송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다.

예를 들어 현재 지상파방송에서 금지되고 있는 중간광고 같은 경우, 현행 방통위에서는 5명의 위원들이 합의를 해서 허용여부를 결정하지만 독임제 기구에서는 장관이 바로 결정하고 방송법시행령을 개정하면 그만이다. KBS 2TV의 민영화나 MBC의 민영화 역시 독임제 장관의 의중에 좌우될 공산이 크다. 그렇기 때문에 야당은 물론 시민단체, 학계에서 조차도 반대의 목소리들이 나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은 “야당에서 주장하는 방송 장악은 할 의도도 없고 법적으로도 불가능하다”를 연발하며 원안 고수의 입장을 표명 중이다. 반면 민주당은 방송정책의 미래창조부 이관은 “이명박 전대통령의 언론사 낙하산 사장처럼 독임제 장관을 통해 방송 장악을 가시화하려는 꼼수다”라며 야당에 대한 압박의 수위를 높인 박근혜 대통령의 기자회견 내용을 야당 길들이기로 간주하고 강경한 반대 입장이다.

 

공영방송의 위상 추락 가속화

 

방송은 국민의 눈과 귀가 된지 오래다. 방송의 정치적 독립은 국민들의 눈과 귀를 자유롭게 한다는 점에서 민주주의 유지의 필수요소다. 이명박 정부는 경제를 살리라는 국민의 지지를 받고 집권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4대강으로 환경을 살리는데 주력하면서 집권 초 큰 국민들의 지탄을 받았다.

정확하게 5년이 지난 지금 경제민주화와 복지에 대한 국민의 기대를 안고 탄생한 박근혜 정부는 뜬금없이 경제를 살린다면서 정권의 명운이 달린 것처럼 방송을 독임제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 이관에 사활을 걸고 매달리는 중이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방송업무를 미래창조과학부와 같은 독임제 장관 밑으로 넘기면 5년 뒤, 박근혜 정부는 방송산업을 활성화시켰다는 평가를 받을 수는 있을지는 몰라도 공영방송을 황폐화시켰다는 평가를 면하기 어렵다.

이명박 정부의 5년 간 공영방송은 정치적 중립성과 방송의 독립성이 크게 훼손됐다. 제작 자율성 역시 후퇴했다. 그 휴유증은 아직도 치유되지 않고 그대로다. 더 이상 공영방송의 위상이 추락하는 것은 우리 사회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공영방송의 위상은 미디어의 산업화로 운영의 위기, 정체성의 위기, 존립 정당성의 위기라는 3중고와 직면해 있다.

일각에서는 방송의 정치적 독립성 보장은 정치권의 결단만이 유일한 해결 방법이다라는 주장도 있지만 이에 동조하기는 어렵다. 이것이야 말로 방송이 정치에 예속되었다는 반증에 불과하다라는 점에서 씁쓸함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공영방송 가치 국민에게 알려야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국민들의 이해와 지지를 구할 수 있도록 공영방송이 수행해야 하는 공적 역할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전개 중이다. 공영방송은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독립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 제작자율성의 보장이 중요하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공영방송은 사회 제세력의 이익을 대변해야하며 국민단결의 문화적 공유지(Culture Commons)로서 국가 정체성 확립에 기여해야 한다는 논리도 설득력 있는 논거의 하나다.

 

정권의 향배에 따라서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이 보장되었다가 정권이 바뀌면 한순간에 정치적 예속이 되는 상황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공영방송은 사회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 공적 서비스를 제공할 때, 존재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하지만 추상적인 공적 서비스의 가치를 공정성, 다양성과 같은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수치화되고 계량화된 형태가 국민들이 보다 이해하기 쉽다는 점에서 다양한 시도들이 진행 중이다.

BBC가 신규사업에 대한 감독방법으로 공적가치검증(Public Value Test)를 도입하고, NHK가 코스에 대한 성과(Value for Money) 조사를 통해 공적 서비스의 가치를 계량화하고자 노력들이 대표적이다. 공영방송은 국민들이 편안하고 안심하고 방송을 즐길 수 있도록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방송서비스를 제공하면 된다는 수동적인 입장에서 벗어나 이제는 국민들에게 공영방송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수량화된 형태로 알기 쉽게 설명해주어야 하는 시대다.

 

한편 21세기 대한민국에서 권력의 방송 장악이 이야기되고, 언론인이 해직되는 사태가 줄을 잇는 것은 정치권의 집요함도 있겠지만 공영방송 내부에서 정치의 독립을 지키고자 하는 동력이 쇠퇴한 결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공영방송이 스스로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과 제작 자율성 확보를 위한 사회적 문제제기와 관심을 이끌어 내던 시대에서 이제는 외부의 정치 세력에 공영방송 스스로가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수신료 인상이 대표적이다. KBS는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면서 정치권의 동의를 얻는데 온갖 노력을 기울였지만 정작 수신료를 납부하는 당사자인 국민들의 이해와 눈높이를 만족시키지는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반지의 제왕이란 할리우드 영화는 결국 절대 권력의 상징인 반지를 놓아버려야지만 비로서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음을 알려준다. 공영방송 내부의 개개인의 자율성을 종속시키는 획일적인 조직관리 시스템의 개선 없이는 권력으로부터 공영방송의 독립은 요원하다. 내부 구성원들을 옴짝달싹 못하게 하는 조직 분위기를 개선하지 않고는 공영방송의 제작 자율성 역시 얻을 수 없다. 법제도는 그 다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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