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노조의 비겁한 굴레
KBS노조의 비겁한 굴레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20.04.01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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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노조가 비겁의 굴레를 벗어나는 길

 

 

  KBS노조가 정필모 전 부사장 관련하여 KBS 본부노조에 4월 1일 성명을 통해 공개적으로 비판과 질문을 던졌다. ‘오해를 미연에 차단한다’는 어설픈 명목을 내세웠다. 권언유착이라는 올가미를 본부노조에 씌우고 싶은 속내가 읽혀 가소롭다. 이에 KBS 노조에 다소 뼈아픈 비판으로 답을 주려 하니 이해 바란다. 

 

  먼저 정필모 전 부사장에 대한 비판부터 정확하게 하자. 정필모 씨는 부사장 퇴임 후 단 34일 만에 정치권으로 향했다. KBS 윤리강령에 따르면 시사프로그램 진행자나 정치 취재 제작 담당자는 정치 참여 전 6개월의 휴지기를 지켜야 한다. 한국적인 인간관계 양상을 고려하면, 현재 ‘6개월’ 룰을 1년으로 늘려야 하는지 고민인 마당에 정필모 씨는 약 한 달 만에 정치권으로 갔으니 마땅히 가혹한 비판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KBS노조 등 일부 사내 세력이 정필모 씨를 비판하며 슬며시 정 씨가 위원장이었던 <진실과 미래위원회>를 걸고 넘어진다. 

 

  <진실과 미래위원회> 활동보고서를 보라. 

 보고서에 따르면 공영방송 KBS가 ‘세월호 참사’ 때는 유가족의 아픔을 외면한 채 청와대의 눈치를 봤다. ‘최순실 국정농단’과 관련해서 실체적 진실을 외면한 채, 정권을 비호했다. <진실과 미래위원회>는 이를 고발하고 반성했다. 또한 KBS 내부 양심세력이 부당한 인사와 무자비한 징계에 맞서 방송장악에 맞서 끊임없이 싸운 사실을 기록했다.

 

  <KBS 윤리강령>의 '6개월 룰'은 왜 있는 것인가? KBS인이 현직에 있을 때 정치적인 거래를 하는 것을 막기 위한 취지이다. 예비 정치인, 정필모 부사장이 현직에 있을 때 남긴 행적에서 정치적 거래의 흔적을 의심하고 찾아야 한다. 

  그런데 <진실과 미래위원회> 전체 활동 보고서 중 어디에 정치적 거래의 흔적이 있는가? KBS노조는 정 씨에 대한 비판을 정확히 하되 거기에 무엇도 불순하게 얹지 말라. 공영방송을 정권의 하수인으로 전락시키는 데 앞장서거나 정권의 방송장악 저지에 소극적이었던 과거를 지우고 정신적 복권(復權)을 도모하는 움직임에 함께 하지 않기를 바란다.

 

  정필모 씨가 불의(不義)하다고 하여, 그에게 돌을 던지는 이들이 정의로워지지는 않는다.

 

  안타깝게도 KBS노조는 정필모 씨 비례후보 파동을 본부노조를 공박할 기회로 생각하는 것 같다. 본부노조가 KBS노조의 연락을 피하지 않음에도 굳이 성명서를 써서 공개적으로 질문하는 걸 보니 그렇게 판단된다.

 

  KBS노조는 비겁한 굴레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한다. 용기를 내 성찰하고 행동하지 않는다. 기민하게 상황을 이용해 상대방을 공격해서 생존하려고 한다. KBS노조가 교섭대표 노조 지위를 본부노조에 내준 채, 조합원 1000명을 간신히 넘기는 소수 노조로 전락하고 있는 이유다. KBS노조가 스스로를 돌아보지 않고, 다른 데가 아니라 본부노조와 각을 세우려 할수록 KBS노조는 작아진다. 

 

KBS노동조합–고대영 전 사장 단체협약, 2017년 11월23일

 

  2017년 고대영 사장은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의 진실을 덮어 KBS를 온 국민의 지탄의 대상으로 만들었다. 본부노조원들은 고대영 사장을 끌어내리기 위해 임금을 희생하고 몸싸움을 하며 국민들과 함께 투쟁했다. KBS를 살리는 길이었다. 그때 KBS노조는 지명파업을 한다는 둥 소극적 구경꾼에 머물렀다.

 KBS노조는 요식 파업 투쟁 2개월 만에, 함께 투쟁하자는 애초의 공언이 무색하게 파업을 종료하더니 10여 일 만에 깊은 밤, 고대영 사장과 단체 협약을 맺었다. 단체협약을 맺음으로써 사측의 의도대로 파업의 근거를 훼손했다. 방송장악에 맞서 거리에서 수개월 째 싸우고 있는 동료 등에 칼을 꽂은 배신이었다. 이현진 전 KBS노조 위원장과 집행부가 고대영 전 사장과 단체협약을 빌미로 야합한 후, 본부노조원들이 해명하라는 준엄한 일갈을 하는 동안 단 한마디도 대꾸를 못하며 본관에서 국회의사당까지 쫓겨가던 동영상이 아직도 있다. 

  비겁한 KBS 노조가 이탈한 후에도 끝까지 142일 꼬박 싸워 이긴 본부노조가 말만 앞세우고 배신하는KBS노조의 용기를 어떻게 평가하겠는가? KBS노조의 비겁한 근성은, 성명서 끝마다 “양승동 OUT”를 붙이면서도 행동하지 않은 걸 보면 여전하다. 

 

 

 

 

 

 

 

 

 

 

 

 

KBS 노조가 파업을 거두며 슬그머니 치운 고대영 퇴진 플래카드

 

  언론개혁의 두 축은 내부 조직문화와 법 개혁이다. 전국언론노조가 언론을 아는 인재(人才)를 국회로 보내 방송의 공영성을 높이는 것은 당연히 기대할 일이다. 한국노총, 민주노총 등 노동 세력은 선거를 앞두고 정책협약을 맺고 후보를 낸다. 법조인, 학자, 기업인만 국회로 가야하는가? 노동자를 대표하는 노조에서 인재를 내는 건 필요하다.

  그런데 그 대상이 엄격해야 한다. 정필모 부사장처럼 퇴직 한 지 얼마 안 된 공영방송 수뇌부가 그 누구의 추천이든 정치권으로 가는 것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 이에 본부노조는 정 씨의 부당한 처신을 성명을 통해 비판했다. 

  KBS노조는 3월 19일 성명서에서 방송법 개정을 위해 총선 전 몸부림치겠다고 했다. KBS노조가 어디서 몸부림을 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본부노조는 전국언론노조 정책협약안에 KBS사장, 이사 선임에 국민참여 원칙을 담아냈고 국회 반영을 꾀하고 있다.

반면 KBS노조는 과거의 특별다수제를 들고 나오며 입만 적극적이니 고대영 전 사장에 대항해 입으로만 투쟁하던 KBS노조의 근성 어디가지 않았다. 

 

  예상하지 못했던 비례위성정당 정국 전개, 그에 따라 누군가 언론 몫으로 추천할 사람을 긴박하게 물색하는 상황을 본부노조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전국언론노조가 위성정당 비례 후보를 추천했다면 KBS노조의 바람대로 본부노조가 '패싱'되었다고 볼 수 있겠다. 전국언론노조가 위성정당에 비례대표 후보를 추천하지 않겠다고 이미 결론을 내렸는데 그 과정을 본부노조가 함께 하지 못해 ‘패싱’되었다는 건 KBS노조의 비겁한 꼬투리 잡기이다.

 

  KBS노조는 정필모 전 부사장에 대한 비판을 빌미로 본부노조를 어설프게 공격할 생각을 말라. 자기 성찰도 용기가 필요하다. 고대영 전 사장과의 야합 이후, KBS노조의 비겁한 굴레를 벗을 때도 되었다. 

 

 

2020년 4월 1일
실천하는 교섭대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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