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차 촉진, 경영진의 진심은 어디 있는가?
연차 촉진, 경영진의 진심은 어디 있는가?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20.05.04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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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차 촉진, 경영진의 진심은 어디 있는가 

 

 

“진짜 임금 파업 한번 해봤으면 좋겠다.”

 

  소수노조 시절, 파업의 현장에서 나눴던 오래된 농담이다. 우리는 2008년 이래 5번의 투쟁을 했다. 그때마다 임금을 명목상 투쟁의 이유로 내걸었지만 구호는 “공영방송 사수!”였다. 용산 참사, 쌍용자동차 사태, 4대강 공사, 세월호 참사, 최순실 국정 농단의 진실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 싸웠다. 정치 권력이 우리를 하수인으로 만들려 할 때 우리 노조원들은 소중한 임금을 과감히 던지고 공영방송인으로서 정체성을 찾았다.

 

  142일 긴 파업 끝에, 2018년 새로운 KBS가 열렸다. 우리는 지긋지긋한 기계적 균형, 제작자율성 침해로부터 벗어나 정의로움, 진실 같은 새로운 숙제를 고민해야 한다. 그런데 2020년 우리는 경영진이 부른 재정위기에 발목을 잡혀 생존을 고민한다. 

 

공영방송 파수꾼에서 방만한 무리가 되다

  

  경영진이 연차촉진을 시행하겠다고 한다. 경영난이 심각한 가운데 사원들에게 위기 인식 공유가 필요하다고 한다. 공영미디어 KBS의 숙제를 한창 고민해야할 시기, 경영난을 불안한 마음으로 지켜봐온 우리 노조원들은 분개할 수밖에 없다. 우리 노조원들은 떳떳한 방송국 만들겠다고 한겨울 거리에서 시민들에게 전단지를 돌리며 호소했다. 코로나 사태 알리는 중계차에서 과로로 쓰러진 우리 노조원이다. 왜 이들이 돈을 적게 가져가서 ‘정신을 차려야 하는 방만한 무리’가 되었나? 윗분들의 경영참패(經營慘敗)가 문제의 뿌리이다. 

 

  정권의 하수인 사장 시절, 조직과 후배를 팔아 영달을 누리던 자들이 과거를 시간이 덮었다고 착각한다. 그들이 코비스 게시판에 우리 노조원을 향해 늘어놓는 목불인견(目不忍見)의 훈계는 누구 때문인가? 그들의 글을 볼 때마다 우리가 느끼는 참담함을 경영진은 아는지 진심으로 궁금하다. 

 

양승동 사장과 경영진이 진심 없는 경영이 문제다

 

  파업마다 몇 달씩 임금은 뒷전으로 하고 공영방송 사수를 외치던 조합원들이 휴가 가라는 연차촉진에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경영진에게 진심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방향 모르고 헤매는 양승동 체제의 경영을 실질 임금 마이너스를 감내하며 기다렸다. 2017년 이후 2년 만에 1000억원 넘게 수입이 감소했다. 연차 촉진해서 절감되는 인건비는 150억 언저리이다. 경영진은 2년 동안 고심한 끝에 인건비가 높다는 해결책을 찾았나보다. 사원들이 정신 차려야 한다고 호주머니를 열라고 한다. 우리가 보기에 정신을 차려야하는 쪽은 경영진이다. 어떻게 돈을 가져올지는 묵묵부답이다. 적게 쓰고 많이 버는 조직이 아니라 안 쓰고 벌지도 못하는 KBS가 되고 있다.

  

연차 촉진은 사측의 진심없음의 단면

 

  사측이 왜 연차촉진을 먼저 꺼내들었는지 모두가 안다. 노조의 동의가 필요 없는 비용절감책이라고 본 것이다. 그렇게 사측이 약삭빠르게 과실을 챙기면 끝이라고 보는가? 사측이 그런 식으로 연차를 촉진한 후, 다른 수많은 사안에서 우리 노조의 동의와 협력을 기대할 정도로 무모하지 않길 바란다. 이겨도 진 것과 같은 게임이 있다. 연차로 작은 승리를 거두면서 직원의 신뢰를 잃고, 노조의 끈질긴 저항을 감내하겠다면 말리지 않겠다.

  지난 1월 연차촉진을 우리노조는 사측에게 이야기할 때, 연차수당을 조정해서 휴식권과 임금을 동시에 지키는 것, 교대 근무자나 프로그램 MC처럼 연차 촉진을 확대하기 힘든 특수한 사정들, 채용이 뒷받침할 수 있는 길을 논의하자고 했다. 사측은 어려운 문제라고 회피했다. 그러다 갑자기 연차촉진을 ‘설명’하겠다고 운을 띄웠다. 우리 노조가 급하게 호출하니 설상가상 그보다 앞서 시행하려 했었다고 한다. 무급휴직, 안식월 등을 마구 언급하면서 연차촉진에서의 전격성을 과시하며 분위기를 잡으려는 시도에 헛웃음이 나온다.

  4월 24일 노보에서 인건비 깎지 말고 진심을 담아 체질 개선을 하라고 당부한 지 1주일도 안 돼, 연차촉진을 들고 나왔다. 경영진은 입만 열면 지출구조를 손봐야 한다면서 ‘구조’를 손댈 깜냥은 없다. 단 1개의 근본적인 혁신안도 내놓지 못하면서 연차촉진부터 입에 올렸다. 연차촉진 등 인건비 계산하느라 혁신부를 새로 꾸렸는가? 엑셀 프로그램 깔린 노트북만 있어도 가능한 일이다. 각 부서 일 잘한다는 인재들을 끌어모아 혁신은커녕 인건비삭감 주판알만 두드린다면 혁추부부터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생각해보라. 

  KBS의 일부 조직이 방만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긴 시간 그런 방만함을 방관하다가 열심히 일한 우리 동료들의 호주머니를 바라보는 경영진이 진정 방만하다.

 

 

경영진은 우리의 진심을 이용할 것인가 

 

“코로나 19로 고통받는 시기, 소비진작, 상생 방송하는 마당에 희생해야 하지 않나”

“무능경영 책임전가를 한번 받아주면 경영진은 노동자의 희생만 찾을 것이고 장기적으로 문제 해결이 안 된다”

 

  모두 우리 동료들의 진심과 소신이 담긴 말이다. 사측은 답을 내는 경영을 고민하기보다 희생하겠다는 직원의 진심만 덥석 이용할 것인가? 또는 우리 노조를 희생을 거부하는 ‘발목잡기 집단’으로 치부하며 이를 진압했다고 할 것인가? 어느 자리에서든 1000억 대 적자가 예상되는 마당에 직원 호주머니에서 100억 넘게 챙겨왔다고 칭찬받을 것 같지 않다.

 

양승동 사장의 레임덕은 스스로 결정하는 것

 

  사장은 사원이 믿고 지시를 따라야 사장일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사장은 사장일 수가 없다. 사장의 존재는 노동자에게 의존하는 것이다. 레임덕은 언제 오는가? 조직 체질 개선이나 수신료처럼 뚜렷한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는 순간, 진심 없는 경영으로 직원의 신뢰를 잃는 때부터, 경영진은 무늬만 경영진이다. 

 

  연차촉진이 사측의 손쉬운 필승카드로 판단되면 그리해보라. 우리도 해야 하는 것, 할 수 있는 것을 하겠다. 

 

 

2020년 5월 4일
실천하는 교섭대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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