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5호-10] [본부장 칼럼] 3천 조합원, 성찰의 힘
[235호-10] [본부장 칼럼] 3천 조합원, 성찰의 힘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20.06.08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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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천 조합원, 성찰의 힘

 

  2017년 9월 가을. 

  광화문 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 예은이 아빠는 굳은 얼굴로 KBS 파업을 지지하는 이유를 밝혔습니다. 언론인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근무하기를 바라서가 아니라 KBS가 바른 언론으로 거듭나서 또다시 피해자를 만들지 말라는 이유였습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KBS에서 아이들의 영정 사진을 들고 울부짖을 때, 직원 중 뒤로 와서 미안하다고 말한 사람이 없었다고 소리쳤습니다. 

  집회가 끝난 후 건널목 앞에 그와 나란히 섰습니다. 그에게 “저는 데스크와 갈등 빚어가며 팽목항, 동거차도를 오가며 세월호 인양 취재를 했어요.”라고 면죄부를 구할 수는 없었습니다. 당연한 나의 일을 하기 위해 겪은 고통은 자식을 잃은 고통에 비해 너무나 사소했습니다. 그런데 못나게도 억울합니다. 제작현장에서 떳떳한 KBS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지만, 아버지의 일갈에 고개를 숙이는 동료들을 보니 더욱 착잡합니다.

  파업 중 우리 노조 동료들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수신료 상담하는 동료는 ‘2500원, 커피값에 불과하지만 내고 싶지 않다. 똑바로 하라’는 시청자의 말에 고개를 떨구었습니다. 기자 동료들은 저보다 더 치열하게 데스크에 저항하고 밖에서 질타받는 일을 우직하게 되풀이하고 있었습니다. 그 목소리를 들으며 자신을 돌아봤습니다. 우리 노조 없이 혼자였다면 저는 성찰하지 못했습니다. 질타와 난관을 핑계로 포기하거나 냉소, 심지어 변절했을지도 모릅니다.

  조합원 3000명 과반 노조가 될 수 있었던 힘은 성찰이라고 생각합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다 함께 성찰하는 장이었습니다. 우리는 서로를 안쓰러워하고 꾸짖고 감싸 안으며 함께 성장하는 도반(道伴)이었습니다. 

  누군가 우리 노조원들이 적폐 이사, 사장을 몰아낸 과정이 집요하다고 손가락질을 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거리로 나가 시민들에게 “부끄럽습니다. 거듭나겠습니다.”라고 호소했던 우리의 성찰은 보지 못합니다. 이로움을 셈하는 자들에게, 의로움을 성찰하며 피해를 무릅쓰는 우리 노조의 파업은 낯설 것입니다. 자존감이 높아야 성찰하고 싸웁니다. 우리 노조원이 가지고 있는 공영방송인으로서 자존감이 자랑스럽습니다. 

  3천 동지 앞에 새 숙제가 있습니다. 그것은 변화하는 미디어 생태계에서의 생존, 형평성보다 차원 높게 정의로움을 추구하는 새로운 저널리즘입니다. 우리 노조는 성토, 변명이 아닌 토론과 모색이 살아있는 성찰의 새 마당을 펼칠 것입니다. 주제와 인물 면에서 예외 없는 성찰의 장을 약속합니다. 그렇게 성찰을 거듭하며 성장하는 한, 우리는 시간이 흘러도 새노조입니다.

  예은이 아버지의 말로 마무리 지으며 다시 성찰을 다짐합니다. 

  “저는 여러분의 파업을 적극 지지합니다. 공정언론을, 언론의 독립성을 대통령, 국회가 만들어 주는 게 아니라 여러분이 양심을 걸고, 여러분의 삶을 내걸고 언론의 독립성을 따내야만 대통령이 누가 되든, 여당이 누가 되든, 사장이 누가 되든 끝까지 언론의 독립성을 지켜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본부장 유 재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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