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방지법' 보도, 피해자를 기억하라
'N번방 방지법' 보도, 피해자를 기억하라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20.05.26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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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노조 성평등위원회에서 'N번방 방지법 보도'와 관련한 의미 있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모든 구성원들께 내용을 공유합니다.

 

'N번방 방지법' 보도, 피해자를 기억하라

 

   'N번방 방지법'이 통과됐다. 익명성 뒤에 숨어 성착취물을 공유하고 피해자를 유린하는 한국사회의 구조적 강간문화를 막을 최소한의 보호조치가 마련됐다. 그러나 법의 통과를 전하는 일부 언론의 모습에 분노를 느낀다. 과연 피해자를 배려하고 그들이 겪은 고통을 이해하는 보도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지난 20일 <문화일보>에 게재된 이신우 논설고문의 <'야동' 볼 권리>는 제목부터 문제다. 합법적으로 만들어지는 영상과 본인의 동의 없이 촬영되거나 유포되는 불법 성착취물을 등치시킨 뒤, “햇볕을 차단하면 곰팡이가 피게 마련”이라고 말한다. <문화일보>와 이신우 논설고문에 묻는다. 불법 성착취물이 과거 소라넷과 '웹하드 카르텔'등을 통해 퍼져나가는 것을 방치하고, 피해를 입은 여성이 생을 포기하게 만드는 사회가 과연 '햇볕이 비치는 사회'인가. 사생활 침해를 운운하기 이전에, '디지털 성범죄'는 한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할 수도 있는 폭력임을 기억하라.

 

   'N번방 방지법'이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일부 경제지들의 보도도 마찬가지다. 강한 규제로 업계가 힘들어진다는 지적에는 온라인 공간에서 벌어지는 불법과 유해행위에 대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중요한 질문이 빠져있다. 이용자의 사생활 침해 우려를 비롯해 기술적·관리적 조치의 보완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정책의 실효성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사업자의 '피해'가 강조되어서는 안 된다. 'N번방 방지법'이 주목해야 할 피해자는 사업자가 아니라, 우리가 방관해 온 불법 성착취물의 희생자들이다.

 

   'N번방 사건'이라 불리는 공간에서의 피해자는 파악된 것만 100명이 넘는다. 신원이 확인된 피해자 중에는 10대가 26명으로 가장 많다. N번방 너머의 디지털 공간에서 성착취 피해자는 헤아리기도 힘들다. 모두 법이 더 일찍 마련 됐다면 피해를 입지 않았을 우리 주변의 여성들이다. 우리 삶이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듯이, 우리는 N번방 이전의 사회로 돌아갈 수 없다. 이제 우리는 매일 쓰는 메신저에서, 인터넷 웹사이트에서, 직장 동료나 지인이 건네는 스마트폰 화면에서 디지털 성착취물을 공유하는 것이 범죄라는 사실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 또한 비슷한 사건에서 보호해야 할 사람이 누구인지, 하지 말아야 할 말이 무엇인지도 분명해졌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성평등위원회는 N번방 관련 보도에 대해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을 알리는 보도'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N번방 방지법' 과 관련된 보도 기준도 다르지 않다.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대책, 피해자 보호와 지원 과제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질 수 있는 보도만이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다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현장의 모든 언론인에게 촉구한다. 피해자를 기억하라. 

 

2020년 5월 25일 
전국언론노동조합 성평등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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