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연루 외주제작 관련자가 '그때 그 순간' 제작!!!
비리연루 외주제작 관련자가 '그때 그 순간' 제작!!!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3.03.19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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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2시 언론노조 KBS본부와 언론, 시민단체들은 역사왜곡, 관제 개편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했습니다. 민족문제연구소 이사장인 함세웅 신부(두번 째 사진), 박석운 민언련 공동대표 등이 참석했습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충격적인 사실이 공개되었습니다.

2005년 한 외주제작사 사장이 친동생의 전기자동차 회사를 허위, 과장 내용으로 방송해 소개해 물의를 빚었던 사건이 있었고, 문제가 불거지자 감사가 실시돼 해당 외주제작사는 퇴출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방송에 소개되었던 자동차 사장이 현재 <그때 그 순간> 외주제작사의 사장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기자회견문을 참고 바라며, 내일 발간되는 노보에서도 사건의 전말을 자세히 전합니다.

 

 

 

 

 

 

 

 

 

[언론시민단체 공동 기자회견문]

 

부역사장의 정권 헌납 관제개편

누가 박정희를 무덤에서 불러내는가?

- 문제를 일으켜 퇴출되었던 인물의 외주사가

[현대사] 프로그램 제작 담당.

 

KBS의 프로그램을 헌납해 사장 자리에 오른 길환영이 결국 본색을 드러냈다. 외주제작사를 시켜 현대사를 다루는 정규 프로그램을 제작, 이번 봄 개편(4월8일 예정)에 편성하겠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친일과 독재를 미화해 민족정기와 국가적 정체성을 훼손시켰다는 비판을 받은 [이승만, 백선엽 다큐] 류의 프로그램을 간헐적인 특집이 아닌 상시 정규 프로그램으로 편성하겠다는 얘기다. 당시 이 프로그램을 실질적으로 기획하고 진두지휘한 것이 길환영이었다는 점을 상기하면 또 한 번 자신의 특기를 발휘하는 셈이다.

 

사측은 주장한다. 현대사 프로그램을 정규 편성하는 게 뭐가 문제냐고? 오히려 한국의 대표 공영방송으로서 우리 역사의 중요한 한 부분인 현대사를 적극적으로 프로그램화 하는 게 필요하다는 말이다. 원론적으로는 이러한 견해에 동의한다. 사실 과거에도 비슷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역사스페셜 팀 내부에서 현대사 프로그램 제작에 대한 논의를 몇 차례 한 적이 있었다. 당연한 문제 의식에서 출발한 자연스런 논의이다.

 

007작전 하듯 비밀리에 현대사 프로 외주 진행, 준비도 졸속 날림

 

그러나 이번 봄 개편에 편성하려는 현대사 프로는 결코 정상적인 논의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마치 007 작전을 펼치듯 편성과 외주 일부 간부만이 정보를 공유한 상태에서 비밀리에 진행했다. 역사 프로그램 제작 주무 부처라 할 수 있는 다큐국의 PD들은 불과 2주 전에야 이런 사실을, 그것도 우연히 알게 되었을 뿐이다.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9시 뉴스’나 ‘1박 2일’을 외주화하는 데 보도국 기자들이나 예능국 PD들에게는 비밀로 부치고 추진한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식으로 밀실에서 개편 논의를 진행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준비과정을 살펴보면 졸속 날림 개편의 징후가 뚜렷하다. 외주국에서 현대사 프로를 담당한 PD는 3월1일자로 외주제작국에 발령받았다. 그리고 4월 8일 개편에 맞춰 준비하라고 지시받았다. 불과 한 달하고 1주일 남짓한 기간에 60분짜리 신설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라는 것이다. 불가능한 요구다. 10년을 넘게 해온 [역사스페셜]도 제작 기간이 최소 2개월이다. 하물며 논란의 여지가 많은 신설 현대사 프로를 한 달여 만에 만들라고 하는 것은 결코 정상적인 제작 프로세스가 아니다. 도대체 무엇이 그렇게 급하단 말인가?

 

전무후무한 현대사 프로 외주화, 목적은 사측의 일방통행

 

무엇보다도 현대사 프로그램을 외주제작사를 통해 제작한다는 것은 상식을 벗어난 행위다. 지금까지 시사와 역사 관련 프로그램은 내부 제작을 원칙으로 해왔다. 간혹 외주 제작을 하는 경우에도 다큐국 관련 부서의 철저한 관리를 거쳐 제작을 진행했다. 시사나 역사는 사회 내부 구성원간의 이해관계가 치열하게 부딪치는 지점이 많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책임의 한계가 미흡한 외주에서 감당하기에는 무리가 많다.

특히 현대사는 웬만한 시사보다 사회 내 충돌과 갈등의 가능성이 훨씬 높다. 보다 많은 주의가 요구되고 제작 주체의 책임 한계도 한층 강화되어야 하는데 이를 어찌 외주사에게 맡겨 처리한단 말인가?

 

속셈은 뻔하다. 내부 구성원을 통해 제작할 경우 잡음의 소지가 많을 것을 우려해 외주사에게 맡기려는 것이다. 철저한 을의 입장인 외주사는 아이템 선정부터 구체적인 프로그램의 내용까지 갑인 KBS 사측의 요구대로 만들 수 밖에 없다. 지난 4년여 동안 편파성 논쟁을 일으킨 많은 관제 프로가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져왔다. 아덴만 작전, MB 자원외교, 4대강 등 일일이 거론하기 힘들만큼 많은 정권 홍보 프로가 그 사례들이다.

 

A 외주사 기획안, 10월 유신은 경제발전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

 

불행히도 이러한 우려는 현실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현대사 프로를 담당할 외주사에서 제출한 기획안을 살펴보던 중 논란의 가능성이 높은 아이템들을 다수 확인하였다. 10월 유신, 새마을운동, 윤이상, 신상옥&최은희, 육영수 피습 등. 지금의 정치 환경에서, 지금의 KBS가 최소한의 중립성이나마 지키리라고 기대하기 힘든 아이템들이다.

 

특히 ‘10월 유신’과 관련해 정리한 A 외주사의 기획안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다. 그 중 일부만 옮겨보면 “1969년 13.8%에 달했던 경제성장률은 1972년 5.8%로 급락했다. 돌파구가 필요했다. 중화학공업 육성을 위해 강압적인 자원분배가 필요했고 철권이 요구되었다. .....”

박정희 독재를 영구화하기 위해 획책한 유신을 경제적 난관을 타개하기 위한 정책적 판단으로 둔갑시킨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조차 ‘헌법가치를 훼손하고 정치발전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며 머리 숙여 사과했던 유신이다. 그것을 불가피한 선택이었던 것처럼, 경제발전을 위해 필요한 조치였던 것처럼 포장하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A 외주사의 실질적인 대표는 과거 문제를 일으켜 퇴출당한 J씨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A사의 경우 실질적인 대표가 2005년도에 문제를 일으켜 퇴출당한 J씨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현재 A사의 대표는 J씨의 동생으로 되어있다. 그러나 불과 1년전 기사만 보더라도 J씨가 대표, 동생은 본부장으로 소개되어있다.

2005년 J씨가 퇴출된 과정은 당시 KBS노보에 수차례에 걸쳐 자세히 기사화되었다. 내용은 이렇다. 당시 B사의 대표였던 J씨는 같은 해 6월에 방송된 수요기획 ‘자동차, 반란을 꿈꾸다’라는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한 벤처회사가 100일 동안의 프로젝트를 통해 세계 최초의 상용 전기자동차를 만들어내는 얘기를 담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해당 전기차는 건설교통부의 주행테스트를 통과하지도 못했을 뿐 아니라, 세계 최초의 상용 전기차라는 주장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 황당했던 것은 방송에 소개된 벤처회사 대표가 J씨의 친동생이라는 사실이다. 결국 형이 동생 회사를 허위로 홍보해주는 프로그램을 제작해 납품한 것이다. 결국 J씨의 B 외주사는 KBS에서 퇴출 조치를 당하고 내부 관련자는 인사위원회에 회부되었다.

당시 벤처회사 대표였던 J씨 동생은 그 이전에는 ‘세녹스’라는 유사 휘발유를 제조, 유통하다가 물의를 빚고 사업을 접은 바 있다. 바로 그 동생이 현재의 A 외주사 대표로 있는 것이다. 방송계에서 이렇다 할 경력을 쌓은 적이 없는 J씨 동생이 외주사의 실질적 대표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많다. J씨가 실제 대표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실제 작년까지는 J씨가 대표인 것으로 유력 일간지의 부고기사에 소개되어 있다.

설혹 J씨 동생이 외주사 진짜 대표라 하더라도 문제는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 문제라고 볼 수도 있다. J씨 동생은 허위 사실을 방송해 자신이 운영하는 사업체의 이익을 도모한 장본인이다. 또 그는 방송 프로그램 제작 경험이 거의 없다. 이런 사람이 대표로 있는 곳에 현대사처럼 중요한 프로그램을 맡긴다는 것은 애당초 말이 되지 않는다.

 

J씨는 공채9기로 입사한 PD출신이다. 길환영 사장은 공채 8기다. 혹시 길사장과 J씨의 은밀한 사적 관계가 자격 없는 외주사에게 논란의 가능성이 큰 현대사 프로를 맡긴 배경이 아닐까 의심되는 대목이다.

 

정권 헌납 관제개편; ‘뉴스라인’은 30분에, 1라디오 ‘열린 토론’은 폐지

 

이번 개편은 한마디로 부역사장에 의한 ‘정권 헌납 관제개편’이다. 제작, 편성, 보도 그 어디도 이번 개편의 책임있는 주체가 아니다. 각 부문의 실무자는 물론 간부들조차 이번 편성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논란이 되는 개편의 주요한 내용은 막상 캐고 들어가면 결국 본관 6층 사장실로 연결되는 정황들이 곳곳에서 포착된다.

 

뉴스라인을 11시 30분으로 옮기는 것만 하더라도, 보도본부 기자는 물론 편성과 제작의 PD들도 반대기류가 압도적이다. 30분에 시작하는 뉴스는 누가 봐도 뜬금없다. 오랜 기간 시청자들에게 각인된 시간을 변화시킬 때는 설득력 있는 대안이 제시되어야 하는데 그런 것이 전혀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되고 통보되었다. 덕분에 10시50분에서 11시 30분까지 전무후무한 40분 프로그램을 제작해야 하는 PD들은 난감하기만 하다. 프로그램의 호흡이 애매하기 때문이다.

설상가상 지난 4년간 시사적 기능이 끊임없이 거세된 1라디오의 경우, 그 나마 유지되던 시사적 요소들마저 이번 개편에서 완전히 없애려고 한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열린 토론’의 폐지다. 다수의 라디오PD들이 결사반대하지만 사측은 요지부동이다. 대한민국의 국가 기간 채널이 순식간에 ‘닫힌 채널’로 몰락할 상황이다.

 

길환영 사장에게 경고한다.

방송의 공정성이 훼손되었다고 판단되는 순간 KBS는 존재가치를 상실하게 된다. 하물며 수신료 인상과 같은 논의는 입 밖에 꺼내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을 것이다. 스스로의 본분을 망각한 공영방송을 누가 지지한단 말인가? 국민의 외면은 공영방송의 죽음이다.

정권에게 아부할 것인지, 국민에게 봉사할 것인지 이제는 결단하라.

 

 

 

 

2013. 3. 19

현대사 왜곡관제개편 저지를 위한 언론시민단체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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