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6호-6] [지부장 기고] 촌스러운 이야기
[236호-6] [지부장 기고] 촌스러운 이야기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20.07.29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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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스러운 이야기 

오준 광주전남지부장

 

  시종일관 카메라가 아래에서 위를 향합니다. 논두렁에서 유모차 끌고 걸으실 때도, 고추밭에 쪼그려 앉아 잡풀 뽑으실 때도, 마을회관에서 어매들 인생이 담긴 찰진 농 나누실 때도, 허리가 꼬부라질데로 굽어버린 우리 어매와 할매의 얼굴 한 번 담을라치면 그럴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 지역의 대표 프로그램으로 지역민의 사랑을 받고 있는 ‘남도지오그래피’ 이야기입니다. 이 프로그램이 13년간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고향의 풍광을, 시골 어르신들의 사투리를, 그들의 인생을 녹여 매일 오후 5시 40분에 지역민을 찾습니다. 총국계정 유튜브에도 실려 전 세계 동포들과 함께 하며 정규프로그램 중 가장 높은 조회 수를 꾸준히 기록하고 있습니다. 

  다매체시대가 열리고 플랫폼이 다양해지면서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 OTT 서비스는 세상을 바꾸고 있습니다. ‘로컬’에서 ‘글로벌’과도 경쟁해야 하는 지금, 지역방송은 어디를 향해야 할까요? 지역방송은 지역민의 이해와 관심이 담긴 프로그램을 제작해야 하는 것이 숙명입니다. 당연히 누구나가 인정할 만한 고품질 콘텐츠여야 합니다. 양질의 콘텐츠가 지역에서 먼저 인정을 받는 다면 전국이나 해외에서 수요가 생길 가능성도 높아질 것입니다. 그런데 결국 이런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선 적절한 비용이 소요될 수 밖에 없습니다. 

  다시 ‘남도지오그래피’입니다. 이 데일리프로그램이 주당 720만원의 제작비를 사용합니다. 총국에서 제작하는 다른 프로그램들보다는 큰 금액이지요. 총국에는 한 주 기획조사비가 8만원인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2,700만원이면 총국 전체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습니다. 통상 지역방송의 시간당 제작비는 중앙 대비 10%에 불과합니다. 그런데도 정규제작비를 온전히 배정 받지 못해 대다수의 총국이 수입금마련지출로 연명하고 있습니다. 

  결국 촌스러운 이야기입니다. 지역 콘텐츠 경쟁력을 위해 지역의 정규제작비만이라도 제대로 지급해야 합니다. 비워진 지역의 인력은 채워야 합니다. 전략적인 편성과 모바일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콘텐츠 제작 방식도 고민해야 합니다. 우리가 공영방송의 길을 계속 갈 수 있으려면, 지역이 KBS여야 하고 KBS가 지역이여야 합니다. 지역방송의 가치는 KBS의 가치가 되어야 합니다. 담양 창평댁이 동백이가 되고 칠곡 덕수아재가 지정생존자가 될 날을 만들려면 우리는 반드시 그렇게 해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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