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7호-1] 헬멧과 고글은 ‘수퍼맨’을 만들 수 있을까?
[237호-1] 헬멧과 고글은 ‘수퍼맨’을 만들 수 있을까?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20.09.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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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합원 기고문 | 현장의 목소리 

헬멧과 고글은 ‘수퍼맨’을 만들 수 있을까?

부산울산지부 / 정민규 조합원

 

  태풍 마이삭이 강타한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의 바람은 거셌다. 카메라를 들고 MNG를 메고 있던 이한범 조합원의 몸이 휘청거렸다. 그나마 안전하게 방송을 할 수 있는 곳이라 판단해 선 곳이었는데도 그랬다. 몸을 가누기 어려웠다. 원고를 써놓은 휴대전화는 터치가 되지 않았다. ‘원 테이크’로 가기로 했던 터라 밑그림은 없었다. 생각나는 말을 내뱉으며 “시청자 여러분들께서는 안전한 실내에 머물러 주십시오”라고 나름의 진심까지 담아 ‘아무 말 대잔치’를 끝냈다. 유튜브 댓글에서 가장 공감을 많이 받은 댓글이 이랬다.

 

“엄마가 걱정하신다. 너도 빨리 집에 들어가라.”

  이거 말고도 1,300개 쯤 댓글이 달렸다. 표현 방식은 저마다 달랐지만 대부분 취재진의 안전을 걱정하고 있었다. 남들의 안전을 위한답시고 현장에 나가 있으면서 정작 나 자신의 안전도 지키지 못하게 비친 게 부끄러웠다.

 

 

  일전에 도쿄대 종합방재정보센터를 찾았을 때 다나카 아츠시 센터장이 “기자는 수퍼맨이 아니다”라고 했던 말에 고개를 끄덕였던 게 생각났다. 당시 다나카 센터장은 “만약 취재진이 잘못된다면 그 구조적 비용과 사회적 비용은 어떻게 할 것인가, 목숨을 구해야 하는 언론이 사회적 책임은 또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내게 물었다. 1991년 화산 폭발로 16명의 취재진이 사망한 사고를 통해 일본 언론이 뒤늦게 얻은 교훈이라고 했다.  

  부산에서도 10년 전 촬영을 하던 지역 민방 기자가 파도에 휩쓸려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있기도 했다. 하지만 ‘좋은 그림’과 ‘안전’을 저울에 올려놓는 현장에서는 아직 답을 찾지 못한 듯하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이번 일을 계기로 한 가지만큼은 얻은 답이 있다. 헬멧과 고글이 슈퍼맨을 만드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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