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 재설계안’이 아니라 엉성한 ‘인력 감축안’
‘직무 재설계안’이 아니라 엉성한 ‘인력 감축안’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21.01.1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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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무 재설계안’이 아니라 엉성한 ‘인력 감축안’

 

    사측이 오늘(11일) 언론노조 KBS본부 집행부를 상대로 혁신추진부가 만든 ‘직무 재설계안’을 설명했다. 본문 내용만 240여 페이지에 이르고, 설명 및 질의응답 과정에 4시간 여가 소요됐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오늘 설명회 과정을 통해 드러난 이번 직무 재설계안을 꼼꼼하게 살펴보았다. 그런데 이번 직무 재설계안의 구체적인 내용과 방향성은 허점 투성이었다.

 

4,550개 직무 中 950개 감축... ‘직무 재설계’가 아닌 ‘인력 감축안’

 

   사측은 ‘직무’를 구성원 1명이 상시적으로 수행하는 업무라고 규정했다. 현재 KBS내 4,550개에 이르는 직무를 오는 2025년 1월까지 950개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15개의 국, 34개의 부서가 감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남아있는 부서들도 대부분 직원 수 축소 등을 예고했다.

 

   ‘직무 재설계’라는 제목이 무색하게 직무를 다시 디자인한 흔적은 없고 엉성한 ‘인력 감축안’만 나열했다. 직무 재설계안에 나온 직무는 일(JOB)이 아니라 사람(people)이었다. 재설계안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표현 가운데 하나가 ‘개인별 직무량 확대와 업무 분장 조정’이다. 쉽게 말해, 인원을 줄이더라도 해야 할 일은 비슷하니 남은 사람들이 일을 더 하라는 뜻이다. 기존 업무를 어떻게 줄이거나 조정할지에 대한 고민이 없다. 사측은 그런 판단을 한 잣대와 대안도 제시하지 못했다. 단순히 부서를 통합하고 직원 수를 줄이는, 너무나 간단한 아이디어를 어떻게 ‘직무 재설계’라 부를 수 있는가.

 

‘인원은 줄이되 일은 그대로’... 외주화, 퇴직자 재고용도 남발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최소한의 고민과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직무 재설계를 기대했다. 하지만 공개된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공영방송에 대한 깊은 고민이나 과학적인 대안은 빈약하다. 그야말로 ‘직무 재설계’부터 먼저 꼼꼼히 하는 것이 순서 아닌가? 이번 안에는 ‘직무’와 ‘인력’의 개념이 혼용되고, 인력 현황에 맞춰 프로그램 제작 등 일이 재단되고, 편성이나 방통위 인허가 가능성 등 주변 환경의 변화를 근거 없이 전제하고 작성하는 등 허점이 너무나 많다.

    

   직무 재설계를 통해 줄어든 인원을 외주화, 퇴직자 재고용 등으로 메우겠다는 태도 역시 매우 우려스럽다. 외주화는 그렇게 간단히 꺼낼 수 있는 대안이 아니다. 현재 내부 구성원들이 하고 있는 업무들을 무차별적으로 외주화한다면, 언뜻 인건비가 줄어들어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뒤따를 제작비 폭증과 전문성 저하는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심지어 외주 시장이 존재하는지, 그 비용에 대한 기초 정보도 사측은 누락했다. 퇴직자 재고용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 시행중인 퇴직자 재고용 자리들도 제대로 채우지 못할 정도로 불안정한 상황인데, 이를 무작정 늘리겠다는 계획은 너무나 무모하다.

 

‘KBS 성장전략’ 전무... 경영 철학 빈곤 드러내

 

   이번 재설계안은 경영 철학의 빈곤을 드러냈을 뿐이다. ‘다매체 시대, 공영방송 KBS의 차별점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KBS의 경쟁력을 어떻게 강화해 나가야 하는가’ 등의 심도 있는 고민들은 이번 직무 재설계안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단지 부서별로 인원을 얼마나 줄이고 인건비를 얼마나 감축할지에 대해서만 골몰했을 뿐이다. 언론노조 KBS본부가 수차례 우려했던 대로, 뺄셈 혁신안이다.

 

   오늘 공개된 직무 재설계안의 내용이 확정된 최종안이 아니며, 우리 노조와 사내 임직원들의 지속적 피드백을 받기로 약속받은 것은 다행이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각 구역별 중앙위원과 지부장 등을 통해 이번 직무재설계 안의 보다 상세한 내용들을 구성원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이 과정을 통해 구성원들의 구체적인 의견들을 모아내고, 이를 사측에 전달할 공청회 자리를 별도로 만들 것이다. 현장의 목소리가 담기지 않은 직무 재설계안은 폭력적일 뿐 아니라 회사 경쟁력에도 치명타가 될 것이다.

 

 

2021년 1월 11일
자랑스러운 KBS를 만드는 힘!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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