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은 제 할 일을 하고 사원들에게 수신료 프로젝트 협조를 구하는가?
경영진은 제 할 일을 하고 사원들에게 수신료 프로젝트 협조를 구하는가?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21.01.27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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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진은 제 할 일을 하고

사원들에게 수신료 프로젝트 협조를 구하는가?

 

 

  경영진이 오늘 회사의 수신료인상안을 이사회에 상정 시도한다. KBS공영성강화프로젝트팀이 지난해 7월 출범한 지 반년만이다.

 

수신료 현실화는 절대적인 과제이다

  수신료는 정치·자본에 의존하지 않고 공적 역할과 책무를 다하는 데 필요한 국가기간방송의 재원이다. 수신료는 1981년부터 40년간 월 2,500원 제자리에 머물러있었다. KBS 재원 중 수신료 비중을 살펴보면 BBC(75%), NHK(98%) 등 해외 공영방송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46%에 불과하다. 수신료 변화를 논의할 때가 되었다.

 

수신료는 재정위기가 아닌 공영성 강화와 연결되어야 한다  

  수신료 현실화는 공영방송의 재정위기를 벗어나려는 임시방편이 아니다. 수신료는 ‘가짜뉴스’, ‘선정성’ 등 공영성이 무너지는 미디어산업에서 국민에게 공적 가치가 담긴 미디어서비스를 하기 위한 최소한의 담보이다. 수신료는 ‘공적 서비스 강화’의 절대적 수단이자 공영성을 지키겠다는 의지인 것이다. 국민들은 수신료 2,500원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KBS가 공적 책무를 다하고 있는지 묻고 있다.

 

  경영진은 스스로 수신료가 재정이 아닌 공영성과 직결됨을 이야기하면서도 각론에 들어가면 거꾸로, 모순된 논지를 펼친다. 수신료 현실화의 의의를 ‘재정위기’에서 찾고 ‘뼈를 깎는 자구책’을 수단으로서 지나치게 강조한다.

 

  지난해 7월 사장이 수신료현실화 추진을 알리며 제시한 ‘경영혁신안’은 사실상 재정위기에 따른 ‘회사 규모 축소안’이다. 그 산물인 <직무재설계안>은 노골적인 인력 감축을 골자로 하고 있다. 공적책무를 보강해 공영미디어서비스를 강화하겠다는 수신료현실화 근본 취지와는 달리, 이번 직무재설계안에는 공영방송이 해야할 일의 확립이 아니라 인원을 줄일 수 있을지에 대해서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심지어 몇몇 부분은 KBS가 해야할 공적 책무마저 흔드는 내용이 담겼다. 경영진의 수신료 정책 자체가 앞뒤가 맞지 않은 채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경영진이 증명해야할 공적책무 강화는 소홀한 채, 사원들의 희생만 요구한다

  지금껏 회사는 ‘수신료 인상을 위한 자구 노력’이라는 명목으로 인력과 인건비 줄이기에만 골몰돼 직원들 희생을 강요해왔다. KBS의 인력은 지속적으로 축소돼 1997년 6,400명에서 2020년 약 4,550명으로 1800명 이상 줄었다. 임금 또한 최근 5년간 평균 인상률이 1%에 불과하여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후퇴 또는 동결된 셈이다. 이는 경영진이 국회 등에 수신료 현실화 근거로 스스로 밝히는 ‘구성원들의 뼈를 깎는 노력’이다. 그런데 경영진은 내부에서는 같은 자료를 두고 표변(豹變)한다. 수신료 현실화를 내세우며 허술한 직무재설계, 고용 절제, 임금복지 축소 등 일방적 희생을 여전히 강요하고 있다. 사원들을 줄이고, 임금복지를 깎는 것만으로 국민적 동의가 이뤄질 거라는 생각은 단견이다.

 

  한편 경영진이 이사회, 국회, 방통위, 국민을 설득한 결실이 보이지 않는다. 이사회에 상정할 타이밍이면 KBS의 공적서비스 실천을 이미 충분히 보였어야 한다. 무엇보다 수신료 프로젝트의 관문인 국회 및 정치권과 최소한의 공감대는 이뤘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방통위 및 정치권의 선긋기, 잦은 방송사고와 저조한 방송평가를 볼 때, KBS본부와 사원들은 경영진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수신료 현실화라는 목적은 알겠는데 이를 위해 경영진은 무엇을 이뤘는가? 수신료 현실화는 가능한가?

 

  우리 사원들 모두 경영진의 비전을 중심으로 수신료 현실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공감대가 있다. 그러려면 기본 조건이 있다. 경영진이 최소한의 가능성과 전략을 담보해야 한다. “경영진이 해야할 일이라서”, “계획안을 성심껏 작성하면 KBS의 진심을 알아줄 테니”라는 말을 믿고 따를 사원은 없다. 직무재설계처럼 허술한 계획과 오락가락한 지역국기능조정 정책을 떠올릴 때, 사원들은 희생과 양보에 선뜻 나서기가 힘들다.

 

  어려운 여건에서 사원들은 나훈아쇼를 제작해 국민적 위로를 전달했다. 1년이 넘는 코로나19 상황을 끈질기게 보도함으로써 국민에게 공적서비스의 가치를 새롭게 보여줬다. 사원들은 할 만큼 하고 있다. 경영진이 수신료 현실화를 바란다면 임금복지 축소, 인력 감축 등 사원들의 희생만 읊지 말라. 경영진이 해야 할 일을 해서 가능성을 증명할 때이다.

 

 

2021년 1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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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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