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KBS를 열겠다고? 경영진은 ‘언행일치’를 할 수 있는가
새로운 KBS를 열겠다고? 경영진은 ‘언행일치’를 할 수 있는가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21.03.02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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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KBS를 열겠다고? 

경영진은 ‘언행일치’를 할 수 있는가

 

 

   양승동 사장이 <공사창립 48주년 기념사>를 통해 현안을 진단하고 KBS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일상적으로 취임 초기부터 명료했어야 마땅한 사내 메시지 작업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미흡하다. 경영진의 언행일치(言行一致)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영진은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미래의 공영방송, 새로운 KBS의 시대를 어떻게 열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찾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작금의 직무재설계안 논의 상황을 따라가면, KBS가 주어진 숙제를 풀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구성원은 많지 않다. 직무재설계안 초안은 노동조합, 직능협회, 임원들을 비롯해 전사적인 재고 요구를 지속적으로 받고 있다. 이를 인식한 듯, 양승동 사장은 오늘 기념사에서 혁신추진부 초안을 ‘초벌 설계도’로 낮춰 명명했다.

 

   현재의 직무재설계안은 비정상적으로 열악한 인력 상황을 토대로, 달라진 미디어환경과 2021년 변화된 현장의 제작·업무 내용을 반영하지 못한 채 작성됐다. 직무재설계는 ‘업무는 어떻게든 굴러가니 경영수지에 맞추자’, ‘근본적인 공적책무 이행보다, 수신료 인상용 경영효율화 보여주기가 우선’, ‘본질은 인력감축이지만, 직무재설계라고 포장하자’, ‘옛날 인력수준에 비하면 업무 가중은 견딜 만할 것이다’ 수준의 모토 아래 추진되었다. 경영진의 직무재설계가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적응해 KBS의 시대를 열자’는 본래의 목표에 부합하기를 기대할 수 없음은 당연하다

 

“직무(일)에 대한 재설계는 없고 인력감축만 있다.”

“선택과 집중의 원칙을 찾아볼 수 없다.”

 

   언론노조 KBS본부가 지속적으로 지적했고, 동시에 많은 구성원들도 공감했던 비판이다. 양승동 사장은 이런 비판들에 호응해 ‘새로운 직무의 필요성’과 ‘인력이 늘어날 영역’이 있음을 최초로 인정했다. 그리고 예년 수준을 넘어서는 채용을 올해 상반기 내 시행하여 대규모 자연 퇴직에 대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직무재설계안은 인력 감축안’임을 공개적으로 밝히며 수정 보완 요구를 외면하던 기존 혁신추진부의 입장으로부터 한 걸음 나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관련 논의에 언론노조 KBS본부의 보완과 감시가 절실함을 동시에 방증한다.

 

   우선 직무재설계가 ‘초벌 설계도’에 불과하다면서도, 직무를 제대로 정밀하게 분석하기보다는 인력감축의 폭만 조절해가며 결국에는 뜻대로 밀어붙이겠다는 속내가 읽힌다. 공적 책무를 이행하는 영역의 인력을 두텁게 하겠다고 하면서도, 무엇을 위해 어느 규모의 인력을 어떻게 충원할 것인지 계획이 밝히지 못하고 있다. 직무재설계와 공적책무 강화, 채용 실시가 하나의 사슬로 유기적으로 이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책적인 일관성이 보이지 않는다. 올해 1월 새롭게 업무에 투여되는 신입사원이 전무(全無)한 가운데 ‘예년 수준을 넘어서는 규모의 채용’이라는 표현은 의미가 크지 않다.

 

   직무재설계를 원점에서 검토하라

 

   언론노조 KBS본부와 조합원들은 전 KBS구성원들의 뜻을 모아 경영진에 ‘직무재설계를 원점에서 검토하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경영진은 이를 모면하기 위해, KBS본부의 지적에 호응하는 듯한 표현과 국지적인 수치 조정으로 엉터리 직무재설계를 강행할 것을 꿈꾸지 말라. KBS본부가 2020년 7월에 전면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와 2월 26일 실시한 경영진단 설문을 통해 확인한 구성원들의 메시지는 일관적이다. KBS에 변화는 필요하되, 경영혁신이든 직무재설계든 구성원의 의견을 받아 제대로 된 방향으로 하자는 것이다. 

 

   양승동 사장이 ‘새로운 직무의 필요성과 공영성 강화를 위해 인력을 보강하겠다’고 밝혔으면, 이를 담당하는 실무진은 구체적인 계획과 실천을 보여야 한다. 리더의 공식 발언이 허무한 제스처에 그치게 된다면, 능력과 도덕성이 결여된 조직의 존재 의의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리더십은 기한과 목표를 명확하게 하고, 과정과 결과를 체크해 그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인적자원실, 전략기획실 등 사측 실무부서는 리더십의 부실함을 즐기지 말고, 실천으로 스스로의 존재 필요성을 보여라. 

 

   ‘인력 보강’ 약속, 구체적인 계획과 실천으로 이어져야

 

   사장과 그를 보좌하는 그룹은 언행일치(言行一致)를 위해 움직여라. 이를 위해 우선 사원들과 정직하게 소통하라. 당기 흑자를 예산 운용의 효율화, 비용 절감 등 자구 노력의 성과로 포장할 수 있다. 그러나 이면에는 수입과 지출을 미리 가늠하지 못해 1천억 가깝게 빗나간 경영진의 미흡한 예상 능력, 그리고 수십 억원의 국고 반납이라는 ‘순손실’이 있다. 경영회계시스템 고도화라는 그럴싸한 메시지를 내기 전에, 비합리적인 개인평가시스템을 유발할 수 있는 가능성을 검토하고 사원들과 실질적으로 소통해라. 또다시 혼란만 초래하는 직무재설계의 전철을 밟을 것인가 

 

   구성원과의 소통, 언행일치 리더십 필요할 때... 직무재설계 원점 재검토로 경영의 기본 보여라

 

   양승동 사장은 경영효율화와 공적책무 강화를 위한 수신료 현실화 방안은 동전의 양면이라고 표현했다. 그렇다면 무조건적인 인력감축을 내포하는 기존 직무재설계를 폐기하는 대신 공적 책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직무를 선택하고 조직을 다듬어야 한다. 정확한 소통에 근거한 방향 설정과 언행일치의 리더십은 경영의 기본이다. 기본을 토대로 KBS인이 하나로 뭉칠 때, 비로소 밖으로 공적재원 확충을 논의할 수 있다. 경영진은 직무재설계를 원점에서, 근본적으로 재검토함으로써 경영의 기본을 보여라. 

 

 

2021년 3월 2일
자랑스러운 KBS를 만드는 힘!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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