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의 공영방송 거버넌스 개정안은 명백한 퇴행이다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의 공영방송 거버넌스 개정안은 명백한 퇴행이다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21.03.16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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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의

공영방송 거버넌스 개정안은 명백한 퇴행이다

 

 

   지난 2일,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정안을 발의했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논의가 이어진다는 측면에서 환영하기에는 그 구체적인 내용이 무척 우려스럽다. 여당 역시 공영방송의 정치독립적 거버넌스에 대한 의지와 철학이 부재함을 여실히 드러냈기 때문이다.

 

   해당 법안은 현재 11명인 KBS 이사를 13명으로 늘리되, 이중 7명을 정치권이 추천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이 7명의 정치권 이사를 여당 4명, 야당 3명으로 분배해 형평성을 신경쓰는 척했다. 그러나 공영방송 이사회의 과반을 정치권이 나눠 차지하겠다는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 명백한 퇴행이자,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현행 방송법 어디에도 정치권이 공영방송의 지배구조에 개입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행’이라는 이름 아래 여야 정치권의 KBS 이사 나눠먹기가 이어져 왔고, 이는 결국 KBS의 독립성 훼손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국민들이 ‘제대로 된 공영방송’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어떤 법률적 근거도 없는 정치권의 권한 오용으로 빼앗겨 온 셈이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논의’의 핵심은 이런 구태와 악습을 단호하게 끊어내는 것이다. 잘못된 관행을 반성하기는커녕, 구태를 오히려 양성화해 법률로 못 박자는 게 책임있는 집권 여당으로 할 소리인가. 현재 공영방송 지배구조의 부당하고 위법적인 관행에 대한 경각심, 그리고 이를 벗어나려는 절박한 태도를 먼저 갖춰야 한다.

 

   이미 국민의 힘 박성중 의원이 여야 7:6 나눠먹기 개정안을 발의해 놓은 상황이다. 집권 여당 소속 전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야당에서 발의한 나눠먹기식 개정안과 본질적으로 같다. 손에 쥐어있는 한 줌 권력을 놓지 않으려는 강력한 의지를, 여야가 한결같은 태도로 보이는 것을 보니 참으로 개탄스럽다.

 

   전혜숙 의원은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번 법률안을 제안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공영방송의 앞날을 함께 고민하는, 그 진심을 믿고 싶다. 법률안에는 200명 이하의 ‘사장후보시청자평가위원회’ 제안,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 확보를 위한 제안 등 의미가 큰 조항들 역시 분명히 존재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향후 논의 과정에서 힘을 쏟아야 할 부분은, 정치권 나눠먹기와 같은 퇴행적 대안이 아니라 다양한 층위의 새롭고 건설적인 대안들이어야 할 것이다.

 

   2021년은 KBS의 거버넌스가 새로 정립되어야 할 중요한 한 해다. 오는 8월에는 이사회가 교체되고, 12월에는 새로운 사장이 들어선다. 늦었지만 논의에 불을 붙이고, 구체적인 대안을 논의해야 한다. 우리는 누차 강조해 왔다. 용기를 내 내려놓는 자가, 결국 최종 승리자가 될 것이다. 집권 여당은 명심하라. 대중의 언론 혐오 뒤에 숨어, 언론 개혁에 소극적이거나 본질을 놓친다면, 우리는 그 책임을 매섭게 물을 것이다. 그 가장 주요한 잣대는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개선이다.

 

 

2021년 3월 16일
자랑스러운 KBS를 만드는 힘!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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