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은 겸허하게 직무재설계를 일단락지어라
경영진은 겸허하게 직무재설계를 일단락지어라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21.04.07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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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진은 겸허하게 직무재설계를 일단락지어라

 

    사측의 직무재설계가 사실상 미완(未完)으로 마무리되었다.

 

당초 천 개 가까운 직무를 축소하겠다는 계획은 기계적으로

국부팀장 자리만 10% 정도 줄이는 직위 조정 수준으로 변질됐다.

 

직무 중심으로 인력을 재배치해 경비를 줄이고, 탄력적인 조직 체계로 바꿔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대비하겠다는 사측의 야심찬 취지도 실종돼 버렸다.

 

   이번 직무재설계가 실패한 요인은 복합적이고 다양하다.

무엇보다 탄탄한 논리로 무장한 현장의 목소리를 극복하지 못한 점이 가장 크다.

현장과 충분한 소통이 없다보니 비전과 희망을 담아내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원칙적으로 직무와 인력의 재배치 필요성에 공감했던 이들에게조차

거센 반발을 살 수 밖에 없었다.

   

사측의 미흡한 준비와 대응이 뒤섞이면서 모두에게 찜찜한 결과를 낳았다.

   

 

제대로 시행될 리 없는 시행문, 시행 말았어야.

   

   직무재설계를 준비했던 혁신추진부는 이번 조직 개편으로 해체됐다.

실패로 끝난 직무재설계에 책임을 지고 조용히 사라질 만도 하지만 ‘뒤끝작렬’이다.

지난 4월 2일 코비스에 공개된 시행문을 보면 직무재설계안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직무재설계의 원활한 이행을 위해 과제별 책임부서를 지정하질 않나,

2024년까지 달성할 목표까지 친절하게 설명해놨다.

 

   혁추부가 당초 내놓았던 직무재설계안은 숱한 수정으로 넝마가 됐다.

여기에다 당장 채용과 수신료 인상 여부, 그리고 조직 개편 영향 등 변수가 많다.

그런데도 3년 뒤 청사진을 바탕으로 과제별 책임부서를 지정해 고집하고 있다.

 

무슨 능력으로 3년 앞을 예단하는 것인가. 

아직도 이번 직무재설계안이 마치 천의무봉(天衣無縫)이나 되는 것처럼

착각에 빠져 있는 게 아닌지 묻고 싶다.

 

   허점투성이 직무재설계안은 강제적인 시행보다 이정표로 남는 것이 맞다.

그러기 위해선 이런 알맹이 없는 시행문은 올리지 말았어야 했다.

제대로 '시행'될 리 없는 시행문은 결국 알량한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방편인가.

오만함이 마지막까지 하늘을 찌른다.

 

<출처 : 4월 2일 코비스 게시 시행문 '직무재설계 시행 및 과제별 책임부서 지정'>

 

동료에 대한 '존중'.. 교훈으로 삼아야

 

   직무재설계안은 실패로 끝났지만, 앞으로 어떤 식으로든 변화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은 노사 모두의 공통된 인식이다.

 

하지만 이번 직무재설계안은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불안감으로 변화를 원하던 조합원들의 눈에도

그저 현장과 동떨어진 탁상공론의 결과물로 비춰졌다.

 

   무엇보다 '동료에 대한 존중'이 빠졌기 때문이다.

원칙 없는 기계적 적용으로 동료들을 한순간에 그저 '감축 대상'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일하기 위한 자원과 명료한 비전, 정당한 평가, 조직문화 정비 등을

꼼꼼히 따져봤어야 했던 점을 소홀히 한 대가는 뼈아프다.

 

   존중과 애정이 빠진 직무재설계안은 결국 동료의 목을 겨누는 칼이 돼버렸다.

 

채용 빠진 직무재설계는 감축안일뿐

 

   채용 계획이 빠진 직무재설계안은 구조조정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뺄셈으로만 이뤄진 감축안에서는 '선택과 집중'이라는 명분조차 찾을 수 없다.

우리가 직무재설계와 채용은 하나의 원칙으로 유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대원칙을

누차 주장해온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번 직무재설계안 실패 원인들을 복기해본다면 앞으로 나가야 할 길은 명확해진다.

조직의 운명을 좌우할 정책이 소수의 책상머리에서 결정될 문제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무엇을 하든 간에 해답은 현장과의 소통에서 나온다.

 

충분한 시간을 들여 각 부서마다의 상황을 파악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존중을 바탕으로 구성원들의 설득과 동의를 구하는 절차도 필수적이다.

 

   사측은 이번 쓰라린 실패의 경험을 헛되이 버리지 않기 바란다.

우리는 더 이상 사측의 미숙한 대처로 일어난 불필요한 갈등을 참아줄 만큼 여유롭지 않다.

 

 

2021년 4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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