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조 성명] '촛불의 분노' 당신들은 들리지 않는가?'촛불의 분노' 당신들은 들리지 않는가?
[언론노조 성명] '촛불의 분노' 당신들은 들리지 않는가?'촛불의 분노' 당신들은 들리지 않는가?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21.04.08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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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노조 성명]
'촛불의 분노' 당신들은 들리지 않는가?

 

   하루하루 쏟아내던 의혹과 반박, 무책임하고 현실성 없는 약속만이 쏟아지던 말 잔치가 끝났다. 서울과 부산의 권력 교체를 가져온 민심의 변화에는 불과 4년 전 적폐 세력으로 평가받은 국민의힘에 대한 지지가 아니라 180석 거대 여당에 대한 실망과 심판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에는 큰 이견이 없어 보인다.

 

   오세훈, 박형준 당선인의 표에는 민주당에 대한 경고, 대통령을 향한 실망에서, 재개발 재건축, 가덕도 신공항과 초고속 열차로 얻을 이익까지 복잡다단한 민심이 얽혀있다. 민주당의 두 후보 또한 방법만 다를 뿐 재원을 고려하지 않은 대규모 주택 공급, ‘시혜’와 같은 청년,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원, 중앙정부와의 어떤 협의도 없는 신공항 계획을 내놓았다.

 

   1년 3개월 임기 동안 추진할 수 없는 공약, 2021년 시의회에서 확정된 예산을 거스르는 재정 지원 등 말뿐인 ‘공약’을 믿을 시민은 많지 않다. 무엇보다 두 정당의 어떤 후보도 이번 보궐선거가 치러지게 된 계기인 시장의 위계에 의한 성폭력, 성추행에 대한 사과도, 성평등 도시를 만들 계획도 내놓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이 계기를 민주당에 대한 정치적 공세로만 사용했을 뿐이다.

 

   이를 반영하듯 서울과 부산에서 각각 41%와 47%가 넘는 유권자들은 무효와 기권으로 거대 보수 양당에 대한 거부와 정치적 대안 부재에 대한 허망함을 표시했다. 현재의 정치적 구조 아래 어떤 시장이 되든 자신의 삶이 나아지지 않으리라는 침묵의 표현이다.

 

   언론노조는 집권 여당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을 갖는 이번 선거 이후 언론 현실이 더욱 악화하지 않을까 하는 깊은 우려를 감출 수 없다. 민주당은 4년을 허송세월하며 언론의 정치적 독립과 신뢰 회복을 위한 제도 개선 노력을 회피해 왔고, 국민의힘은 장악의 대상으로 언론 문제를 다뤄왔던 과거와 같은 태도를 버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오세훈 당선인은 지역 공영방송의 시민참여와 제작 자율성 보장을 요구하는 언론노조와의 정책 협약을 거부했고, 당선 직후에도 측근들을 앞세워 TBS에 대한 협박성 발언을 여과 없이 토해내고 있다. 박형준 당선인은 이명박 정권 청와대 홍보기획관을 지냈던 1년 동안 벌어진 언론탄압, 용산참사 이슈 물타기, 종편 특혜 방송법 통과 등에 대한 우리의 질문에 아직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언론노조는 과연 두 당선인이 지역시민과의 소통, 지역 공론장을 만들 의지가 있는지 심각한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당선인들의 공약에는 지역 언론 활성화, 지역 공영방송의 독립성에 대한 어떤 계획도 없다. 더 많은 시민에게 권한을 돌려주고 건강한 공론장을 확대하는 일에는 아예 관심이 없어 보인다.

당선인 오세훈 박형준과 국민의힘은 분명히 밝히길 바란다. 당신들의 공약을 정말로 실현할 수 있다면, 그 과정과 결과를 감시하고 평가할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약속하라.

 

   민주당 또한 거대 여당으로서 기득권을 내려놓을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혁에 속히 나서라. 오직 정치공학적으로 정권 재창출에만 몰두해 촛불 시민들이 요구했던 언론개혁의 핵심 과제들을 외면한다면, 민주당의 추락은 돌이킬 수 없을 것이다.

 

   민주당은 보궐선거 결과가 발표된 이후 출근길 시민들의 무거운 발걸음과 뒷모습을 똑바로 기억하길 바란다. 이번 선거 결과는 민주당의 일회적 패배가 아니다. 2016년 겨울 촛불 광장의 분노가 방향을 돌려 당신들을 향하고 있음을 깨닫기를 바란다.

 

2021년 4월 8일
전국언론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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