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과 이사회는 결단하라! KBS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입장을 밝혀라!
사장과 이사회는 결단하라! KBS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입장을 밝혀라!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21.05.12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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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과 이사회는 결단하라!
KBS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입장을 밝혀라!

 

   사장과 이사회는 국민으로부터 책임과 권한을 위임받아 국민의 공영방송을 이끌고 있다. 2021년 공영방송 리더십 구성의 원칙정치적 후견주의 배제와 국민 참여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것은양승동 사장과 이사들의 의무다.

 

   사장과 이사들은 KBS가 사회통합이 아니라 정쟁의 중심지로 귀착되온 역사를 잘 알고 있다. 정치권력이 공영방송을 정치적 도구로서 압박하고 이에 조응해 KBS 내부 일부가 국민이 아닌 정치적 이익을 위해 일하는 것에 문제 의식을 느낀다면, 행동해야 한다.

 

   정치가 독점한 공영방송 리더십 구성, 국민참여와 다원주의를 발현해야

 

   법적 근거 없는 여야 이사 추천 관행과 여야 7:6 발의안이 내포한 정치적 후견주의는 바람직하지 않다. 정당이 대의기관으로서 공영방송 리더십에 관여할 수 있다는 근거는 한국 정당의 성격과 정치 사회적 특성에 민감한 공영방송의 특징을 고려한다면 재검토되어야 한다.

 

   유럽이나 미국의 정당은 한국에 비해 경제, 종교, 가치관 등에서 지향하는 바가 차별화된 정책으로 드러나고 대변하는 국민 그룹도 구별된다. 반면 한국의 여·야당은 전국민의 지지를 추구하는 포괄정당(catch all)의 성격이 강하며 이념적 차별성이 거의 없다. 현 야당의 뿌리 세력도 과거 공약으로 경제민주화를 내걸었고, 학교 무상급식을 반대하던 서울시장은 지금 유치원 무상급식 정책을 주장하고 있다. 4.7 보궐선거 후 여당은 부동산 세금 정책의 전면 전환 메시지를 던졌는데 야당의 기존 주장과 유사한 면이 있다.

 

   양당의 차별성은 이데올로기가 아닌 이슈와 인물그리고 지역감정이 채운다. 국정농단 수사를 했던 윤석열 전 총장, 조국 전 장관 등 인물에 대한 정략적 평가가 어떤 정책보다도 더 뚜렷하게 정당을 구분한다. 노동, 복지, 환경이 아니라 지역감정이 여전히 선거 전략의 기본이다. 물론 지역감정, 이슈와 인물 중심 갈등은 공영방송이 담론으로 심화할 만한 갈등선이 아니다.

 

   공영방송의 독립성 보장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현재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많은 국가가 이슈관리나 여론조사 등을 통치의 수단으로 삼는다. 권력은 미디어의 동향에 매우 민감하며 특히 공영방송에 정치권이 개입하려는 욕구는 커졌다.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 전 홍보수석이 보였던 노골적인 압박과 다른, 쉬운 형태의 개입이 가능하다. 정치인은 유튜브를 이용해 프레임을 짤 수 있고 그 지지자들은 자신의 입장을 뒷받침하는 콘텐츠를 좇는다. 미디어는 불신의 풍토를 자초했다. 공적 재원 시스템을 이용한 여론압박이 일상화되었다. 정치가 공영방송에 개입할 여지는 오히려 커졌다.

 

   이런 환경에서 정치·이슈 콘텐츠가 공영방송에 대한 총체적 평가로 이어지는 과정이 반복된다. “공정”이라는 말 속에 공영방송이 정치적 책임 전가나 성토의 대상이 되기 쉽다. 공영언론의 성과와 오류를 성찰하면서 저널리즘을 진전시킬 기회는 적다. 정치에 함몰된 공영방송이 지역, 환경, 노동, 환경, 통일 등 다양한 가치에 대해 담론을 이끌 여유는 없어졌다.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 및 사장 임명에서의 정치적 독립은 국제적 기준

 

   공영방송에 대해 지속적으로 권고사항을 발의하고 적용하고 있는 국제기구는 유럽평의회(Council of Europe)이다. 1996년 이래 유럽평의회는 경영진과 이사회를 정치적 또는 기타 간섭의 위험을 피하는 등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을 강조했다. 세계에서 공영방송의 내부 감독기구인 이사회 전체 구성원을 국회가 공모임명하는 사례는 전무(全無)하다. 2021년 한국 국민도 국제적 기준에 따라 정치적으로 독립된, 다원주의를 추구하는 공영방송을 가질 자격이 있다.

 

   한국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 시민과 노동조합의 힘으로부터

 

   리더십의 정당한 구성만이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보장하지 않는다. 권력이 공영방송에 대해 개입하는 시도는 상시적이고 저항은 숙명이다. 공영방송이 사회적 논쟁을 이끌어 정부, 정당 등에 영향을 미칠 때, 정치적 독립성은 자연스럽게 입증됐고 국민의 신뢰도는 상승했다.

 

   모범적이라 꼽히는 공영방송 BBC에서 권력에 저항하는 양상을 살펴본다. BBC는 정치와 공영방송의 분리라는 원칙, 저널리즘에 기초한 전문직주의로써 권력의 개입에 저항한다. BBC에는 경륜과 전문성을 가진 제작자들이 저널리즘에 기초해 내적 토론을 벌이는 풍토가 있다. 권력은 위원회의 조사 보고서 같은, 적어도 형식적 정당성을 바탕으로 공영방송과 대립한다. 그 위의 최고경영진과 트러스트(이사회)는 자신을 임명한 정부에 대해 돌변하여 비판하는 기풍을 가진다이와 더불어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 리더들의 책임의식은 BBC 독립성의 핵심이다.

 

   반면 한국 공영방송이 권력의 부당한 개입에 저항해온 주체는 국민과 KBS 구성원들이었다. 국민들은 민주화 운동과 공영방송 바로 세우기를 한 맥락에서 보고 싸워왔다. 세월호와 국정농단의 진실을 공영방송이 제대로 전하지 않을 때, 국민들은 촛불을 들어 권력의 눈치를 보는 공영방송과 정치권을 질타했다.

 

   87년 민주화 이후, 공영방송 구성원들은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정부의 개입을 감시하고 저항했다. 낙하산 사장을 막았고 권력과 거리를 두지 않는 사장을 끌어내렸다. 대가는 컸다. 해고와 원치 않는 보직으로 발령내는 ‘인사학살’은 일상적이었다. 용산참사, 4대강 공사, 광우병 보도 등 정부에게 불편한 보도를 한 제작자들은 장시간 제작에서 제외되었다. BBC와 달리 한국의 공영방송 리더들은 정부에는 비굴했고안으로는 폭력적이었으며 국민을 외면했다희생은 국민과 사원의 몫이었다바뀌어야 한다.

 

   사장과 이사회는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한 행동을 시작하라

 

   2017년 MBC, KBS의 노동조합은 공영방송을 바로 세우기 위해 시민들과 광화문에서 수개월 간 치열하게 싸웠다.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 지배구조 개선은 싸움의 핵심 화두였다. 그 결과 국민에게 진실을 감췄던 경영진은 물러났고, 이후 양승동 사장과 이사들이 새롭게 선임됐다. 현재 KBS의 리더십은 시민과 사원들의 희생과 싸움 위에 세워진 것이다.

 

   이런 역사 속에서 양승동 사장과 이사회는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이라는 책무를 부인할 수 있는가권력의 개입에 저항하고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앞서 확인하는 책무는 당신들이 먼저 앞장서서 실천해야 한다. 더욱이 사장과 이사 상당수는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내걸고 싸워온 역사를 갖고 있다. 시민과 사원들에게 저항을 당부할 것이 아니라 함께 싸워야 할 당사자이다.

 

 

   공영방송을 정치로부터 지키는 조건

 

   정치로부터 독립적인 공영방송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조건이 필요하다. 정치 후견주의를 최소화하는 리더십 구성 과정, 비판토론 조직문화 및 검증 시스템, 외부 시청자가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견제(시청자위원회)가 필요하다.

 

   사장과 이사회는 이 조건을 갖추는 데 충실했는가? 사장과 이사회는 비판, 토론을 받아들이는 조직 문화를 아직까지 내재화하지 못했다. KBS가 정치 이슈로 외부의 압박을 받을 때, 리더들의 미숙한 대처 속에서 내부 문화 및 시스템 미비가 드러났다. 논란과 실수를 빌미로 공영방송을 길들이려는 시도 앞에, 탄탄한 논리로 저항할 것은 저항하고 인정할 것을 인정하는 대신, 쉽게 사과하거나 제작가이드라인 개정을 다시 강조하기만 했다. 형식적이며 표면적인 대응이었다. 시청자위원회의 내부 견제는 일회적이었다. 시청자(국민)의 견제를 통해 공영방송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한 차원 높이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시기상 사장과 이사회는 선택의 여지가 좁다. 지배구조 개선에 확고한 목소리를 내어공영방송 독립성의 첫 단추를 꿰는 데 이바지해야 한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이 정치적 후견주의를 인정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정치적 개입으로부터 공영방송을 지켰던 리더만이 지배구조 개선을 주장할 자격이 있다. 우리는 현 이사진와 사장의 내놓는 주장의 선명성을 잣대로, 당신들이 정치적 독립성을 유지하며 공영방송을 이끌고 있는지를 가늠할 것이다.

 

   한국 공영방송이 정치에 순응했던 긴 시간을 살펴본다면, 리더들의 일시적 선의(善意)는 위태하다. 오로지 제도적 안전장치가 신뢰할 만하다. 과거 정파적 이해에 맞춰 공영방송을 운영해온 경영진과 이사회들이 오히려 자신들을 향한 정치후견주의를 부정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사장과 이사들은 사원들과 함께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지켜내는 최일선에 있다. 이사와 사장을 추천했다며 누구든 정치적 후견주의에 미련을 두고 있다면, 서슴지 말고 변절하라. 그것만이 공영방송인이 국민에게 충성하는 길이다.

 

2021년 5월 12일
자랑스러운 KBS를 만드는 힘!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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