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세대에게 공영방송을 묻다_KBS본부장 편지
86세대에게 공영방송을 묻다_KBS본부장 편지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21.06.29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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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세대에게 공영방송을 묻다
KBS본부장 편지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하루도 빠짐없이 공영방송 지배구조 정상화를 외치고 있습니다. 이용마 기자는 공영방송 이사나 사장이 되기 위해서는 청와대나 정당에 연줄을 놓아야 하는 행태를 멈춰야 한다고 외쳤습니다. 국민 대표성과 전문성이 공영방송 리더십 구성의 원칙이어야 합니다. 국민이 공영방송의 주인이기 때문입니다. 대의에는 공감하나 지배구조 정상화 입법을 여전히 머뭇거리는 정치권에 대해, 국민과 언론인들의 목소리는 더욱 거세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주로 호소하는 대상은 86세대(80년대 학번, 60년대 생) 민주화 세력입니다. 그들은 국회, 정당, 청와대, 방송통신위원회, 언론사와 시민단체에서 한국 언론의 지형을 설계합니다. 86세대 정치인들의 역사와 정체성을 짚습니다. 강력했던 개혁세대가 공영방송의 현실에 대해 변화"안주" 사이 어디쯤 있는지 따지기 위해서입니다.

 

86세대는 누구인가

현재 정치, 경제, 문화 모든 면에서 86세대는 명분과 실력이 독보적입니다. 86세대는 권위주의를 무너뜨리고 세계화에 성공적으로 적응했던 집단입니다. 그들은 1980년 봄과 아픔, 1987년 직선제 쟁취, 그리고 1990년 방송민주화의 줄기 세력으로서 언론과 정치를 같은 궤에서 바꿔냈습니다. 강고한 권위주의에 맞서 이긴 그들의 경험과 결속력은 타 세대를 압도합니다.

 

무엇이 86세대의 위기를 부르는가

현재 집권 정치세력은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그 위기는 집권층의 주축인 86세대가 겪고 있는 고민과 맞닿습니다. 86세대가 시대적 과제를 넘을 수 있었던 승리의 요소가 거꾸로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우선 강력한 투쟁 의식입니다. 군부 독재세력을 무너뜨리는 데 싸움 의지와 전략은 절실했습니다. 그런데 2021, 반대 진영에 대한 투쟁 의식은 언론개혁에 긍정적 요소로만 작용하지 않습니다. 언론개혁을 이야기하면서 정치적 투쟁을 기반으로 접근할 때와 공적책무와 가치를 먼저 생각할 경우를 비교하면, 그 결과는 다를 것입니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정상화를 진영논리도 바라보는 것은 여·야당이 같습니다. 정치권이 공영방송으로부터 손을 떼고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면서도 우리만 내려놓고 상대가 호응하지 않으면 손해’, ‘상대가 공영방송을 넘겨주는 것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제로섬 투쟁 심리에서 좀처럼 벗어나질 못합니다. 상대를 이기는 데 우선순위를 두면, ‘2021년 한국 국민은 어떤 공영방송을 누려야 하는가?’라는 잣대는 희미해집니다.

 

현실감각이 86세대의 발목을 잡다

국회의 86세대가 고전하는 것은 상대를 압도하지 못해서가 아닙니다. 국민이 요구하는 시대 정신을 구현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공정이라는 시대 정신을 정책화하기는커녕 오히려 교육, 취업, 재산형성에서 국민의 보편적 잣대에 미흡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86세대는 정치투쟁을 하면서 이상주의적 면모를 가지면서도, 승리를 위해서 그리고 세계화 속에서 경제적 생존을 위해서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해야 했던 세대입니다. 그렇게 단련된 86세대의 현실 감각이 거꾸로 위선과 공감 부족의 위기를 불렀습니다. 나아가 공영방송의 개혁에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경선 등 정치 일정이 우선이기 때문에, 정치적 부담을 피하기 위해, 최고위층에서 관심이 없어서공영방송의 비정상을 방치합니다. 그리고 언론개혁을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현실적인 접근을 오히려 당부하곤 합니다.

 

국민과 언론인이 말하는 현실은 정치권과 다릅니다

공영방송 이사는 방송통신위원회가 공모를 통해 후보를 추천합니다. 공모는 공개모집의 준말입니다. 국민들은 누구나 지원하여 투명하고 공정한 과정을 거쳐 능력 있는 인재가 선발되는 과정, 공개모집을 당연한 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민은 정치권이 연줄로 자리를 결정하는 행태에 대해서는 분노합니다. 국민들이 일반 기업 안에서 일어나는 채용 부정에 분노하는 마당에, 공영방송의 리더십이 불공정하게 구성되는 것을 용납할 리 없습니다. 이것이 국민이 보는 현실입니다.

형식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들이 공영방송 이사 후보를 선택합니다. 방통위원들은 정무직 공무원입니다. 비록 정치권의 추천을 받았지만 행정부의 공무원으로서 전문성과 자율성을 발휘하여 공영방송 이사 공모를 진행해야 합니다. 방통위원들이 정당의 입김에 충실하여, 이미 이야기가 된 사람들을 이사로 추천한다면, 행정부와 입법기관의 균형은 깨집니다. 이는 부당한 현실입니다.

 

86세대는 공영방송 독립 앞에서 개혁자인지 기득권자인지 결정

국민의 삶을 바꿀 수 있는 주체의 생물학적 나이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개혁에 대한 진심이 주체로서의 자격을 결정합니다.

197333일 한국방송공사창립일 유신이념의 구현, 한국방송공사 창설에 즈음하여라는 초상을 박정희 대통령이 KBS에 보냈습니다. 권위주의에 맞서 젊음, 목숨, 모든 것을 걸고 저항했던 86세대 분들에게 묻습니다. 공영방송을 수단이나 전리품으로 삼았던 권위주의자들과 같은 눈으로 바라보며 현실에 안주할 것입니까? 공영방송을 여전히 정치의 도구로 활용할 것입니까

공정이라는 시대 정신에 맞춰, 국민에게 공영방송을 돌려주길 바랍니다. 86세대가 서슬푸른 군부 독재를 무너뜨릴 때도, 국민의 마음을 얻을 때에도 으뜸가는 무기는 현실이 아니라 옳음일 것입니다.

 

1987년 박종철 열사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았던 마음

이부영 기자는 1987년 교도소에서 박종철 열사가 고문으로 희생되었던 사실을 취재하여 세상에 알렸습니다. 그리고 당시 대학생이었던 86세대는 희생과 진실을 헛되이 하지 않도록 불꽃처럼 싸웠습니다.

(좌 / 사진출처:해럴드photo)

34년이 지나 언론인 원로는 국회를 찾아 86세대에게 영원히 개혁자로 남을 것을 당부합니다.

 

공영방송 탐사보도가 취재대상한테 꼼짝 못한다면 채널은 바로 돌아갑니다. 탐사보도가 제대로 안 되면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국민입니다. 송영길 대표가 공영방송 정치적 독립을 이야기한 것은 엄청난 결단입니다. 이제 우리도 해야 하는 일입니다. 공영언론에 대리인 파견해서 정쟁시키는 것이 개혁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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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언론노조 KBS본부장 유재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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