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졸한 분노가 KBS노조를 죽인다
옹졸한 분노가 KBS노조를 죽인다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21.10.19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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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고궁을 나서며 김수영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王宮) 대신에 왕궁의 음탕(淫蕩) 대신에

오십 원짜리 갈비가 기름 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 같은

주인 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 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 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 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이십 원을 받으러 세 번씩 네 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중략)

 

우습지 않느냐 일 원 때문에

모래야 나는 얼마큼 적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난 얼마큼 적으냐

정말 얼마큼 적으냐

 

 

KBS노조의 옹졸함의 끝은 어디인가? KBS본부의 노조 사무실 이전을 두고, 아직도 군말이 많다. 누리동에 있는 KBS노조가, KBS본부가 럭셔리한 누리동으로 오려한다며 비난하다가 정작 본인들도 공문으로 같은 자리 달라고 공문 보낸 게 탄로났었다. 염치가 있으면 말이 더 없을 줄 알았다.

 

18KBS노조 글은 앞뒤가 꼬였다. 남의 공간 욕심이라 분개하며, 정작 그 자리가 본인들 몫이었다고 분통이다. 그놈의 럭셔리 오피스에 목숨 거는 동안에 왜 역대 최악 수준으로 노조원 수가 줄어드는지 고민 좀 하라. 자꾸 사소한 것에 옹졸한 분노하기 때문이 아닐까?

 

2층과 4층 접근성 차이가 천양지차란다. 지금까지 몸이 불편한 사우들이 연구동까지 멀리 오는 건 생각 밖이다. 이제 와서 엘리베이터 몇 초 더 타는 게 참을 수 없이 화가 나나? 공감 능력 제로 집단이다.

사무실 공간 수요? 말 잘 꺼냈다. 지난 12일 중앙노동위원회 재심에서 현재 타임오프 배분은 정당하다며 KBS노조의 문제제기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조원 수와 일이 많으면 더 많은 시간과 인원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공간도 마찬가지이다. 같은 넓이에 KBS본부 조합 사무실에는 20명의 집행부와 조합원이 오가며 활기차게 일한다. KBS노조 집행부 서너명이 그 큰 공간을 다 쓰는 게 현업 업무 환경에 비춰 타당한가? KBS노조는 인원 대비하여 임원 못지않은 공간 향유를 다시 생각하라.

 

최근 KBS본부가 임금 교섭을 투쟁을 이어가며 다각도로 경영진을 압박하는 동안, KBS노조 뭐했나? 사장 선임 국면에서 야당이 정치적으로 개입할 빌미를 주고 노노 갈등 부풀기기, 피해자 코스프레로 제 몫 챙기기에 열심 아닌가? KBS본부가 사측 압박하는 동안, KBS노조는 경영진보다 본부 노조 할퀴기에 여념이 없다. 회사 안에서는 악악대고 바깥에서 경영진과 골프 치는 게 어용노조 아닌가? 가까워진 만큼 잘 지내자고 했더니 사측과 가까워진 거 기뻐한다며 악의적 왜곡을 하니, 나누겠다고 주문한 떡이 아깝다.

 

KBS노조는 남의 것, 사소한 것에 분노하여 버림받고 있다. 사측이 사무실 관련해서 양해를 안 구한 게 노조원 관심사며 그런 성명서 쓰는 게 노조 맞나? 권위주의적 꼰대 모습이다. 옹졸한 분노의 게거품 꺼지면 언제든 내려오라. 기꺼이 맞아주겠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8대 집행부 본부장 박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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