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는 떡도 못 먹는 KBS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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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3.05.14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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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는 떡도 못 먹는 KBS뉴스

 

 

윤창중 사건의 실체가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KBS뉴스는 소극적 보도로 일관하는 것도 모자라 드러난 사실도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성추행이 있었는가와 함께 추가로 제기된 쟁점들 가운데 ‘청와대가 윤창중의 귀국을 지시했는지’, ‘성추행 신고를 한 워싱턴 한국문화원 직원이나 피해 인턴 여성에 대해 청와대나 주미대사관 측이 사건 무마를 시도했는지’ 여부다.

 

윤창중의 귀국에 대해 5월 11일 KBS 9시뉴스는 이렇게 보도했다.

 

성추행 의혹이 불거진 직후 청와대는 윤창중 전 대변인이 "집에 일이 생겼다"면서 스스로 귀국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이 수석은 윤 전대변인과 잠깐 대화는 했지만 귀국을 종용하거나 비행기표를 예약한 적은 없다고 반박했습니다(5월 11일 KBS 9시뉴스).

 

그러나 청와대의 이 같은 설명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KBS를 뺀 다른 언론이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어 새로운 사실을 추가로 밝혀내자 13일 9시뉴스는 이를 짤막하게 보도했다.

 

이남기 홍보수석은 오전 9시반쯤 보고를 받고 윤 전대변인과 행정관이 자신의 호텔방에서 논의하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5월 13일 KBS 9시뉴스).

 

잠깐 대화를 한 수준을 넘어 홍보수석의 호텔방에서 청와대 관계자와 윤창중이 대책을 논의한 사실이 드러냈지만 맥락에 대한 설명은 없고 오히려 별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보인 것이다.

같은 날 신문은 물론이고 다른 지상파 뉴스는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윤창중 전 대변인의 중도 귀국과 관련해 "대통령의 일정이 남은 상황에서 윤 전 대변인을 격리시킬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서울에 남아 있던 청와대 비서실 고위관계자가 사건 관련 내용을 보고받은 뒤 윤 전 대변인에게 귀국을 종용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입니다. 그러나 또 다른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귀국 결정은 최종적으로 윤 전 대변인이 한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5월 13일 SBS 8시뉴스).

 

윤 전 대변인이 자발적으로 돌아갔다는 청와대의 설명과 완전히 다르지만, 청와대 측은 누가 비행기표를 예약했는지 간단한 해명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언론 취재를 통해 주미 대사관측이 표를 예약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논란은 확대됐고, 곽상도 민정수석은 어제 '귀국 종용 논란'은 불법이 아니어서 조사거리가 못된다고 선을 긋기까지 했습니다(5월 13일 MBC 8시뉴스).

 

또 다른 쟁점은 미국 경찰에 처음 성추행 신고를 했던 워싱턴 한국문화원 직원이 사표를 낸 뒤 연락이 두절된 것을 놓고 청와대나 주미대사관이 사건 무마를 시도하며 신고한 직원이나 피해 여성에게 압력을 넣은 것이 아니었나 하는 점이다. 역시 다른 지상파 방송의 뉴스다.

 

대사관 측은 이 여직원이 원래 대통령 방문행사가 끝나면 그만둘 예정이었다며 이번 사건과의 관련성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교포사회와 인터넷에선 사건을 축소 무마하려는 움직임에 불만을 품고 그만둔 것이라는 소문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5월 13일 MBC 8시뉴스).

 

한국문화원 측은 지난해 10월 채용된 이 직원이 대통령 방미 행사가 끝나면 그만둘 예정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사표 제출은 이번 사건과 무관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직원이 대통령 방미 행사가 진행 중인 시점에서 사표를 낸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이번 사태에 대한 상부의 대응에 불만을 품고 사표를 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때문에 여전히 의문이 남아 있는 사건 당일 아침의 정확한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이 여직원이 사표를 낸 배경을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습니다(5월 13일 SBS 8시뉴스).

 

이에 반해 KBS뉴스는 문화원측의 설명을 들으니 별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보인다.

 

이와 관련해 당시 문화원 관계자들이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의혹이 제기되자 문화원측은 예정된 사직이라고 해명했습니다(5월 13일 KBS 9시뉴스).

 

현재 청와대는 윤창중 조사와 관련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내용만을 선별적으로 언론에 유출하면서 고도의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 보수언론 마저도 이런 청와대를 향해 오히려 사건을 키우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KBS 뉴스는 청와대에 대해서는 언론임을 포기한 것으로 판단된다.

 

 

2013. 5. 14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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