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 이취임, KBS의 대전환을 기대한다
사장 이취임, KBS의 대전환을 기대한다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21.12.09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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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 이취임, KBS의 대전환을 기대한다

 

   오늘(9일), KBS는 양승동 사장 시대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사장을 맞는다.

 

   양승동 사장 경영의 공과(功過)는 글 하나로 평가하기 힘들다. 양 사장은 긴 시간 동안 공사를 경영해 왔고, 그가 추진했던 공적재원과 공적책무 협약 등 장기 과제의 결실은 퇴임 후에 종합적으로 짚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양승동 체제의 굵직한 단면과 차기 사장이 새겨야 할 부분을 밝혀 전환기를 준비하고자 한다.

 

   양승동 체제, ‘제작 자율성’ 회복은 긍정적

 

   2008년 이후부터 고대영 전 사장이 KBS를 떠나던 순간까지, KBS는 제작 자율성 침해로 고통과 위기를 겪었다. 용산 참사, 4대강 공사, 세월호 참사, 국정 농단 등 큰 이슈를 다룰 때마다 KBS 내부에서는 제작자율성 문제가 불거졌다. 상식적인 대화 요구는 짓밟혔고, 논란은 징계와 좌천성 인사발령이라는 참담한 결론으로 이어지기 일쑤였다.

 

   강화된 사내 권위주의와 제작자율성 침해는 맞물리면서 지속적으로 나쁜 시너지를 일으켰다. KBS 구성원들의 인간적·직업적 자존감은 끝없이 추락했다. 새노조 출범 이후 4차례, 총 278여일간 진행된 파업 투쟁은 자존감을 되찾기 위한 KBS 구성원들의 몸부림이었다.

 

   양승동 사장은 보도·시사 프로그램의 제작 자율성 보장을 주요 기조로 내세워 실천했다. 검찰개혁, 주요 선거 등 첨예한 이슈를 맞아 KBS가 논란의 중심이 된 적은 있었으나 회사 내부에서 ‘위로부터의 압력’이 초래한 제작자율성의 노골적인 침해를 지적하긴 힘들다.

 

   다만 권위주의가 떠난 자리에 새로운 조직문화를 채워나가지 못했다. 실무 제작진들이 제작책임자와 평등한 위치에서 아이템 선정, 제작 방향에 대해 활발하게 토론하는 문화가 자리 잡도록 더 많은 고민과 정책이 뒤따랐어야 한다.

 

   공포경영 탈피로 사내 민주주의 수준 높아졌지만, 조직 활력 아쉬워

 

   2008년 8.8사태 이후 고대영 사장 퇴임 전까지 언론노조 KBS본부의 조합원 약 110명이 징계에 회부됐다. 그 가운데 40여명은 해고·해임을 포함한 징계를 받았다. 임원회의에서 공공연하게 ‘새노조 조합원 탈퇴’에 대한 논의와 종용이 오갔던, 암흑의 시절이었다. 합리적인 구성원의 의사 표시가 불이익으로 연결되었던 과거, KBS를 지배했던 것은 공포(恐怖)였다.

 

   양승동 체제 안에서 구성원들은 공포 문화가 지배하던 과거와 달리, 자유롭게 경영진을 성토하고 정책 방향을 비판할 수 있었다. 새로운 체제에서는 권위주의적 조직문화를 벗어난 자유가 있었고 그 안에서 KBS인은 뚜렷한 성과를 냈다. 추락했던 뉴스, 방송사 신뢰도는 2018년 이후 회복하기 시작해 2020년 중반부터 최고 수준을 회복했고, 2020년 방통위 방송평가에서는 KBS 1TV, KBS 1라디오가 1위를 했다. 비효율을 지적받던 경영 부문에서도 2년 연속 흑자가 났다.

 

   하지만 진취적인 조직문화가 조직에 자리잡지 못하고, 오히려 무기력과 냉소의 정서가 퍼진 점은 뼈아프다. 공정한 보상과 동기부여, 조직의 비전, 그와 부합하는 목표와 지원방법 마련 등에 대한 경영진의 전략과 적극적인 실천이 미흡했기 때문이다.

 

   ‘정책 일관성’의 부재, 소통 미흡이 부른 갈등 곱씹어야

 

   양승동 경영진이 줄곧 비판받은 지점은 정책 일관성의 결여였다.

 

   물론 정책은 상황에 따라 바뀔 수도 있고, 때로는 바뀌어야만 한다. 그렇다면 일관성 결여와 유연함을 어떻게 구분해야 하는가? 방향 수정의 ‘합리적 근거’와, 새로운 목표가 담보할 ‘구체적 이익’에 대한 소통과 공감이 관건이다.

 

   경영진은 지역국 기능조정, 직무재설계, 채용 지체 등의 정책이 수정되거나 실천되지 않을 때, 구성원들을 설득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 정치인은 물론 외국 거대기업의 CEO조차 SNS 등으로 활발하게 소통하는 세상에서 공영방송 리더의 메시지는 드물었고 직원들과의 교감은 부족했다. 타운홀 미팅 등 소통이 활발했던 임기 초반의 노력이 끝까지 이어지지 않은 점이 아쉽다. 잦은 정책 수정이 초래한 전사적 에너지 소모와 더불어 소통 미흡이 초래한 갈등은 곱씹어야 한다.

 

 

   신임 사장, 집단지성을 토대로 한계 뛰어넘는 비전, 전략제시해야

 

   김의철 차기 사장이 생각하는 ‘KBS 사장의 책무’는 무엇인가? 리더가 노동조합이나 직종을 둘러싼 내부 갈등을 적당하게 관리하고, 외부로부터의 정치적 압박을 견뎌내는 정도를 사장의 책무라고 생각한다면 그 자체가 KBS의 위기다. 그것은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수준의 목표일 뿐이다. KBS가 처한 위기를 넘어 기회를 잡기에는 부족한 리더의 기준이다.

 

   김의철 사장 후보자는 한계를 뛰어넘는 비전과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KBS의 가치·비전을 구성원이 체화(體化)하고 국민이 공감할 수 있다. 탁월한 구성원들이 앞다투어 아이디어를 내도록 경청하고 힘있게 추진하도록 강력하게 지원해야 한다. 사장으로서 집단 지성으로부터 탁월한 비전, 전략을 이끌어내는 능력을 발휘하길 기대한다.

 

   ‘주인 없는 회사’ 아냐... 책임지지 않는 경영해선 안될 것

 

   차기 사장은 경영진으로서의 책임을 분명하게 자각해야 한다. 능력 있는 인재를 등용하고 공과(功過)에 따라 최적의 리더 그룹을 유지하는 인사(人事)는 경영진의 몫이다. 친분, 연공서열 등에 따라 진행되는 인사는 공정하지 못할뿐더러, 구성원에게도 잘못된 메시지를 준다. 잘못된 인사의 책임이 노동조합에 전가(轉嫁)되는 것은 기형적이다.

 

    각 본부 간 정책 조율 면에서도 경영진은 노조, 직능단체, 이사회 등 다른 주체에 책임을 넘기지 말고 주체적으로 역량을 발휘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 한 가지 목표를 향해 전체 본부를 유기적으로 이끌어 조직 이기주의와 보신주의를 깨는 것은 경영진의 몫이다.

 

   경영진으로서 공정방송에 대한 가치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한 책임이다. 예컨대 진실과미래위원회는 경영진이 공사의 인력과 예산을 통해, 비뚤어졌던 KBS의 과거를 짚었던 활동이다. 매끄러운 절차로 진미위 활동을 마무리하고, 전체 구성원의 성찰(省察)로 승화시키는 것은 경영진의 책임이었다. 그러나 경영진은 진미위 활동이 드러낸 진실을 충분하게 알리지 못한 채, 왜곡과 호도 앞에 손을 놓은 듯 행동했다.

 

   국민과 노동자가 이어온 10년 공정방송 투쟁 위에 지금 공영방송 KBS가 서 있다. 진미위를 비롯하여 KBS의 역사와 정체성을 바로 세우는 일은 노동조합 뿐 아니라 경영진이 함께 해야 할 일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양승동 사장 시대는 제작자율성, 사내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시기였다. 양 사장은 KBS의 한계를 확인했지만, 이를 뛰어넘을 상상력과 실천 면에서 아쉬웠다. 전환기의 KBS에 절실한 것은 ‘노력’보다는 ‘변화’다. 신임 사장이 기존의 목표와 방법을 고수하여 한계를 반복하기보다 집단 지성을 토대로 새로운 비전과 전략을 제시하며 조직을 하나로 만들기를 기대한다. 사장 이취임을 맞아 KBS는 새해 대전환을 이룰 수 있다.

 

2021년 12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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