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본부 대선보도 모니터] KBS의 정책검증, 의제설정 선언 환영할 일... ‘듣는’ 노력으로 유권자 갈증 풀어줘야 (1/1)
[KBS본부 대선보도 모니터] KBS의 정책검증, 의제설정 선언 환영할 일... ‘듣는’ 노력으로 유권자 갈증 풀어줘야 (1/1)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22.01.04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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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0대 대통령 선거 보도 모니터링

2022년 1월 1일 (토)

 

   KBS 뉴스가 본격적인 정책 검증과 의제 설정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1월 1일 새해 첫 9시 뉴스를 통해 KBS는 정책 선거로의 전환을 요구하는 차원에서 유권자와 전문가 조사를 통해 선정한 정책 의제를 중심으로 유력 후보들의 정책을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유권자가 뽑은 의제’ 1위는 “집값 안정”> 리포트를 통해 볼 때 부동산 안정, 일자리 창출, 언론·사법 개혁, 저출생 대책, 경제적 불평등 해소 등의 의제를 중심으로 검증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10명 중 7명의 국민이 이미 선택한 후보에 대한 지지를 바꿀 의향이 없다고 응답하는 시점인지라(KBS 여론조사 결과) 정책 검증 착수가 시기적으로 다소 늦었다는 아쉬움이 들고 굳이 1월 1일에 맞춰 시작해야 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기는 하지만, 아무리 늦더라도 정밀한 정책 검증을 하겠다는 선언은 환영할 일이다. 검증 대상이 될 중요 의제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전문가가 초기 작업을 하고, 이후 여론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점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 앞으로 내실 있는 분석과 검증을 기대해 본다. (1월 1일 당일에는 <더 커진 ‘격차’... “똑같이 열심히 일했는데”>, <청년들이 뽑은 최대 현안 ‘자산 격차 해소’> 등 리포트에서 앞서 제시된 의제와 관련 있는 이슈들을 다루긴 했지만, 선거와의 연결고리가 보이지 않아 이것이 대선 기획용인지 여부는 분명치 않았다.

 

   아울러 정책 과제를 제기하는 것 못지않게 이에 대한 후보자들의 응답을 ‘듣는’ 방식에 전보다 많은 신경을 쓸 것을 주문하고 싶다. 약속 실현이 담보되지 않는 말뿐인 공약을 선대위 고위 관계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단순 소개·전달하는 안일한 방식은 시청자들의 판단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기존에 방송 뉴스가 천편일률적으로 해왔던 형식을 기계적으로 답습하기보다 시청자들의 수요와 취향에 맞는 창의적 형식을 고민해보기를 권한다. 시청자들의 눈높이가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나라를 구했다”는 다소 과장된 찬사를 듣고 있는 삼프로TV의 대선 후보 인터뷰를 보면 별다른 차별성과 경쟁력을 찾기 어렵다. 대단히 새로운 형식도 아니었고 빈틈을 파고드는 날카로운 후속 질문 같은 것도 없었다. 다만 시간의 제약 없는 유튜브라는 매체의 특성 덕분에 장시간에 걸쳐 과도한 편집 없이 후보와 대화함으로써 후보자가 얼마나 풍부한 내공을 가지고 있고 지식을 자기 것으로 충분히 소화하고 있는지를 여과없이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후보를 판단할 수 있는 날것 그대로의 재료들을 제공한 것이다. 삼프로TV에 대한 열광적 호응은 기존에 레거시 미디어가 제공하지 못했던 측면에 대한 시청자들의 갈증을 방증한다. 토대와 여건이 상이한 KBS가 삼프로TV를 모방하거나 흉내내서는 안 되겠지만, 나름의 방식으로 이 갈증을 해소하는 전략을 고민할 필요는 있을 것이다.

 

   1월 1일 9시 뉴스에서 아쉬웠던 부분은 정책 의제 중심의 검증이라는 기획을 런칭하면서 신년 여론조사 보도를 그보다 앞선 뉴스 제일 첫머리에 배치했다는 점이다. <이재명 39.3%, 윤석열 27.3%... 12%p 격차> 리포트가 톱뉴스였고, <‘한달 여론’이 관건... 인물론 vs 정권심판론>이라는 분석 기사가 뒤를 이었다. 물론 이재명 후보가 윤석열 후보를 오차범위 밖으로 따돌리고 윤 후보의 하락세가 뚜렷하다는 것을 보여준 여론조사 결과라는 점에서 뉴스가치가 높았고 시청자들의 주목을 끌 만한 중요한 뉴스인 것도 사실이다. 여론조사 결과를 톱뉴스에 배치한 판단이 그 자체로 잘못되었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뉴스 순서 배치는 뉴스룸의 핵심적 의사결정 대상이고, 뉴스의 배열 안에서 시청자들은 KBS가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를 읽어낸다. 보편적 뉴스가치에만 의존해서 리포트를 배치한다면 뉴스는 아무 메시지도, 힘도 없이 밋밋해질 수밖에 없다. 때로는 뉴스가치 기준을 전복하는 배치를 통해 강한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도 있다. 여론조사 결과와 정책 검증 가운데 어느 쪽이 양질의 저널리즘을 실현하기 위한 바람직한 수단인가에 대해서는 새삼스럽게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시청자들의 눈길을 잡아끄는 자극성이 없다 하더라도 정책 검증에 주력하겠다고 약속하는 리포트를 전면에 배치하고 여론조사 보도를 뒤로 돌렸다면 KBS의 의지를 표현하고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효과적 방식이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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