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짤, ‘편성 침해’가 공영방송 정상화?
윤석열 짤, ‘편성 침해’가 공영방송 정상화?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22.01.12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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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짤, ‘편성 침해’가 공영방송 정상화?

 

국민의 힘이 윤석열 대통령 후보의 공영방송 관련 공약 홍보를 위한 짧은 유튜브 동영상(쇼츠, Shorts)을 오늘 공개했다. 42초짜리 동영상의 주제는 ‘공영방송 정상화’이다. 주 내용은 태조 이방원 같은 대하드라마를 의무 제작하게 하고, 국제뉴스를 메인뉴스에 30% 이상 편성토록 하고, KBS 영상 자료를 오픈 소스(open source)로 공개하라는 것이다. 영상 말미에 이르러 이준석 국민의 힘 당대표와 원희룡 국민의 힘 정책본부장은 윤석열 후보에게 이를 추진할까요 라고 묻는다. 이에 윤 후보는 “좋아 빠르게 가”라는 사인을 주며 영상은 끝이 난다.

 

‘편성 자유’ 방송법 의미 되새겨보길

쇼츠 자체가 특히 젊은 층 사이에서 가볍게 소비되는 콘텐츠임은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이 짧은 동영상에 담긴 내용을 보면 국민의 힘이 도대체 공영방송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심각한 우려가 들지 않을 수 없다. 먼저 공영방송은 국가의 소유도, 자본과 같은 사적 소유도 아닌 국민이 주인이 되는 사회적 소유기구이다. 그래서 방송법 제1조는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4조는 방송 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 힘이 주장하는 ‘대하드라마 의무편성’이나 ‘국제뉴스 30% 편성’ 등은 방송법에 따라 편성 침해의 논란이 큰 얘기들이다.

편성권 침해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이라면 오만함을 넘어 공영방송에 대한 철학의 부재이자 공영방송 독립을 염원하는 국민정서에 대한 부정이다. 특수통 검사로 형사법이 주 전공이었으니 이번 기회에 방송법을 제대로 공부해보시라.

 

여야, 지배구조 등 방송법 개정 적극 나서야

사실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노력은 이미 국회차원에서도 논의되고 있다. 지난해 출범한 언론·미디어 제도개선 특별위원회가 2022년 5월까지 활동기한을 연장했다. 방송법 개정 논의 안에는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방안도 포함돼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알려드리면 공영방송 사장과 이사선임 과정에서 정치권의 배제와 편성 자율성에 대한 법제화를 통한 보장 등이다.

그나마 국민의 힘과 윤석열 후보가 공영방송 정상화라는 화두를 우선순위 공약으로 제시한 점은 고무적이다. 공영방송에 대해 관심을 갖고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고민도 하셨다면 정말로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방송법 개정이 ‘빠르게’ 추진될 수 있도록 힘써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쇼츠’ 통한 홍보물을 두고 개그를 너무 다큐로 받아들이는 것 아니냐 마시라. 공영방송이라는 가치와 이를 수호하기 위한 투쟁의 역사는 한 순간 흘리고 지나치며 소비될 가벼운 성격의 것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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