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어짜기' 뿐인 인력정책, 실질적 충원계획 마련하라
'쥐어짜기' 뿐인 인력정책, 실질적 충원계획 마련하라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22.01.12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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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어짜기' 뿐인 인력정책, 실질적 충원계획 마련하라

 

언론노조 KBS 본부 7대 집행부는 선거운동 때부터 지금까지 본사와 지역국을 다니며 조합원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많은 의견 가운데 공통되고도 가장 큰 목소리는 단연 인력부족 문제였다. 몇 가지만 살펴보자.

 

#1. 휴가는 하루만, 아파도 충분히 쉬지도 못해

대구총국은 현재 2년 동안 MD 2명이 방송운행을 맡고 있다. 2019년 7월, 일반직이던 MD 한 명이 그린라이프와 안식년을 거쳐 퇴직했지만, 아직까지 충원이 되지 않고 있다. 정년퇴직이라는 충분히 예상 가능한 상황이 생겼는데도, 회사는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담당 부서에서 여러번 유선으로 상황을 알리고 충원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심지어 문서를 통해 충원계획을 알려달라고 요청했지만 회신조차 없다. 남은 2명은 변칙적인 근무형태로 주말근무 없이도 한 주 52시간을 꽉 채워 근무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충분한 휴식도 언감생심. 휴가는 단 하루만, 아프더라도 충분히 쉴 수조차 없다.

 

#2. 사람이 떠나면 방송국 문을 닫을텐가 

총국과 지역국 사이 그 어딘가. 강릉방송국과 울산방송국의 위치다. 다른 지역국과 달리 자체 TV 제작 기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강릉방송국은 당장 오는 3월 안식년 에도 근무해 온 마지막 촬영감독이 퇴직하고, 오는 11월엔 마지막 PD도 안식년에 들어간다. 강릉방송국의 TV 제작기능이 멈추는 것이다. 이렇게되면 현재 강릉국에 있는 중계차가 유휴자원이 되고 중계기술과 중계보조 스태프, 방송차량 서비스 모두 줄줄이 업무를 잃게 된다. 그런데도 아직 회사는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사람이 없으면 방송국 문을 닫을 셈인지도 모르겠다.

 

#3. 지역국 인력은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

진주방송국 총무부를 보자. 올해 1월 1일 전임 부장이 안식년에 들어갔고, 오는 2월에는 한 명이 육아휴직에 들어간다. 3명이던 현원이 육아휴직 대체 인력을 포함해 2명으로 줄어든다. 진주방송국은 이런 상황을 예상해 지난해 4월부터 줄기차게 인력 충원을 요구했다. 그런데도 몇 달 동안 묵묵부답이던 인사운영부가 갑자기 창원총국 문화방송사업국에서 인력을 빼내 진주에 보내겠다고 한다. 창원 문화방송사업국도 다음 달 안식년 돌입자가 있어 인력이 3명에서 2명으로 줄어드는데, 여기에 한 명을 더 빼내겠다는 것이다. 총국장도 반대하고 당사자도 반대하는데 회사에서는 강제로 발령을 내겠다고 한다. 지역국 최고 책임자인 총국장의 반대도 아무 소용이 없다.

 

방송제작 현장은 물론 회사 곳곳의 인력부족 문제는 심각을 넘어 처참할 지경이다. 과연 이런 현실을 경영진은 알고 있는가? 재난방송과 다양한 플랫폼으로의 진출, 양질의 콘텐츠 등 KBS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높아지고 역할도 많아지고 있지만 걸맞은 인력 충원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임 양승동 사장은 퇴임 직전 지역국을 둘러본 뒤 그제야 지역국의 심각한 인력 사정을 알게 됐다며 미안함을 나타냈다. 뒤늦게라도 알게 됐다니 다행이었지만, 그때 알게 되었던들 무엇을 할 수 있었나? 이제 새 임기를 시작하는 김의철 사장도 전임 사장의 만시지탄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현장을 직접 찾아야 한다. 사무실에 앉아 보고서로 인력 사정을 파악하지 말고 현장에서 인력 사정을 직접 확인해야 할 것이다.

 

언론노조 KBS 본부는 앞으로도 인력과 관련한 현장의 목소리를 계속 듣고 개선점을 찾아 회사에 요구할 것이다. 그 시작으로 현재 추진하는 단체협약 개정에서 채용 정례화의 기틀을 마련할 것이다. 정기적이고 예상 가능한 인력 충원을 통해 사람이 필요한 현장에 꼭 사람이 갈 수 있도록 만들 것이다. 더는 KBS에서 '채용 희망고문'이 반복되지 않도록 할 것이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8대 집행부 본부장 박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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