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본부 대선보도 모니터] 대선 후보들이 쏟아내는 공약, 실현 가능성 따지는 노력 이어져야 (12/24~26)
[KBS본부 대선보도 모니터] 대선 후보들이 쏟아내는 공약, 실현 가능성 따지는 노력 이어져야 (12/24~26)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22.01.13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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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0대 대통령 선거 보도 모니터링

2021년 12월 24일 ~ 26일 / KBS 뉴스9 등

 

   현대 정치를 ‘미디어 정치’, ‘이미지 정치’라고 말하곤 한다. 대개 부정적인 뉘앙스가 함축된 표현들이다. 미디어에 의해 매개되는 정치는 화려한 스펙터클만 있고 그에 상응할 만한 실제 내용은 빈곤한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미디어를 교묘히 이용하는 정치인들이 비판의 1순위가 되어야겠지만, 정치에 의해 적극적으로 이용당하는 미디어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선거철마다 후보자가 전통시장에 가서 어묵을 먹는 퍼포먼스를 벌이는 걸 무비판적으로, 관습적으로 전달하는 미디어가 있지 않다면 후보자가 굳이 그런 쇼에 집중할 이유도 사라진다.

 

   뉴스 생산자는 스펙터클을 만들어내는 데 몰두하기보다 이미지와 이벤트의 화려함 뒤에 숨으려는 정치인을 억지로라도 끌어내어 분석과 검증의 대상으로 삼음으로써 실질적 내용을 갖출 수 있도록 견인해야 한다. ‘그림이 되는’ 활동을 수동적으로 쫓아다니기보다 끊임없이 그림의 이면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그림만 보여주지 말고 그림이 실재와 얼마나 부합하는지도 알려줘야 한다. 특히 중요한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이러한 작업의 필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흔히 선거에서 이미지의 반대말이 정책인 것처럼 이야기되곤 하지만, 미디어가 매개하는 정치는 공약마저 스펙터클로 소비해버린다. 후보자는 날마다 특정 현장에 찾아가서 그럴듯한 레토릭을 섞어 공약을 던진다. 매일 뉴스거리를 찾는 미디어는 후보자의 말을 그대로 옮기는 방식으로 뉴스를 제작해 시청자들에게 공약을 전달한다. 공약이 어떤 의미와 맥락을 가지고 있는지 설명은 생략돼 있고, 현실적으로 필요하거나 가능한 정책인지 평가와 판단도 누락돼 있다. 후보가 ‘~라고 말했다(said)’고 단순 전달하는 수준에 그치는 것이다.

 

   객관주의 보도 원칙상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문제는 남아 있다. 이런 보도라면 시청자들은 자세한 내용을 이해하거나 공약의 정당성을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그저 ‘무언가 열심히 하고 있나보다’라는 인상만 갖게 될 뿐이다. 미디어는 그날의 뉴스를 잘 만들었고 정치인들은 구체적 정책을 준비할 필요 없이 긍정적 이미지만 전할 수 있으니 서로 윈윈(win-win)이다. 피해를 보는 것은 정책을 날카롭게 검증하고 후보를 정확하게 평가할 기회를 빼앗긴 시청자들이다.

 

   KBS 뉴스도 이러한 비판을 피해가기 어렵다. KBS는 매일 하루 한 꼭지를 털어 양당 후보의 정책 행보를 중계한다. 정책 관련 논의를 아예 빼버리고 정쟁만 중계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정책 보도의 심층성은 여전히 아쉽다. KBS 역시 ‘말했다(said)’ 저널리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무책임한 공약(空約) 남발에 시청자들이 여과없이 노출될 수밖에 없다.

 

   12월 24일 <“선택적 모병제” “아이들 자립 지원”> 리포트는 30만 명 군인 수를 절반으로 줄이고 전투부사관 5만 명을 늘리는 선택적 모병제를 도입하겠다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공약을 전했다. 2027년에는 병사 월급 200만 원 이상을 보장하겠다는 약속도 덧붙였다. 돌봄 위기에 놓인 청소년들을 만나 교육과 일자리 관련 국가의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공약도 전했다.

 

   12월 25일 <이 “코스피 5천 가능”... 윤 “부동산세 완화”> 리포트는 경제 전문 유튜브 채널에 출연한 후보들의 말을 전했다. 이재명 후보는 "코스피 5천이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고 얘기했고, 윤석열 후보는 부동산 세제를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12월 26일 <이 “정년 연장 자중”... 윤 “일자리가 복지”> 리포트는 이재명 후보가 공공 산후 조리원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고, 윤석열 후보는 아동, 노인, 장애인에 대한 추가 급여와 세대별 맞춤 일자리 정책을 약속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처럼 쏟아지는 공약에 대한 검증은 찾아볼 수 없었다. 물론 후보의 정책 행보 당일 뉴스에서 곧바로 세부 내용을 검증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뉴스가 나간 지 며칠이 지난 뒤라 하더라도 해당 내용의 구체성과 현실성을 짚어보는 작업이 필요하다. 가령 ‘며칠전 이재명 후보가 선택적 모병제를 공약으로 발표했는데 인구 증감 추이와 예산 등 현실성을 고려할 때 실현가능한가’를 면밀히 들여다보는 것이다. 시간이 조금 경과해도 상관없다. 허위정보에 대한 검증을 ‘팩트체크’라는 이름으로 시일이 지난 뒤에 할 수 있다면 허위공약에 대한 검증 역시 시의성과 무관하게 할 수 있다. 아니, 해야 한다.

 

   특히 26일 리포트를 보면, 윤석열 후보는 “가장 어려운 계층의 삶부터 보듬어가겠습니다”, “성장의 과실이 일자리와 복지를 통해 국민 모두에게 돌아가게 하겠습니다”와 같이 달콤한 말을 쏟아내고 있지만 이러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정책 내용은 (적어도 리포트 상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이런 하나마나한 구호나 선언 수준의 발언들을 뉴스에 굳이 옮기는 건 내용 없이 스펙터클과 이미지를 만들어내려는 정치인들의 전략에 이용당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수동적으로 따라가기보다 능동적으로 내용 없음을 비판하는 것이 옳다.

 

   덧붙이자면, 기계적 중립성을 고려하여 상대당 후보 발언과의 시간 균형을 맞추기 위해 중요하지 않은 발언들이 뉴스에 포함되는 경우들이 있을 수도 있다. 이런 문제도 장기적으로 논의를 통해 혁신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시간을 똑같이 맞추는 방식으로 중립적 스탠스를 취하는 선택은 외부의 비난을 피해가는 방어적 전략으로 효과적일 수 있지만, 공영방송이 공정성을 추구하는 전략 차원에서 본다면 가장 안일한 길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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