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본부 대선보도 모니터] ‘여론조사 만능주의’ 경계... 선거보도의 공공적 관점 기대 (1/30)
[KBS본부 대선보도 모니터] ‘여론조사 만능주의’ 경계... 선거보도의 공공적 관점 기대 (1/30)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22.02.03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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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0대 대통령 선거 모니터링

 

2022년 1월 30일(일) <KBS 뉴스 9>

 

오늘 대선 관련 보도는 짧고 정보값도 적다. 며칠째 이어지는 TV토론 관련한 양대 후보 간 공방, 그리고 단일화시 지지율 변화 등에 초점을 맞춘 여론조사 리포팅이다. 국민의 힘은 대장동 관련 자료를 토론에 지참하겠다고 하고, 민주당은 “커닝 토론”은 안된다고 맞섰다. 양측 의도가 너무 뻔해 굳이 해설이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어쨌든 현안이므로 보도를 하지 않기도 어렵다.

 

두 번째 꼭지에서는 여론조사 결과를 요약하였다. 역시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양대 후보 중심 보도다. 지지후보, 가상대결, 단일화시 지지율, TV토론이 지지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여론을 소개하고, 배우자 통화, 병사월급 200만원, 대통령 국정평가, 정당 지지도 조사 결과도 함께 전했다.

 

주요 후보 동정이나 여론조사는 선거보도의 기본이므로 자체로 의미가 있다. KBS는 ‘톺아보기’ ‘공약 돋보기’ ‘당신의 약속 우리의 미래’ 등 정책 관련 기획보도를 따로 진행해오기도 했기에 단순히 “선거보도에서 정책이 증발했다”고 비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언론의 최근 선거 보도의 진정한 문제점은 이보다 높은 층위에 도사리고 있다. 바로 ‘여론조사 만능주의’다.

 

거의 매일, 각종 여론조사기관과 언론매체가 쏟아내는 실시간 지지율 보도는 유권자로 하여금 흡사 주식 단타 매매자가 된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KBS 뿐 아니라 대다수 신문과 방송사가 똑같이 노출하는 문제다. 물론 주류 정당들이 ‘주범’이다. 여론조사로 정당 후보를 선출하고, 여론조사로 정책의 방향은 물론 발언수위까지 수시로 조정하는 방식의 정치가 정치권의 문법으로 완전히 자리 잡았고, 언론은 이 문법을 충실히 따라가고 있다.

 

정당은 자신의 지향에 따라 공동체의 미래를 구상하고 이를 당원들, 나아가 공화국 시민 전체로 확산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특수한 조직이다. 당연히 그 과업은 쉽지 않다. 지난한 설명, 설득, 협상이 요구된다. 이게 어렵다고해서 피해가선 안되는데, 바로 그 지지부진한 과정 자체가 모래알처럼 흩어진 각자도생의 개인들을 공화정의 ‘시민’으로 만들고 민주정의 주체로 세우는 일이기 때문이다. 정치의 존재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런데 당내 경선을 여론조사로 사실상 대체해버리고, 선거보도 대부분을 여론조사로 채워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시민과 유권자를 정치의 주체가 아니라 수동적 구경꾼으로 만들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런 구경꾼은 사실 주식 ‘단타 매매자’도 못되는 존재로서 정해진 날에 투표를 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될 뿐 사실상 정치에서 소외된 사람이다. 많은 경우 그들은 정치를 혐오하게 되거나 완전히 관심을 끊게 된다.

 

이렇게 선거의 모든 과정에서 여론조사가 사실상 모든 걸 결정하는 나라는 대한민국뿐이다. 특히 선거 후보를 여론조사로 결정하는 주요 선진국은 없다. ‘여론조사 만능주의’의 해악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는, 정치인이 소수자 및 약자 보호 정책을 ‘추진하지 않는’ 근거로 여론조사 결과를 든다는 것이다. 소수자 보호·지원 정책은 다수가 무관심하거나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정책조차 여론조사로 결정하자고 하고, 심지어 그게 민주주의라고 강변하는 게 지금 한국의 상황이다. 이 상황은 말초적·피상적 정책들을 양산하여 나쁜 의미의 포퓰리즘이 자라나는 토양이 되고 있다.

 

공적 언론은 이런 정치 구조에 경각심을 갖고 정치의 본래적 가치를 회복하는 데 기여할 의무가 있다. 여론조사라는 손쉬운 방식이 아니라 당원과 시민들이 주요한 정책에 대해 토론하고 합의하는 과정이 되려면 규제 일변도의 선거법도 대대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선거보도에 있어  나무만이 아니라 숲 전체를 조망하는 공공적 관점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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