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본부 대선보도 모니터] 발로 뛴 차별적 보도 돋보여... ‘뉴스가치’ 판단 숙의해 봐야 (2/9)
[KBS본부 대선보도 모니터] 발로 뛴 차별적 보도 돋보여... ‘뉴스가치’ 판단 숙의해 봐야 (2/9)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22.02.10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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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0대 대통령 선거 보도 모니터링 

2022년 2월 10일(목) <KBS 뉴스 9>

 

 

 9일 KBS 9시 뉴스에는 대선 관련 소식이 많았다. 먼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아내 김혜경 씨가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과 의전 논란 관련하여 사과했다는 소식을 전한 <고개 숙인 김혜경... “모두 제 불찰” 사과>, <구체적 해명 없었다... “동문서답식 사과”> 두 개 꼭지가 있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집권하면 문재인 정권의 불법과 비리에 대해 수사하겠다고 발언한 내용과 관련한 <“집권 시 적폐 수사” “정치 보복”... 정면충돌> 리포트도 있었고, 윤 후보의 아내 김건희 씨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연루되었음을 의심케 하는 정황이 추가로 드러났음을 밝히는 <‘5월 이후’ 주식거래 없다더니... 40여 건 확인>, <거래액 7.7% 김건희 계좌로... 검, 소환 조율> 두 꼭지의 단독 보도가 있었다.

 

 후보의 당일 동정을 전하는 리포트가 없었던 점이 눈길을 끈다. 김건희 씨와 관련된 보도가 얼마나 뉴스 가치를 갖는가는 향후 추가적인 진상 규명을 통해 밝혀질 부분이지만, 기자들이 발로 뛰어 새로운 사실을 발굴한 보도가 타 매체와 차별화되지 않는 중계식 보도를 대체한 점 자체만으로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 관련 내용에 대한 후속 보도를 기대해본다.

 

 <“집권 시 적폐 수사” “정치 보복”... 정면충돌> 리포트는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윤 후보가 한 발언과 그로 인해 불거진 정치적 논란을 다루고 있다. 충분히 뉴스로 전할 만큼 중요한 소식임은 분명하다. 다만 이 보도와 비교할 때 예전 보도의 뉴스가치 판단이 적절한가에 대해 성찰해 볼 점이 있다. 윤 후보가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구조적 성차별은 없으며 개인적 차원일 뿐” “여성 불평등은 옛날 얘기”라고 답변한 사실이 9시 뉴스에서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음은 앞선 모니터링에서 지적된 바와 같다.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두 이슈 모두 타 매체와의 인터뷰 내용에서 비롯되었고, 정치적·사회적으로 뜨거운 논란이 되었던 건 마찬가지인데 서로 다른 뉴스가치 판단을 했다는 사실이다.

 

 KBS 뉴스룸은 ‘성차별은 없다’는 발언보다 ‘집권 시 전 정권을 수사한다’는 발언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러한 의사결정은 아무 문제가 없는 걸까? 전 정권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인식과 성차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인식, 대선 후보의 두 가지 인식 모두 문제가 있지만, 둘 중에 국민 대다수에게 피해와 상처를 주는 건 어느 쪽인가? 진영 간 정치적 쟁투의 논리를 떠나서 볼 때 한국 사회 전체에 더 문제적인 발언은 어느 쪽인가? 젠더 이슈와 정치 보복 이슈 중에서 이번 대선에서 더 많은 이들의 입길에 오르내리는 첨예한 이슈는 어느 쪽인가?

 

 뉴스 제목과 관련해서 한 가지 더 지적할 사항이 있다. 한국외대 김춘식 교수는 2017년 학술지 ‘언론과 사회’에 발표한 <민주화 이후 대통령 선거 보도 관행과 방송의 민주주의 기능의 퇴행> 논문에서 기사 제목에 인용부호를 사용하여 정당과 후보 간 상호 비방을 중계하는 경향성이 계속 증가하는 한국 언론의 대선 보도가 갖는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대선 보도에서 기사 제목에 인용부호가 사용된 비율은 1992년에 2.4%에 불과했지만, 2012년에는 81.3%로 크게 늘었다. 비판할 지점이 있을 때 누군가의 발언을 인용하는 ‘따옴표 저널리즘’은 한국 언론의 고질적 문제지만, 특히 뉴스 제목에서 이러한 문제가 극명하게 드러난다고 볼 수 있다. 선거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정쟁을 중계하는 보도가 늘어난 탓도 클 것이다.

 

 이 연구는 KBS 보도만을 분석대상으로 삼은 것은 아니지만, KBS 역시 예외는 아닐 것이다. 이런 경향성은 9일 뉴스에서도 발견된다. <구체적 해명 없었다... “동문서답식 사과”> 리포트는 그나마 구체적 해명이 없었다는 직접 비판이 제목에 포함되었으나, 뒤에 야당의 비판을 따옴표에 담아 붙인 점이 아쉽다. 꼭 인용이 제목에 포함될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집권 시 적폐 수사” “정치 보복”... 정면충돌> 리포트도 마찬가지다. 양쪽의 핵심 발언을 인용하여 제목을 만드는 전형적 방식이다. 이런 인용 중심의 제목 달기는 <김혜경 논란 사과... 국민의힘 “황제 갑질”>(3일), <이 “대선 끝나도 특검”... 윤 “가당찮은 얘기”>(6일) 등 강도 높은 네거티브성 발언을 여과없이 담아 정치 갈등을 부추길 우려도 있다.

 

 후보의 동정을 전하는 리포트는 거의 예외없이 발언을 인용 나열하는 방식으로 제목을 만든다. <지지율 올리기 총력... “방역 전환” “과학기술”>(8일), <김종인 등 만나며 중도 공략... “통합 정부”>(7일), <윤, 경제 비전 발표... “단일화 배제 안해”>(7일), <“노무현의 꿈 실현”...“남부 수도권 만들 것”>(6일), <“광주를 AI 대표 도시로”... 호남 표심 공략>(6일) 등이 대표적이다. 제목은 뉴스의 얼굴이다. 제목만 보고 전체를 판단하는 뉴스 이용자들이 갈수록 늘어나는 상황을 고려하여 제목 선정 방식에 변화를 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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