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본부 대선보도 모니터] 대선 주요 ‘정치적 의제’ 어떻게 접근했는지 돌아봐야 (2/11)
[KBS본부 대선보도 모니터] 대선 주요 ‘정치적 의제’ 어떻게 접근했는지 돌아봐야 (2/11)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22.02.14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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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0대 대통령 선거 모니터링

2022년 2월 11일(금) <KBS 뉴스 9>

 

 

2차 TV토론이 열린 날임에도 이날 대선 보도는 단출했다. TV토론 관련 보도로 「2차 TV토론…이재명-윤석열 ‘대장동’·‘주가조작’ 의혹 충돌」이 첫머리에 배치되고, 주요 후보 동정보도로 「이재명 “기본소득 연 100만 원”…윤석열 열정열차 출발」이 뒤를 이었다.

 

2차 토론은 1차와는 다소 분위기가 달랐다. 대장동, 배우자 의혹 등과 관련해 말을 아꼈던 1차 때와 달리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는 이들 사안을 직접 거론하며 정면충돌했다. 제대로 된 토론이나 공방이 이뤄졌다기보다 서로 상대 약점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양상이었다. KBS뉴스는 당시까지 진행된 토론 분위기를 비교적 객관적으로 전달했다.

 

후보 동정보도는 이 후보가 무슨 일정을 소화하고 윤 후보가 어떤 일정을 진행했는지를 전했는데, 실시간 인터넷 속보가 오래 전 정착된 시대에 이런 보도가 얼마나 정보값을 가지는지는 의문이다. 물론 어떤 동정인가에 따라 보도가치는 달라지며, 인터넷을 접하기 어려운 계층에게 뉴스9가 당일 발생한 최소한의 정보를 전달하는 일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간 KBS 뉴스9의 대선 보도를 모니터링하며 가지게 된 의문 중 하나는, ‘굳이 매번 한정된 뉴스 시간을 후보의 단순 동정 보도에 할애해야 하는가?’다. 많은 경우 후보 동정 보도는 꼭 필요한 보도라기보다 그동안의 ‘경로의존’ 내지 ‘관성’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이보다 더 중요한 지점이 있다. 지난 모니터링 보고서에서도 거듭 지적했던 부분이지만, 이번 20대 대선 보도에서 KBS 뉴스9는 사회적으로 매우 민감한 몇몇 정치적 의제를 아예 다루지 않고 있다. 앞선 모니터링에서 언급한 젠더 의제가 대표적인 예인데 이건 계속 지적했으니 이번에는 생략한다. 젠더 의제 외에도 20대 대선에서 매우 인화성 강한 이슈는 또 있다. 바로 중국 관련 이슈다. 구체적으로는 소위 ‘혐중’ 내지 ‘반중’ 정서와 맞닿은 대외 정치 의제라 할 수 있겠다.

 

국민의 힘 윤석열 후보는 대선 기간 내내 ‘혐중’ 정서에 편승한 대중국 강경발언을 쏟아냈다. 주한미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공식 간담회 자리에서 윤 후보는 “한국 국민, 특히 청년 대부분은 중국을 싫어한다”고 말해 큰 논란을 일으켰고, 최근엔 미국의 외교전문잡지인 『포린어페어스』에 실은 글에서 미국 중심 안보회의체 참여로 중국의 경제 보복을 경험한 일본·호주·인도를 거론하고 “한국은 이들 나라와 달리 중국의 경제 제재에 굴복하면서 안보 이익을 희생시켰다”고 적었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세계일보』 인터뷰에서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에 대해 “영해 침범인데, 그런 건 격침해버려야 한다. 소말리아 해적이 왔어도 봐줬겠느냐”고 말했다. 다소 비판적으로 말해본다면, 최유력 대선 후보 두 사람이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국가의 장기적 안보가 걸린 민감한 외교 사안을 사적으로 남용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인 대선후보들의 대중국 ‘극언’이 이어지자, 당연히 전문가들의 우려하는 목소리가 비등했다. 중국 관련 이슈는 시민들의 관심도도 매우 높다. 중국이 사실상 G2 국가로 부상하면서 한반도와 주변의 지정학적 긴장도는 연일 높아져왔다. 향후 수십 년간 이 긴장을 어떻게 관리하는가는 대한민국의 운명을 가를 수 있는 중대한 문제다. 언론이라면, 특히 공영방송이라면 단지 민감한 이슈라고 해서 그것을 회피해선 곤란하다. 혐오와 편견이 사회적으로 확산하여 공동체의 통합과 안정을 위협하는 상황이 오지 않도록, 정확한 사실 관계를 적극적으로 시민에게 알리고 전문가의 분석을 균형 있게 소개하는 것이 책임 있는 저널리즘의 의무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 KBS가 이 문제를 진지하게 직시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지금까지 모니터링해온 바로는, KBS 뉴스9가 젠더 및 중국 등 민감한 현안을 계속 외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첨예한 시민적 관심사를 적확하고 냉철하게 짚어줄 수 있는, 그런 공영방송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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