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본부 대선보도 모니터] 역사적 산물인 ‘기계적 균형’, 지금도 유효한지 논의해 봐야 (2/13)
[KBS본부 대선보도 모니터] 역사적 산물인 ‘기계적 균형’, 지금도 유효한지 논의해 봐야 (2/13)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22.02.15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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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0대 대통령 선거 보도 모니터링

 2022년 2월 13일(일) <KBS 뉴스 9>

 

 

 13일 KBS 9시 뉴스에서는 야권 단일화 제안 소식을 전한 <안 “여론조사로 단일화”... 윤 “아쉽다”>와 단일화 방식과 시한 등을 살펴본 ‘대선 톺아보기’가 이어졌다. 이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동정을 담은 <이재명, 윤석열 겨냥 “보복의 시대 넘겠다”> 리포트, ‘공약 돋보기’로 <노동시간 공약... 후보별 차이점은?> 리포트도 있었다. 눈길을 끄는 점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나 다른 야권 후보의 동정에 대한 보도가 없었다는 것이다.

 

 짐작하건대 이날 가장 비중있게 다뤄진 이슈가 야권 단일화였고 이 소식을 집중적으로 다룬 것이 여당에는 불리하다고 보여질 수 있기 때문에 여야 간 균형을 맞추기 위한 고심의 결과가 아닐까 싶다. 기계적 균형을 지켜 공영방송으로서 중립성을 도모하고 정치적 논란을 피해가기 위한 선택일 것이다. 이전 모니터링에서도 지적한 바 있지만, KBS 뉴스는 후보 동정 보도 등 거의 모든 리포트에서 후보 간 균형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심지어 TV토론에서의 발언에 대한 팩트체크 성격의 리포트였던 12일자 <‘의혹’ 검증 격돌... 토론 발언 따져보니>에서도 후보 1명당 하나씩의 이슈만 잡아 사실 검증을 했다. 허위사실의 개수와 사안의 비중을 기준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팩트체크에서도 중립성이 최우선으로 고려되는 것이다.

 

 선거 국면에서 방송은 보도 시간과 비판 수위 등 양적·질적 측면에서 정당 간 정확한 균형을 맞춰 편향성을 배제해야 한다는 논리는 오랫동안 강조된 규범이었다. 양당 체제가 고착화된 미국의 저널리즘 원칙에서 영향을 받은 측면도 있고, 독재정권 시절이나 민주화 직후 집권여당에 편향적인 보도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1980년대~90년대 시민단체의 텔레비전 보도 감시 운동이 방송의 중립성을 강조했던 건 ‘최소한 기계적 균형이라도 맞추라’는 주문이었다. 그런 점에서 기계적 균형성은 고정불변의 저널리즘 원칙이 아니라 역사적 산물이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민주화 초기에 비해 질적으로 성숙한 KBS의 보도 수준과 한국 시민사회의 눈높이를 생각해볼 때, 기계적 균형의 원리를 언제까지 고집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깊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해외의 저널리즘 연구에서도 중립성은 언론(방송을 포함하여)이 추구해야 할 궁극적 가치가 아니기 때문에 불편부당성 등 더 적극적인 가치로 대체되어야 한다거나, 의미 자체가 모호하고 상호 합의가 어려운 공정성이나 객관성 등의 개념이 저널리즘의 목표로 동원되는 데 반대하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기계적 균형 자체가 일종의 도그마일 수 있을 뿐더러, 특히 오늘날과 같이 언론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고 공영방송의 존재 이유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퇴색하는 시점에서 최소한의 중립성만 지키는 소극적 보도로는 공영방송의 효용성을 시청자들에게 각인시키기 어렵다. 단기간에 변화를 시도하기는 어렵겠지만, KBS 구성원들의 고민과 토론을 주문하고 싶다.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된 공약을 비교한 ‘공약 돋보기’에서도 아쉬운 점이 있었다. 리포트는 노동시간 단축의 필요성과 문제점을 대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이슈가 심층적이고 종합적으로 분석됐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노동시간 단축은 사업장 규모별, 고용 형태별, 업종별 양극화가 심각하다는 점에서 피상적으로 접근했을 때 정책의 취지나 영향을 왜곡하여 받아들일 위험성이 있는 이슈다. 정책의 필요성이나 현실적 가능성을 논할 때 전체 사업장을 포괄적으로 다루기보다 세분화된 논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기자는 리포트 말미에 관련하여 짧게 언급(“정규직과 비정규직간 노동 시간 격차 등 계층별,업종별 노동의 양극화 문제에 대해서는 현실적인 대안 제시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습니다.”)했을 뿐 가장 중요한 문제를 건드리지 않았다. 리포트가 전체적으로 피상적인 인상을 주는 이유다. 사안 자체가 3분 20초 분량의 리포트에 끼워넣기에는 지나치게 복잡하고 무거운 주제였다는 생각도 든다.

 

 노동시간 단축 이슈를 다루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건 노동자의 목소리일 텐데, 일부 대기업 노동자 또는 기업 경영진의 목소리에 비해 대다수 노동자의 관점은 배제되어 있었던 점도 아쉽다. 예컨대 보도는 주 4.5일제 적용 중인 일부 대기업 노동자를 노동시간 단축의 사례로 소개했다. “업무가 더 효율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 같고 주말에 복잡해서 가기 힘든 맛집이나 전시같은 곳을 가려고...”라는 인터뷰와 함께였다. 노동시간 단축의 효과를 지나치게 ‘납작하게’ 그려내는 방식이다. 이미 노동시간 단축의 이점을 누리는 대기업 노동자를 보여주기보다 장시간 근무에 시달려 노동시간 단축 정책을 시급히 필요로 하는 노동자의 사례를 보여주는 쪽이 더 낫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노동시간 단축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모습은 국회 앞에서 전경들과 몸싸움을 하는 시위 장면으로 노출되었을 뿐이다.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이데올로기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영상이다.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는 전해주지 않으면서 싸우는 모습만 보여주는 것은 노동운동을 ‘과격’의 프레임으로 보도했던 오래전 관습으로서 지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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