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본부 대선보도 모니터] 단순 '말 옮기기' 보다 팩트체크, 맥락을 이해할 수 있는 보도 필요 (2.18~2.21)
[KBS본부 대선보도 모니터] 단순 '말 옮기기' 보다 팩트체크, 맥락을 이해할 수 있는 보도 필요 (2.18~2.21)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22.02.23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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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본부 대선보도 모니터]
당사자의 목소리에 집중한 공약보도 돋보여 (2/18)

KBS 20대 대통령 선거 보도 모니터링
2022년 2월 18일(금) <KBS 뉴스 9>

 

  대선보도는 총 4건, 동정 3건, 공약보도 1건이었다. 정책보도가 1건뿐이라 동정보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던 하루였다.

 

  이처럼 별도의 이슈 없이 동정에 치중하는 날에는 동정보도 내에서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것도 좋겠다. 판에 박힌 스타일의 보도가 되풀이되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후보의 동선을 따라 주요발언을 나열하는 정식화된 틀에서 벗어나 때로는 청중의 관점에서, 유세지역 시민들의 말을 담아보는 것도 괜찮겠다. 지금의 동정보도는 천편일률적이다.

 

  다른 대선보도량이 줄어들면 동정보도의 시간을 늘리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지난 15일, 공식 선거 운동 첫 날, KBS는 이재명, 윤석열, 심상정, 안철수 각 후보별로 한 꼭지씩 동정보도를 내보냈다. 공정성이나 형평성에 있어 아무런 문제가 없고, 시청자들은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방식이다. 대선보도량이 부족할 때마저 애써 李·尹 각 1꼭지, 沈+安=1꼭지란 공식을 지킬 필요가 있을까.

 

  沈·安 후보 관련 동정보도 시간이 충분치 않다보니 두 후보의 동정은 단편적으로 전해지는 경향도 나타난다. 양적으로는 절반이지만, 질적으로는 그 이하가 되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시간을 적게 배치할수록 형평성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예컨대 李·尹 후보의 동정보도의 제목에는 두 후보 측이 부각하려는 메시지가 잘 담겨지는 반면 沈·安 후보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종종 발생하곤 한다. 이재명 후보는 “부동산 대책(을) ‘대전환’”(17일 제목)하고, 윤석열 후보는 “부동산 실정을 정조준”(17일 제목)하지만 심상정 후보는 어제도 “노동계 표심(을) 공략”(17일 제목)하고, 오늘도 “노동계 표심 잡기”(18일 제목)를 하는 식이다. 더 짧은 보도제목과 시간 안에 핵심적인 내용을 담아내기 위해서는 더 길게 취재하고, 더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소방관 공약을 짚어 본 [공약 돋보기]는 참 좋았다. 무엇보다 소방관 당사자의 입을 통해 문제점을 드러내고, 이와 관련된 공약들을 점검해나가는 접근방식이 돋보였다. 이렇게 공약이나 정책보도에서 당사자에게 더 많이 발언기회를 주어야 한다. 특히, 노인, 여성, 어린이 등 사회적 약자들에게는 더욱 더 그렇다. 공약의 필요성뿐만 아니라 공약 검증에도 당사자가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오늘 보도의 경우에도 소방관들이 얼마든지 직접 후보들의 공약을 평가할 수 있을 거다. 소방관이야말로 소방공약을 가장 잘 평가할 수 있는 적임자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소한 것 하나만 지적하자면, 윤석열 후보의 대표 공약으로 소개한 ‘소방심신수련원 건설’은 이미 예산 470억 원을 투입해 강릉 지역에 건립이 착수됐다는 기사가 있다. 윤 후보측 보도자료를 보아도 “현재 추진 중인 소방심신수련원 건설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살핀다”고 나와 있다. 윤 후보 측 대표공약은 마음건강 강화프로그램 운영 예산을 향후 5년간 매년 50억원으로 증액하여 250억원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한다. 작은 실수로 보이지만 상당 분량으로 소개한 부분이라 짚고 넘어간다.

 

 

[KBS본부 대선보도 모니터]
네거티브 발언, 한 발 더 나아간 ‘팩트체크’ 필요 (2/19)

KBS 20대 대통령 선거 보도 모니터링
2022년 2월 19일(토) <KBS 뉴스 9>

 

이날 대선 보도는 각 대선 후보의 동정을 간단하게 다루었으며 <대선 톺아보기>에서는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의 선거 운동 전략과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발언에 대해서 살펴봤다.

 

이 후보와 윤 후보가 각자 강세 지역을 방문한 것이 그 지역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이라는 점 그리고 서로에 대한 수위 높은 공격을 이어나가고 있는 것이 지지층 결집을 위한 전략이라는 점을 짚어주는 것은 깊이 있는 분석이라고 보기 어렵다. 각 후보의 발언 중 사실관계가 다른 발언을 짚어주고 정정해주긴 했지만, 네거티브를 일삼는 양당 후보에 대한 비판이 팩트체크로 그쳐서는 안될 것이다. 후보들의 수위 높은 발언들을 두고 이것은 정치적 전략의 일환이라고 코멘트하는 것은 자칫 이를 합리화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보다는 그러한 네거티브 발언들이 선거 유세 현장을 차지하면서 사라진 것이 무엇인지 짚어줄 필요가 있다.

 

KBS는 지난 2월 15일자 <대선 톺아보기>에서 남은 공식 선거운동 기간 동안에는 후보들이 정책을 중심으로 유세를 하고 또 정책에 기반하여 평가를 받길 바란다고 코멘트한 바 있다. 이러한 관점을 유지한다면 이번 보도에서도 단지 네거티브 발언의 전략적 의미를 설명할 것이 아니라 이로 인해 정책 중심 선거 운동이 사라진 것을 비판해야 했다. 대선일이 다가올수록 후보들의 발언에서 정책은 그 비중을 잃고 있다. 혹은 ‘언론이 옮기는’ 후보들의 발언에서 정책 비중이 감소하고 있다.

 

사실 지난 며칠간 그나마 후보들 사이에서 공약과 관련하여 공방이 벌어진 사안이 있다면 바로 ‘광주 복합쇼핑몰’ 건이었다. 지난 16일 윤 후보가 광주 유세 현장에서 복합쇼핑몰을 광주에 유치할 것을 공약하면서 이제까지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인해 광주에 복합쇼핑몰이 유치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검증되어야 할 사실관계가 있는데, 바로 윤 후보가 말하는 ‘복합쇼핑몰’이 이미 롯데아울렛 광주 수완점으로 실현되어 있다는 것 그리고 윤 후보 발언에서 언급된 ‘민주당이 반대한 사업’인 신세계 복합단지 사업은 단지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진행되지 않았다고 단순화해서 말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번 <대선 톺아보기>에서는 윤 후보가 복합쇼핑몰 공약을 언급하면서 함께 발언한 광주시 GDP 문제에 대해서 사실 검증을 했지만 사실 좀 더 다각도에서 검증이 들어가야 할 사안은 ‘광주 복합쇼핑몰’ 건이었다. 그러나 KBS 뉴스 9은 지난 16일자 보도에서 윤 후보가 “민주당에 대해서는 호남 정치를 독점하고는 복합쇼핑몰 하나 들어서지 못하게” 했다고 발언을 옮겼을 뿐 이후 보도에서 해당 발언 및 공약에 대해서는 검증하지 않았다. 이 건은 여야의 정치 공방으로 이어졌을 뿐만 아니라 광주 지역 커뮤니티 내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유통 재벌의 골목 상권 침해와 시민들의 편의 보장이라는 오랜 대립 구도가 다시금 점화되었고 지역 갈등과 세대 갈등까지 중첩되어 있다. 공약이 함의하고 있는 다양한 이해관계를 살펴볼 수 있는 사안이기에 별도로 다루지 않은 것이 아쉽다.

 

 

[KBS본부 대선보도 모니터]
‘단일화 결렬’, 맥락을 이해할 수 있는 보도 아쉬워 (2/20)

KBS 20대 대통령 선거 모니터링
2022년 2월 20일 <KBS 뉴스 9>

 

일요일 주말 대선 최대 이슈는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결렬 선언이었다. 당연히 많은 유권자들이 관심을 가질 사안이다. 어쩌면 이번 대선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 있는 사건이다. 하기에 단일화를 둘러싼 양 후보와 양당 간의 표면 움직임과 물밑의 움직임, 발언배경 등 하나하나 디테일한 부분들을 짚으면서 사태의 진행과정을 재구성해볼 필요가 있었다.

 

단일화 관련 보도는 두 개로 첫머리의 ‘단일화 제안 1주일 만에 안철수 ‘마이 웨이’ 선언’과 ‘[대선 톺아보기] 변수된 단일화 제안 철회·의혹·TV토론’이었다. 하나는 단신성 보도였고, 본격적으로 단일화 결렬 이슈를 다룬 것은 대선 톺아보기 코너였다. 안철수 후보가 공개적으로 단일화 제안을 했을 정도면, 실무진급에서 상당히 많은 논의가 오간 상태였음은 굳이 전문가가 아니라도 역대 선거의 단일화 과정을 지켜본 유권자라면 누구나 짐작할 수 있었다. 그 상황이 일주일 만에 이렇게 파탄에 이르렀다면, 분명 그 기간 동안에만도 상당히 많은 사건과 갈등이 일어났던 것이다.

 

그런데 KBS 보도는 안철수 후보가 ‘답 없는 윤석열 후보가 문제’라고 하고 윤 후보측은 “이야기가 오가는 와중에 갑자기 무슨 일이냐”고 했다는 것, 그리고 이준석 국민의 힘 당대표가 KBS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고인 유지를 어디서 확인합니까”라고 발언한 데에 안철수 후보측이 감정이 상했다는 정도만을 언급한 채 분석을 마무리했다. 지극히 기술적인(descriptive) 보도다.

 

다른 매체는 달랐다. 예컨대 이날 SBS 8뉴스는 단일화 결렬 배경에 대해 상세히 분석하였다. SBS는 단일화 실무 협상 과정에서 여러 단일화 조건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왔다는 사실, 그리고 대선 후 지방선거에서 경기지사를 포함해 광역단체장 3곳, 수도권 기초단체장은 절반까지 공천을 보장한다, 또 합당을 통해 국민의당 대선 비용도 국민의힘이 떠안는다는 등의 구체적인 조건을 언급했다. 또한 이날 윤석열 후보가 안철수 후보에게 전화를 걸어 만남을 제안하며 오간 얘기도 구체적으로 보도했다. 이 부분도 KBS는 단지 윤 후보가 전화를 걸었고 안 후보가 단일화 관련 논의는 없었다고 했다고 리포팅했는데, SBS는 윤 후보가 전화로 안 후보에게 만남을 제안하자 안 후보는 “후보끼리 만나기보다 실무진 논의가 우선”이라고 답하고, 윤 후보가 “그럼 실무협상을 할 사람을 정하자”고 하니 안 후보가 “생각해 보겠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를 통해 시청자가 추론할 수 있는 우선 양측 사이에 실무 협상이 진행되다가 어느 시점에선가 중단됐다는 것이다. 그것이 안철수 후보의 결렬 선언으로 이어지게 되자 윤 후보가 다시 전화를 걸어 실무진 구성부터 다시 시작하자고 한 것이다. 안 후보 입장에서는 이미 상당히 진행되던 실무 협상을 윤 후보가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시작하자는 식으로 말하니 역시 상대가 단일화에 진정성이 없음을 다시금 절감하였을 테고, 냉담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물론 이 서사는 어디까지나 ‘추론’일 뿐이다. 공적 언론이 정치권의 시시콜콜하고 자극적인 가십까지 보도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유권자로 하여금 급박하게 일어나고 있는 정치적 해프닝의 배경을 추론할 수 있게끔 알려진 사실들을 충실히 전해주는 것도 언론의 중요한 역할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이날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결렬 선언 20보도는 상당히 아쉬웠다.

 

 

[KBS본부 대선보도 모니터]
토론보도, 말 옮기기보다 팩트체크에 더 집중했으면 (2/21)

KBS 20대 대통령 선거 보도 모니터링
2022년 2월 22일(화) <KBS 뉴스 9>

 

첫 법정 TV토론이 열렸고 KBS 9시 뉴스는 네 꼭지의 리포트를 통해 상세한 소식을 전했다. 주로 후보들의 주요 발언들을 정리해 요약 소개하는 형식이었다. 이 중에는 “다른 나라는 국가 GDP의 대개 15%정도를 지원했는데 우리는 5% 정도밖에 지원하지 않아서 사실은 국가가 진 빚을 가계가 대신 진 거죠. 전세계에서 가계부채비율이 가장 높기 때문에...”(이재명 후보), “코로나 대응을 위해서 확장재정과 금융확장 정책 때문에 돈을 많이 썼지만 우리가 다시 건전성 확보를 위해서 정부가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윤석열 후보)와 같이 중요한 정책적 지향점을 보여주는 발언도 있었다. 그러나 내용적으로 중요하지 않은데도 후보들끼리 치고받으며 나온 품격을 잃은 말들을 실어나르는 데 많은 분량을 할애하기도 했다.

 

예컨대 “본인 마스크 잘 안쓰시죠? 부인도 잘 안 쓰시더군요. 규칙 잘 안 지키시고 압수수색, 신천지, 지금 대구에 사람이 죽어나갈 때 압수수색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안 했지 않습니까? 국가의 방역에 가장 비협조적인 분이 방역 자체의 성과를 폄훼하는 것은 옳지 않다.”(이재명 후보), “저한테 다 물어 놓고 답할 기회는 안 주고 저기다 물어봐요?”(이재명 후보), “얘기해 봐야 또 뭐 본인 얘기만 할 게 뻔해서”(윤석열 후보), “그만 하십시오. 이따가 하세요.”(윤석열 후보)와 같은 가시돋친 발언들은 시청자들이 후보를 판단하고 선택하는 데 있어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굳이 뉴스에서 소개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스튜디오에 출연해 TV토론을 정리하며 기자는 “정책, 비전보다는 감정싸움으로 번”졌다고 요약했고 앵커도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가를 내렸다. 그런데 어찌 보면 언론이 정책 메시지보다 후보들 간 감정싸움을 하는 발언에 집중하기 때문에 후보들이 자극적인 공격성 발언을 함으로써 주목을 유도하는 것일 수도 있다. 후보들의 절제 못지않게 언론의 절제도 필요하다.

 

후보 간 감정 다툼을 전하는 것보다 시청자들이 언론에 기대하는 것은 후보 간에 사실관계에 대한 주장이 서로 다른 경우와 관련한 팩트체크일 것이다. 이번 토론에서도 특정 발언을 했는가 안했는가, 소상공인 지원을 했는가 하지 않았는가 등을 비롯해 후보들이 완전히 상반된 이야기를 하는 장면들이 여럿 있었다. 인터넷 검색만 해봐서는 명확히 알기 어렵거나 판단하기 애매한 이슈들도 있었다. 어느 쪽이 사실을 말했고 누가 거짓말을 했는지 기자들이 사실관계를 검증해 토론이 끝난 뒤 곧바로 확인해준다면 시청자들의 만족도가 높아질 것이다. 언론이 이런 역할을 해주지 않으니 후보들이 너무 쉽게 거짓 주장을 하거나 사실을 호도한다는 생각이 든다. (또 한 가지 방송 내용과 무관하지만 지적할 사항은 홈페이지의 방송 다시보기에 나와 있는 스크립트에 일부 후보의 발언이 실제 발언과는 조금 다르게 기록되어 있다. 사소한 부분이라 하더라도 KBS의 위상과 대선 후보의 발언 내용이 갖는 엄중함을 고려할 때 자구 하나 틀리는 것 없이 정확하게 기록할 수 있도록 신경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날 ‘공약 돋보기’는 <‘장애인 이동권 보장’ 대선후보 공약은?>이었다. 시의적절하고 중요한 이슈를 선택한 점이 돋보였다. 다만 ‘공약 돋보기’ 코너가 대체로 후보들의 공약을 단순 나열한 뒤 예산 확보 방안 부재로 인한 실현 가능성의 부족을 비판하는 ‘쉬운 길’을 가며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공식을 이번에도 답습한 점은 다소 아쉬웠다. 예산 확보의 중요성이야 당연하겠지만 공약 내용 자체에 대한 비교나 평가가 더 본질적인 부분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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