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본부 대선보도 모니터] 공방만 전한 정치분야 토론회... 핵심 메시지 전달에 주목해야 (2.25~2.27)
[KBS본부 대선보도 모니터] 공방만 전한 정치분야 토론회... 핵심 메시지 전달에 주목해야 (2.25~2.27)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22.03.02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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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본부 대선보도 모니터]
정치분야 공론화 필요... 구체적 공약 평가는 돋보여 (2/25)

KBS 20대 대통령 선거 보도 모니터링 
2022년 2월 25일(금) <KBS 뉴스 9>

 

두 번째 법정 TV토론이 열렸다. 토론 주제는 정치 분야였다. 마침 민주당이 선거제도 개혁과 개헌 등 정치개혁 의제를 내놓은 직후라 정치 분야 토론에 관심이 집중되던 터였다. 연동형·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중대선거구제 등의 제도는 유권자의 의사를 정확하게 반영하고 양당 구도를 해체하는 개혁 방향의 정당성과 설득력 차원에서 볼 때 진지하게 다뤄질 가치가 충분히 있다. 일부 정당이나 정파의 정치적 주장이 아니라 학계와 시민사회가 오랫동안 주장하고 정교화해온 숙원이라는 점에서 담론적 권위도 확보한 상태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언론은 일련의 과정을 흔한 정치쇼나 선거 전략의 하나로만 다루기보다 진지한 공론화를 통하여 정치개혁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타진하는 방향으로 보도해나갈 필요가 있다.

 

반면 거대양당 후보의 관련 의혹을 둘러싼 공방은 별도의 리포트로 집중보도했다. <‘대장동 의혹’ 또 난타전... 서로 향해 ‘몸통’> 리포트는 대장동, 저축은행 수사, 배우자 의혹 등을 둘러싼 후보 간 격돌 내용을 전달했다. 심지어 이번에는 이런 공방이 토론 전체 시간 중 얼마 되지도 않았다. 후보 간 공방을 다루더라도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 논의가 이뤄진 정치개혁, 외교안보 정책 등에 초점을 맞추는 쪽이 바람직했으리라 본다.

 

토론을 요약 정리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자극적인 표현을 골라 소개하는 방식도 재고하면 좋겠다. 이날 뉴스에서도 ‘이완용이 안중근에게 나라 팔아먹은 사람이라고 하는 얘기랑 똑같은 거’, ‘안방 장비’, ‘빙하 타고 온 둘리’ 등 토론의 큰 줄기와 별 상관이 없음에도 시청자들의 주목을 끄는 네거티브성 발언들이 뉴스에서 부각되었다. 또한 TV토론이 진행된 날 뉴스에서는 기자가 스튜디오에 나와 앵커와 토론 전략 등과 관련한 대담을 나누는데, 서두에 항상 토론 성과에 대한 각 당의 평가를 소개하는 순서는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시청자들이 공감하지 못하는 아전인수식의 뻔하고 지루한 자화자찬이기 때문이다. 제한된 시간을 유익하게 쓰기 위해서는 과감히 생략해도 좋을 것이다.

 

이날 <당신의 약속, 우리의 미래>는 후보들의 부동산 세제 관련 공약을 심층 분석했다. 부동산 관련 세금을 완화하면서 세수 감소분을 어떻게 충당하여 현실성을 담보할 것인가를 예리하게 질문했다. 특히 모든 후보를 싸잡아 비판하는 방식을 벗어나, 다주택자 보유세를 강화하되 공공임대 수준의 임대료를 받는 경우 혜택을 주기로 한 안철수 후보의 공약을 높게 평가한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특정 후보의 공약이 좋다고 명시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편들기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조심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어떤 공약이 우수하고 어떤 공약이 문제가 있는지 구체적으로 짚어서 평가하는 작업은 유권자들의 판단을 실질적으로 돕는 차원에서 공약 검증의 필수 요소다. 이전의 보도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던 구체적 평가가 들어간 점은 평가 내용에 대한 찬반 여부를 떠나 고무적이었다.

 

 

[KBS본부 대선보도 모니터]
양강구도 재구성보다 핵심 메시지 전달에 주력해야 (2/26)

KBS 20대 대통령 선거 보도 모니터
2022년 2월 26일(토) <KBS 뉴스 9>

 

주말이 되자 선거보도는 3건으로 줄어들었다. 동정보도 2건에, 톺아보기 1건이었다.

동정보도는 여전히 이·윤 후보를 각각 60초 분량에 1대1로 맞추고, 심·안 후보에게 45초 분량을 할애하는 기계적 형식을 유지했다. 이런 식의 시간배분은 자칫 메시지 전달에 있어 형평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예컨대 안철수 후보 보도내용을 보면, 안 그래도 짧은 45초 가운데 17초가량을 ‘서울지역 유세에 집중했다’, ‘안 후보 부인이 직접 선거운동을 했다’는 단편적인 정보를 전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안 후보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겨우 한 마디 정도만 전달할 수 시간이 남는다.

 

핵심 메시지 전달에 있어서도 양강구도 위주이다. 이재명 후보는 “안보 강한 대통령”을 말하고, 윤석열 후보는 문재인 정부 “부동산 심판”을 외치지만, 심상정 후보는 ‘대구를 찾아 지지를 호소’하고, 안철수 후보는 ‘서울 유세에 집중’할 뿐이다. 양강 후보는 핵심 메시지를 뽑아내지만, 군소후보는 동정을 요약하는데 그친다.

 

후보 4명이 동일한 시간을 배정받아 함께 토론하지만, 토론이 끝나면 보도는 다시 양강 후보를 중심으로 재구성된다. ‘한미일 군사동맹’은 분명 중요한 의제다. 하지만 의제 가치가 높아서 선정되는 것만은 아니다. 공방이 벌어지고, 상대후보의 우크라이나 발언 논란과 매치가 되기 때문이다. 일본의 한반도 개입 문제를 지적한 건 심상정 후보였다. 하지만 토론 후 공방을 벌이는 주체는 (다시) 민주당이 된다. 언론은 “민주당, 국민의힘 양쪽 다 공세와 방어 수위를 끌어올린 데”에만 주목한다. 이런 공방을 전하는 게 잘못됐다는 말이 아니다. 논쟁을 이끌어내고, 의제화한 당사자가 사라지는 문제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든 문제를 거대양당의 공방으로 재구성하는 방식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

 

 

[KBS본부 대선보도 모니터]
극단적인 ‘단일화 결렬 과정 공개’,
이해를 도울 정보제공 부족 (2/27)

KBS 20대 대통령 선거 모니터링
2022년 2월 27일(일) <KBS 뉴스 9>

 

이날 대선 보도는 총 네 꼭지였다. 여론조사 결과 및 야권 단일화 협상 과정을 포함해 요동치는 선거 판세에 대한 비교적 꼼꼼한 분석이 돋보였다. KBS와 한국리서치의 여론조사에서는 공교롭게도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 지지율이 똑같이 39.8%가 나왔다. 현재 얼마나 초박빙의 상황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다. 심지어 민주당과 국민의 힘 정당 지지도 역시 36.9%로 똑같았다. 두 번째 꼭지와 세 번째 꼭지는 윤석열-안철수 후보 간 단일화 협상 결렬을 둘러싼 막후 협상 과정과 폭로전에 대해 리포팅하고 분석했고, 세 번째 꼭지는 후보들 동정을 소개했다.

 

아무래도 이날 보도의 중심은 단일화 협상 과정에 대한 국민의 힘 윤석열 후보 측의 협상과정 폭로 기자회견일 수밖에 없었다. 윤석열 후보는 이례적으로 다섯 장짜리 문건을 기자들에게 공개하면서 그간 안철수 후보와 오간 협상 관련 논의가 안 후보의 일방적이고 독단적 행태 때문에 파국을 맞았음을 주장했다. 결국은 단일화 결렬에 대한 책임이 안철수측에 있다는 것이다. 이후 정치부 기자와 앵커의 대담에서는 윤 후보측이 공개한 ‘단일화 협상 일지’를 날짜별로 정리하였다. 이를 통해 시청자가 짐작할 수 있는 사실은, 윤석열 후보는 안철수 후보측에게 구체적인 부분에 대한 확답은 하지 않으면서 단일화의 명분과 이익만을 취하려고 시도했다는 점이고, 안철수 후보는 여론조사 등 실무적 합의가 전혀 진행되지 않고 후보끼리 합치는 장면만 연출하려는 윤 후보 측에 실망하여 돌아서게 됐다는 점이다.

 

정치 고관여층이나 대선에 관심이 있는 시청자가 궁금해 하는 대목은 바로 이런 부분이다. 이런 돌발적이고 이례적인 사건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를 듣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당일 보도에서 왜 이런 사태까지 이르게 됐는지에 대한 설명은 부족했다. “자신들 뜻대로 안되니 일방적으로 까발렸다”는 국민의 당 이태규 의원의 발언을 전달하는 수준으로는 “왜”라는 질문에 대한 적확한 답을 제공하지 못한다. 돌발적인 특정 정치 사안에 대해 시청자가 이를 제대로 해석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정보를 뉴스가 보다 풍부하게 제공할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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