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본부 대선보도 모니터] 소외된 의제에 주목한 보도 돋보여... 궁금증 풀어주는 효과적인 전달 고민해야 (2.28~3.3)
[KBS본부 대선보도 모니터] 소외된 의제에 주목한 보도 돋보여... 궁금증 풀어주는 효과적인 전달 고민해야 (2.28~3.3)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22.03.04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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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본부 대선보도 모니터]
‘최저 주거환경’ 주목 고무적, 실제 정책대안도 기대 (2/28)

KBS 20대 대통령 선거 보도 모니터링
2022년 2월 28일(월) <KBS 뉴스 9>

 

기획보도에 있어서는 다른 방송사에 비해 꾸준히 많은 분량을 할애하면서 다각도로 공약을 평가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날 <당신의 약속, 우리의 미래>는 대선 후보들이 부동산 정책 중에서도 주거 취약 계층을 중심으로 논의를 전개했다.

 

먼저 임대주택과 관련해 특정 지역에 집중적으로 공급하게 되면 해당 지역에 사회적 낙인이 생긴다는 새로운 관점에서 비판이 나왔다. 이 지점은 ‘집값 하락’의 문제 제기로 기존 주민들의 반대와도 연결된다. 따라서 앞서 보도했던 주택 공급 문제와 차별화를 두고 임대주택만의 쟁점을 더 심도 있게 다루고자 한다면 사회적 낙인과 관련한 실제 사례를 제시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또한 예산에 대한 지적도 여러번 언급되었던 사항이기에 노년층 및 저소득아동가구 소외 문제를 더 상세하게 설명해주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대선 후보 대부분이 공약에 포함하고 있지 않은 최저 주거환경 기준 문제를 주요 의제로 제시한 것은 무척 고무적이다. 특히 “전국적으로 (...) 주거 빈곤 가구는 종합부동산세 대상의 2배 규모”임에도 대선 후보들은 세제 개편에만 집중하고 있으며 주거 빈곤층에 대해서는 재정지원책만 제시하고 있다는 지적은 뼈아프다. 후보들이 제시한 공약을 대상으로 비판적인 분석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서 ‘제시하지 않은’ 공약은 무엇인지 지적함으로서 의제 중심의 선거 논의를 더욱 풍부하게 해주었다. 다만 주거 빈곤층과 관련하여 어떤 정책들이 나와야 하는지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는 데까지는 나아가지 못한 점은 아쉽다. 즉 “주거권을 자기 힘만으로는 보장할 수 없는 사람들의 문제를 복지적인 측면에서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이나 주거 지원을 “실수요자에게 연결”할 수 있는 정책이 무엇인지에 대한 방안이 제시되지 못했다. 물론 이를 고민하고 수행해야 하는 것은 대선 후보들이겠으나, 전문가들의 아이디어나 실제 해외 사례들을 제시하는 것도 논의의 장을 더욱 확장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날 동정 보도에서도 지지율 1,2위를 다투는 양강 후보들 그리고 제3정당 후보들 간의 양적/질적 차이가 드러났다. 또한 각 후보의 동정 모두 공통적으로 공약 관련 내용은 짧게 언급되거나 아예 언급되지 않고 보다 자극적인 발언들이 내용의 상당 부분을 구성하면서 각 꼭지의 제목에도 인용되는 모습들이 반복되고 있다.

 

 

[KBS본부 대선보도 모니터]
‘투표 약자’ 관련 보도 긍정적... 효과적인 전달방식 고민해야 (3/1)

KBS 20대 대통령 선거 보도 모니터링
2022년 3월 1일(화) <KBS 뉴스 9>

 

3월 1일자 KBS 9시 뉴스의 <‘쉬운 공약집’ 우리는 왜 안되나요?> 리포트는 선관위가 발달 장애인을 위한 안내 자료집을 제작해 배포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해외와 달리 발달 장애인 유권자들이 개별 대선 후보들의 정책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공약집이 없다는 사실도 지적했다. KBS의 발굴 보도이든 선관위의 홍보 내용을 전하는 보도이든, ‘투표 약자’를 찾아내고 이들의 참정권을 보장하는 방안 마련을 촉구할 필요성을 생각할 때 높이 평가할 만한 보도였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선관위의 눈길이 미치지 않는) 참정권을 제약받는 또다른 사회적 약자 집단을 찾아내 널리 알리는 보도를 적극적으로 해줄 것을 요청한다.

 

그런데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동정을 전한 <“정권교체가 정치 교체”... 첫 ‘원팀’ 유세> 리포트에서는 "민주당 정권은 어떻게 했습니까? 도발이라는 말도 못 한 벙어리 행세를 했죠. 이런 정권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있습니까?"라는 윤 후보의 유세 발언을 그대로 전했다. 언어 장애인을 비하하는 단어 사용을 지양하자는 사회적 합의가 형성되기 시작한 시점에서 유력한 대선 후보가 해당 단어를 부정적 의미를 담아 비유적으로 사용한 것이다. 언어 장애인과 그 가족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 문제적 발언이다.

 

문제는 KBS가 장애인을 폄훼하는 윤 후보의 표현을 여과 없이 내보냈다는 점이다. 윤 후보의 인권 감수성 부족을 국민들이 알아야 한다는 취지였다면 적어도 이러한 표현이 문제나 논란의 소지가 있음을 한 번쯤 지적해줬어야 한다. 윤 후보가 청각 장애인을 위한 수화 보조원 옆에서 장애인을 비하하는 단어를 거리낌없이 사용하는 장면도 역설적이었는데, 공영방송이라면 사회적 소수자를 한번 더 신경쓸 필요가 있었다.

 

<논란의 ‘복수의결권’... 대선 후보 공약은?> 리포트에서는 이른바 ‘유니콘 기업’이 더 늘어나기 위하여 벤처 기업 창업주의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는 복수의결권 관련 공약을 살펴보았다.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분야 공약을 찾아내 상세히 들여다보는 ‘대선 돋보기’ 코너의 취지에 맞는 적절한 아이템이었다. 다만 후보들의 공약을 살펴보는 순서 배치에는 조금 다른 판단이 필요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논리적으로 볼 때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찬성 입장을 먼저 보여주고 우려와 반대 입장을 그 뒤에 보여주면서 접점과 해법을 모색하는 내용 전개가 시청자들의 이해에 가장 알맞았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기존 방식대로 후보 기호 순서에 맞춰 이재명, 윤석열, 심상정, 안철수 후보의 공약 순으로 소개되다 보니 논점이 명확히 전달되지 않았다. 부분 찬성(우려되는 부분 조정)인 이재명 후보와 찬성인 윤석열 후보의 공약이 중점적으로 소개되고 반대 입장인 심상정 후보의 논리는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이런 방식보다는 양극단인 찬성 입장(윤석열 후보의 논리)과 반대 입장(심상정 후보의 논리)을 전하고 중간 절충을 요구하는 이재명 후보의 논리 순서로 배치했다면 사안을 이해하는 데 더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후보자의 기호 순서나 지지율의 높고 낮음보다 정책의 내용에 대한 이해에 초점을 맞추는 쪽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KBS본부 대선보도 모니터]
토론회 ‘정책공방 보도’ 긍정적... 소외된 의제 적극 환기해야 (3/2)

KBS 20대 대통령 선거 보도 모니터링
2022년 3월 2일(수) <KBS 뉴스 9>

 

마지막 TV토론이 끝나자마자 뉴스가 이어졌다. KBS는 “신경전도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정책 토론에 집중한 모습”이었다며 “후보들 사이 어떤 (정책의) 차이가 있었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설전보다는 정책공방을 중심에 둔 구성이 돋보였다. 특히, 첫 번째 리포트에서 이·윤 양 강 후보뿐만 아니라 심 후보의 ‘증세 없는 복지 비판’, 안 후보의 ‘국민연금 개혁’ 주장을 비중 있게 처리한 점이 눈에 띤다. 정책토론을 우선하는 보도방향을 미리 정해두지 않았다면 곧바로 이어진 뉴스에서 이런 구성을 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다만, 두 번째 리포트에서 심·안 후보의 비중이 다시 줄어든 게 아쉬웠다. 그간 페미니즘 토론을 주도한 건 심 후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어진 3번째 보도에서 KBS는 “이재명 후보가 여성 정책 관련 질의에 앞서 사과부터 했다”며 “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들이 권력형 성범죄 저지르고 또 당 역시 피해 호소인이라는 이름으로 2차 가해에 참여한 분들이 결국 또 그 책임을 끝까지 다 지지도 않고 공천까지 했다”는 이 후보의 발언을 상당히 길게 전했다. 이 발언은 “여성에게 구조적 성평등(불평등의 오기로 보임)은 없다”는 윤 후보 발언 토론으로 연결됐다. 맥락을 살리기 위해서는 이 후보의 사과 발언만이 아니라 뒤이어 심 후보와 벌였던 ‘안희정 성폭력 2차 가해자 조치’ 관련 공방도 함께 전달했어야 한다고 본다.

 

한편, KBS는 대선공약을 검증하는 ‘당신의 약속, 우리의 미래’에서 산업재해 이슈를 다뤘다. 중대재해처벌법 등 노동자 안전에 관한 후보별 정책 차이를 알기 쉽게 전달해준 수준 높은 보도였다. KBS는 공약 검증에 앞서 “이번 대선에서는 ‘노동 이슈 없는 대선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노동 의제가 큰 주목을 못 받고 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크게 공감이 가는 지적이다. 하지만 KBS도 TV토론에서도 산재사고, 중대재해처벌과 관련해 상당한 분량의 토론이 진행됐지만 주요쟁점으로 조명하지 않고, 단 한 문장으로 처리했을 뿐이다. 이와 관련 <경향신문>은 지난 2월 15일부터 22일까지 이재명・윤석열 후보의 ‘거리 대중 연설 키워드’를 전수 분석하여 노동 의제가 주된 화두로 다뤄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중요한 의제가 유력 후보들에 의해 배제될 때 사회적 관심을 환기하는 게 공영방송의 역할이다. 평소 KBS가 노동안전 보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가운데 이런 장점을 살리지 못해 안타깝다.

 

이제 선거일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 KBS가 오늘 ‘노동 이슈 없는 대선’을 지적하였듯이, 남은 일주일은 대선에서 제대로 주목받지 못했던 의제들을 다룰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기도 하다. 특정이슈에 쏠림 없이 사각지대를 비추는 일에 마지막 힘을 쏟아주길 간곡히 당부한다.

 

 

[KBS본부 대선보도 모니터]
단일화 합의내용 궁금... 단일화 역사 전달 돋보여 (3/3)

KBS 20대 대통령 선거 모니터링
2022년 3월 3일(목) <KBS 뉴스 9>

 

최대 이슈는 아무래도 안철수-윤석열 단일화 타결 소식이었다. 사전투표 전날 새벽 두 후보 간 단일화가 전격적으로 이루어졌고, 이재명 대 윤석열이라는 대선 일대일 대결 구도는 더 명확해진 모양새다. 대형 사건인 만큼 관련 뉴스는 단일화 소식, 배경, 반응, 전망, 여론조사 순으로 다수 배치됐다. 보도는 단일화 배경으로 안 후보가 (명분보다) 실익을 택한 것이라고 했는데, 합의 내용을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보다 구체적으로 짚어주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단일화에 대한 반응은 예상대로다. 국민의당 및 안철수 지지자들은 홈페이지 반대 글 수만 개에서 볼 수 있듯 강하게 반발했고 민주당 역시 “야합”이라고 비난했다.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된 시기이기에 관건은 단일화에 대한 분석과 전망으로 모아진다. 뉴스 역시 이 부분에 집중했다. 기자 대담, 여론조사 결과 분석 두 꼭지를 할애하여 단일화의 파장이 어떤 형태와 규모일지를 예상하고 있다. 97년 DJP연합과 18대 대선의 안철수-문재인 단일화 결과를 언급하면서 단일화 역사를 짚어준 부분은 적절했다. 또한 단일화 직전 여론조사 결과 역시 현 시점에서 단일화 효과를 헤아려보는 데 필요한 정보였다.

 

‘새정치’를 내걸고 정계에 등장했다 거듭된 단일화와 11차례의 후보 사퇴를 해 온 안철수 개인을 비판하기는 쉽다. 그래서 대부분 언론들도 안철수식 정치에 대한 비판과 시민의 실망감과 허탈감 등을 다루고 있다. KBS도 예외가 아니었다. 물론 이런 식의 정치를 반복해 온 것에 대해 당사자는 비판받아야 한다. 하지만 더 핵심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 바로 ‘승자독식 구조’라는 한국 정치의 최대 모순이다. 결선투표제 없는 대선과 ‘제왕적 대통령’이라 불리는 초헌법적 권력인 대통령, 소선거구제-단순다수대표제의 입법부 선거 등등 주요 선거 제도가 모두 1등에게 모든 권한과 자원을 몰아주고 2등 이하에게는 아무 것도 주지 않는 승자독식(winner-take-all) 시스템이다. 그 시스템은 소위 ‘비판적 지지’와 ‘사표’ 운운하는 투표 행태와 소수의 목소리를 억압하고 폄훼하는 정치 문화를 만들어냈다. 제도와 문화가 합쳐져 오랜 기간 기득권 독식 구도를 고착시킨 것이다. 이런 구조 하에서는 다양한 시민의 의사가 지속적으로 배제되거나 왜곡될 수밖에 없다. 요컨대 승자독식 제도와 문화는 단지 자원 배분이 불평등해지는 수준을 넘어 민주주의 자체를 무력화한다. 안철수식 정치는 이런 구조의 필연적 결과다.

 

사건이나 인물 중심의 즉자적 접근만이 아니라 정치 구조 자체도 시민 논의에 담아야 제대로 된 언론이다. 선거철마다 비슷비슷한 보도를 반복하기보다,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어떻게 정치 보도에 담아낼 수 있을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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