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왜?' 라는 의심을 하지 않는 KBS뉴스
한 번도 '왜?' 라는 의심을 하지 않는 KBS뉴스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3.06.25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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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왜?’라는 의심을 하지 않는 KBS뉴스

 

 

과거 군사독재정권시절 벌어지던 정치적 음모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어김없이 국가정보원이 자리 잡고 있다. 과거 안기부가 해왔던 것처럼. 우리는 그 위험성을 배웠고 또 경험해 왔지만 KBS뉴스만은 이를 외면하고 있다.

 

NLL 대화록 관련한 어제 KBS뉴스는 기자로서는 당연히 가져야 할 의심이 상실된 상태였다. 우선 뉴스가 정보의 출처로 삼고 있는 대화록 발췌본은 말 그대로 전체 정상회담 내용을 요약한 것으로 요약의 주체는 국정원이다. 그러나 국정원은 조직적인 선거 개입이 드러나 재판을 받는 처지이고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국정원의 선거 개입으로 이득을 본 당사자다. 때문에 요약 자체가 자의적 또는 악의적으로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대화록 전문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당시 정상회담에 배석했거나 추후 정리에 참여한 관련자들이 발췌본이 조작됐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KBS뉴스는 이런 점을 고려하지 않았다.

 

발췌본을 근거로 한 보도도 KBS뉴스는 악의적이었다. 발언은 정황이나 맥락 속에서 해석해야 하지만 KBS뉴스는 특정 문구를 강조하며 편파적이었다. 같은 사안에 대해 KBS 9시뉴스와 SB8 8시뉴스를 비교해 보면 차이가 확연히 느껴진다.

 

 

 

6월 24일 KBS 9시뉴스

 

<앵커 멘트>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6월 24일 KBS 9시 뉴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 서해 북방한계선 NLL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국가 정보원은 이같은 내용이 실려있는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원문과 발췌록을 오늘 국회에 전격적으로 제출했습니다.

 

<리포트>

2007년 10월 3일 평양, 노무현 당시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회담을 시작합니다. 이 날 4시간의 회담을 푼 100여쪽 짜리 대화록 전문이 여덟 쪽 짜리 발췌본과 함께 여당 의원들에게 전달됐습니다. 발췌본을 보면 노 전 대통령은 먼저 "NLL 이라는 것이 이상하게 생겨가지고 무슨 괴물처럼 함부로 못 건드리는 물건이 돼 있다" 고 말합니다. 국제법적 근거도 없고, 논리적 근거도 분명치 않지만, 현실로서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도 평가합니다. 김정일 위원장은 제안합니다. 북측이 주장하는 군사경계선, 남측이 주장하는 북방한계선, 이 둘 사이를 공동어로구역이나 평화수역으로 설정하자고 합니다. 이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이 봐도 숨통이 막히는데, 남쪽에다 그냥 확(서해공동어로구역) 해서 해결해 버리면 좋겠다고 답합니다. 다만, NLL 말만 나오면 남쪽에서 벌떼처럼 들고 일어나기 때문에 문제를 깊이 논의해 볼 가치가 있다고 말합니다. 노 전 대통령은 NLL 문제에 대해 김정일 위원장과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고 전합니다. 또, NLL 은 바꿔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이 NLL을 포함한 서해평화협력지대에 대해 남측의 반응을 묻자 노 전 대통령은 서해평화협력지대를 만든다는 데는 아무도 반대가 없고, 반대를 하면 하루 아침에 인터넷에서 바보가 된다고 답했습니다.

6월 24일 SBS 8시뉴스

 

<앵커>

국가정보원이 지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원본을 국회에 공개했습니다. NLL은 바꿔야 한다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도 포함됐습니다. 사안의 파괴력 때문에 여야 모두 일단은 신중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정치적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 같습니다.

 

<기자>

국정원이 공개한 지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발췌본에 따르면,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당시 북한 국방위원장은 우리의 NLL 즉, 서해북방한계선과 북한이 주장하는 해상 군사경계선 사이의 '평화 수역' 설정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표현돼 있습니다. 먼저 김 위원장이 "두 수역 사이를 공동어로구역, 아니면 평화수역으로 설정하자"고 제안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도 관심이 많다면서, NLL의 "국제법적 근거 등이 분명치 않은 것인데 현실로서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또 "NLL 문제에 대해서 김 위원장과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면서 NLL은 바꿔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이어 "평화협력 지대가 만들어지면 다 좋아할 것"이라면서 "자신이 가장 큰 목표로 삼았던 문제를 지금 승인해 준 거냐"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김 전 위원장이 "'쌍방이 과거에 정해져 있는 법을 다 포기한다'는 것은 실무협상에서 논의할 문제지만, 이번 구상은 발표를 해도 되지 않겠느냐"고 되묻자 노 전 대통령은 "좋다"고 대답했습니다. 발췌본 안에서는, 노 전 대통령이 'NLL 포기'라는 직접적인 표현은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NLL 포기 발언'의 진위 여부는 전문을 공개해야 판명될 것으로 보입니다. 국가정보원은 2급 비밀이었던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일반 문서로 재분류해 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전격 발표했습니다.국정원은 이어 103쪽 분량의 원본 대화록과 8쪽 분량의 발췌본을 국회 정보위원 12명의 사무실로 전달했습니다.

 

 

국정원의 주장의 정당성은 검토해 보았는가?

 

“국정원은 왜 이런 결정을 내렸을까요?”라는 멘트로 시작되는 뉴스는 국정원의 주장을 전달만 할 뿐 그 주장이 정당한 것인지 또는 합법적인 것인지에 대해서는 분석하지 않았다. 보도자료를 충실히 읽어 주는 수준이었다. 뉴스에 따르면 국정원이 밝힌 이유는 다음과 같은 네 가지다.

- NLL발언과 관련해 조작과 왜곡 논란이 계속되고 있고

- 여야 모두 대화록 전문공개를 요구하는 상황

- 6년 전 남북정상회담 내용이 국가안보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 상당 부분이 언론을 통해 공개돼 비밀문서로서 가치 상실

 

논란에 불을 지핀 것도 국정원이고 비밀의 내용을 흘린 것도 국정원이고 불법성에도 불구하고 문서를 공개한 것도 국정원인데도 KBS뉴스는 국정원에 대해서는 어떤 의심도 하지 않았다. 정치부 리포트에 수사적으로 들어가는 다음과 같은 표현도 KBS뉴스는 하지 못했다. 뭐가 무서워서인가?

 

“하지만 국정원의 선거 개입 의혹과 NLL 대화록 공개 문제를 놓고 여야가 첨예하게 맞붙고 있는 가운데 공개됐다는 점에서 여권 내부의 조율이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습니다.”(SBS 8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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