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조성명서] 윤석열 정부 출범에 대한 전국언론노동조합의 입장
[언론노조성명서] 윤석열 정부 출범에 대한 전국언론노동조합의 입장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22.05.10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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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출범에 대한 전국언론노동조합의 입장

 

윤석열 정부가 오늘 출범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성공한 대통령이 되길 기대하며 축하를 보낸다. 진심이다. 특히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를 만들겠다니 기대된다. 진정 국민이 주인인 나라에서 우리 함께 활짝 웃어 보자.

10일 삼성도 “함께하겠다” 했다. 한국에서 아홉 손가락에 꼽을 일간 신문 1면에 똑같은 5단 광고를 낸 것. 이른 아침 독자 눈길을 가장 먼저 붙들게 마련인 그 자리를 모두 차지한 채 “새로운 대통령과 국민이 하나가 되어 만들어 갈 새로운 대한민국을 응원”했다. 윤석열 정부와 함께 웃고픈 삼성의 마음이 고스란하지 않은가.

뒤질 새라 SK·LG·현대·롯데도 한꺼번에 “축하한다”거나 “함께하겠다”며 주요 일간 신문 광고를 냈으니 윤석열 정부 시작이 참으로 찬란하다. 그가 ‘강성 첨병’으로 콕 집어 가리킨 전국언론노동조합마저 성심성의로 ‘진정 국민이 주인인 나라’에 함께할 생각인지라 분명 매우 훌륭한 시작일 터다.

흥겨운 잔치 마당이나 못내 짚을 건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박보균. 특히 삼성과 박보균 사이를 되새겨야 한다. 그는 지난 2014년 12월 중앙일보 부사장 대우로 승진하며 장충기 삼성 사장에게 고개 숙였다. “늘 챙겨 주셔서 고맙습니다, 보내 주신 와인의 향기 자축 분위기 띄워 주고, 박보균 올림”이라고. 중앙일보 박보균과 삼성 장충기 사이는 얼마나 동떨어질 수 있을까. 문화부 장관 박보균과 삼성 와인 사이 거리는 얼마나 될까.

우리는 국민의힘과 윤석열 대통령직인수위원회로부터 진즉 이런 씨앗들을 봤다. 언론의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 대신 산업 논리에 기울고 재벌 돈벌이 논리에 절여진 문화·언론·통신 정책. ‘글로벌 미디어 강국’과 ‘K-컬처 산업화’와 ‘세계 최고 네트워크 구축’ 타령이다. 자산 규모 10조 원이 넘는 거대 재벌들에게 국민의 자산인 방송을 취임 선물로 안기려는 것은 또 어떤가.

윤석열 대통령은 오늘 취임사에서 ‘자유’라는 가치를 30여 차례나 외치면서 국정 기조의 핵심임을 강조했다. 그런데 최측근이라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검증 보도를 한 언론사를 겁박하는 소송으로 언론 자유에 맞서고 나섰고, 일선 언론인과 소통할 국민소통관장에는 대기업에서 비판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봉쇄 소송을 진두지휘하던 인물을 발탁했다.

이거 모두 언젠가 본 성싶은 싹수 아닌가. 2008년 이명박 정부. 입으로는 ‘프레스 프렌들리’를 외치면서 국가 권력 기관까지 동원해 방송 장악과 언론 탄압을 일삼았다. 보수 족벌 언론과 재벌들에게 미디어 시장의 독과점을 가능케 만든 미디어법 개악으로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언론 자유를 시궁창에 빠뜨렸던, 처박았던 추악한 시절의 기억이 스멀스멀 되살아날 조짐이다.

자유와 민주주의, 인권을 그토록 강조해 마지않는 윤석열 대통령의 철학은 도대체 어떤 인물과 미디어 언론 정책으로 구현하겠다는 것인가. 설마 거대 자본이 미디어 시장 질서를 마음껏 교란할 자유, 권력자와 사회 지도층의 자유와 인권을 위해 소수자와 노동 인권을 멋대로 짓밟을 자유, 이를 비판하는 언론인을 탄압할 권력과 자본의 횡포를 자유라 말하는 것인가.

윤석열 정부가 ‘이명박 시즌 2’로 후진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아울러 소수 강성 지지자들에 포위돼 본질에서 이탈한 채 언론 개혁 약속을 지키지 못했던 문재인 정부의 사례도 반면교사해야 할 것이다.

비판 언론을 길들이고 권력의 힘으로 방송을 통제, 장악하는 무리수를 두지 않기를 바란다. 소수의 언론 사주와 미디어 재벌의 소원 수리를 ‘규제 완화’로 착각하지 않기를 바란다.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핵심 가치와 기능으로서의 언론 자유와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필요한 정부의 역할에 대해 숙고하기 바란다.

정권의 편의를 위해 언론 자유와 권력과 자본에 대한 독립성을 흔들어 보자는 유혹에 넘어가는 순간, 윤석열 정부도 실패한 다른 정부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다. 물론 ‘강성 첨병 언론노조’는 앉아서 보기만 하지 않겠다. 끝까지 말하고 움직이겠다.

윤석열 대통령과 새 정부는 언론 노동자들의 고언을 새겨 듣기 바란다.

 

 

2022년 5월 10일

전국언론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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