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에 대한 향수와 파시즘 프로파간다
독재자에 대한 향수와 파시즘 프로파간다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3.07.18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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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자에 대한 향수와 파시즘 프로파간다

- <다큐극장> ‘수출 100억불’, ‘경부고속도로’

나치 히틀러의 최대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여러 관점에서 볼 수 있겠지만 당시 1930년대 전쟁 전으로 돌아간다면 모두들 아우토반과 폭스바겐 비틀 차량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히틀러에 의해 본격화된 아우토반과 비틀 차량 생산은 사실 극심한 경제 위기를 타개하고 이를 나치정권 홍보를 위해 활용하기 위한 목적이 우선이었다.

1차 세계대전의 패전과 경제 대공황 등으로 인해 극심한 인플레이션과 치솟는 실업율 등은 독일을 사느냐 죽느냐의 절체절명의 상황으로 몰아갔다. 히틀러는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국가가 주도하는 많은 공공산업을 펼쳐졌고 그 공공산업 중에서 가장 확실한 것이 바로 아우토반 건설이었다. 아우토반은 또한 전쟁에 대한 준비이기도 했다. 실제로 아우토반은 비행기 착륙을 위해 설계가 되었고, 전쟁이 터지면서 많은 터널 등은 군수품 창고나 격납고 등의 역할을 하기도 했다. 비틀의 개발 또한 당시 정권을 장악한 히틀러가 부자들의 전유물인 자동차의 대중화 시대를 선언하고 ‘KdF-Wagen’ 프로젝트를 추진함으로써 시작됐다.

관심있으신 분들은 1930년대 히틀러 치하 독일의 프로파간다 다큐멘터리를 찾아보실 것을 권한다. 그 속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장면은 최초로 주말 휴가를 떠나는 노동자들의 모습과 공장에서 차량을 생산하고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노동자들의 모습, 깔끔한 교복을 입은 노동자자녀들의 학교 수업 모습이다.


<다큐극장>‘수출100억불,한강의 기적을 이루다’ (2013.6.15.)


<다큐극장> ’428Km의 땀과 눈물, 경부고속도로’ (2013.7.13.)

지난 6월 15일과 7월 13일에 각각 방송된 <다큐극장> ‘수출 100억불, 한강의 기적을 이루다’편과 ‘428Km의 땀과 눈물, 경부 고속도로’편은 한국 현대사에서 독재자인 ‘박정희’를 KBS가 어떻게 프로파간다화 했는가를 잘 보여주는 다큐멘터리이다. 이 두 다큐의 소재는 바로 위에서 언급한 나치 히틀러의 두 아이콘(아우토반, 비틀)과 일치한다. 이 두 다큐가 나치 시대 프로파간다와 다른 점은 <다큐극장>은 독재자에 대한 ‘향수’를 그 근거로 한다는 점 뿐이다.

이는 어쩌면 더 나쁜 징후이다. 만약 독일 공영방송이 2000년대에 히틀러에 대한 향수를 아우토반과 비틀의 개발을 당시 근면하게 일했던 노동자들의 입을 빌어 방송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아마 그 방송사는 폐쇄당했을 것이다. 독일 내에도 당연히 그 향수에 동조하는 네오나치 세력도 있고,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평범한 할아버지, 할머니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역사 프로그램은 그러하지 않아야 하고, 언론은 절대 그런 식의 잣대를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합의가 독일 내에서는 확고하다. 하지만 한국의 KBS <다큐극장>은 그렇지 않다. 그들은 뻔뻔하다. 대놓고 ‘우리가 대다수의 사람들의 향수를 대변하고 있다’고 강변하는 듯하다. (굳이 말하자면 히틀러는 박정희와는 달리 민주적 선거로 대다수를 대변해 당선된 사람이다.)

그리고 그 논리는 조악하다. 우선 ‘수출100억불’ 편은 성공신화의 핵심근거가 바로 박정희 대통령이 주재한 ‘수출진흥회의’라는 논리로 방송됐다.

“수출진흥확대회의는 다른 나라에서는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만큼 독특한 제도였습니다. 매달 한번씩 대통령을 직접 대면하고 애로사항을 호소하면 그 자리에서 문제가 해결되고는 했던 수출진흥확대회의는 지금도 수출업계에서는 전설처럼 회자되고 있는 이야기인데요. 덕분에 우린 수출을 획기적으로 증대시킬 수 있었습니다”-<수출100억불 나레이션 중>

거기에 더해진 것은 박대통령의 적까지 포옹하는 인간적인 스토리.

“재무부 장관이 되었더라고요 그래서 사령장을 받았죠. 사령장을 주시더니 박 대통령이 ‘앉으시오’ 앉으라고 하시더니 그분도 담배를 피우시는데 그때는 저도 줄담배를 피웠거든요. 저한테 담배를 권하면서 ‘남 교수, 여태까지 정부 하던 일에 대해서 여러 가지 비판 많이 하던데 이제 맛 좀 봐’(했어요) 그래서 내가 쓴맛 단맛을 13년 동안 본거예요” <수출100억불 故남덕우 / 前재무부 장관 인터뷰 중>

똑같은 박정희 슈퍼맨 신화는 ‘경부고속도로’편에서 재연된다.


“아우토반의 본-퀼른 구간을 처음 가시는 거예요. 자동차에서 내가 생각이 나서 ‘각하, 어제 에르하르트 수상이 말씀하신 아우토반을 달리고 있습니다. 독일 최초의 아우토반입니다’ ‘그래? 올 스톱!’ 대통령이 내리더니 지금도 그 모습이 생각나요. 아우토반에 거의 얼굴을 대고 밑을 쭉 바라보면서 기가 막힌 아우토반을 보고 여기서 박정희 대통령이 작심했어요. ‘야, 우리도 이런 나라를 만들자’” <경부고속도로 중>

‘경부고속도’ 편과 ‘수출100억불’ 편이 정확히 프로파간다인 이유는 그 프로그램이 지향하고 있는 바가 독재 개발 시대의 향수를 활용해 현재의 민주주의 구조를 전체화된 독재 개발의 일체화된 시대로 바꾸어내기 위함에 있다. 이 두 프로그램은 공히 클로징에서 이 시대에 반드시 ‘국민들의 일체감’을 회복할 것을 강권하고 있다.

“우리 국민이 잔잔한 연못에 물처럼 고여 있었어요. 그런데 거기에 던진 하나의 조약돌처럼 파문이 동심원을 그리면서 전 국민의 마음속에 서서히 퍼지게 만든 아주 획기적인 전환점이었습니다” <경부고속도로 편 허동현 / 경희대학교 근현대사 교수 클로징 인터뷰 중>

“1977년 12월 22일 바로 이곳이었습니다. 매일 매일 집계되는 우리나라의 수출 총액의 간판에 102억 30만불이라는 숫자가 찍힌 순간 국민들은 환호하고 기뻐했습니다. 지금은 36년이 지난 역사의 한 페이지에 불과하지만 수출 100억불 달성은 분명히 우리에게 의미 있는 역사의 한순간이었습니다. 우린 수출 100억불 달성을 통해서 중화학 공업으로 국내 산업 구조를 개편할 수 있었고 또한 선진국 진입을 위한 토대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수출 100억불과 100이라는 숫자. 그것은 가난을 벗어날 수 없는 숙명이라고 여겼던 우리 국민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자부심을 안겨준 세 자리 숫자였습니다” <수출100억불 클로징 멘트 >

그리고 이러한 클로징 멘트는 나치 프로파간다 다큐보다 명백히 “촌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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