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띄우고, 촛불집회 감추고 외.
박근혜 띄우고, 촛불집회 감추고 외.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3.07.24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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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방송추진위원회 주간보고서

 

<보도>

 

KBS뉴스, 박근혜 띄우고 촛불집회 감추고

 

박근혜 대통령 전방위 보호

 

7월 들어 장마와 폭염, 아시나아 여객기 사고, 개성공단 협상, 국정원 국정조사, NLL 대화록, 해병대 캠프 사고 등 대형 사건·사고들이 잇따르고 있다. 이렇게 대형 발생들이 많은 경우 웬만한 뉴스의 경우 9시뉴스에서 꼭지를 차지하기 어렵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남다른 대우를 받았다.

 

우선 ‘귀태’ 발언을 둘러싸고 제기됐던 정치권의 막말 공방에서 KBS뉴스는 [앵커&리포트]와 [데스크분석]까지 동원해 ‘박근혜 보호’와 ‘야당 공격하기’에 나섰다. 이를 두고 조합원들은 “KBS뉴스가 국정원 선거 개입 사건을 이렇게 열심히 보도했다면 수신료는 벌써 올라갔을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정치권은 논란을 수습하고 국회 정상화에 합의했지만 KBS뉴스는 논란을 확산시키고자 했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재방송 뉴스가 보도되는 유례없는 일까지 벌어졌다. 다음날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을 염두에 둔 사전포석이 아니었는지 의심이 든다.

 

< 재방송 뉴스 >

 

2013. 7. 14.

2013. 5. 17.

 

 

 

 

 

< 막말 관련 KBS 9시뉴스 보도 >

 

날짜

KBS 9시뉴스

7/11

야당 원내대변인 ‘귀태’ 막말 파장…靑 “유감”

7/12

[앵커&리포트] ‘귀태’ 발언 파문 확산…정국 급랭

 

[데스크 분석] 품격 잃은 ‘막말 정치’

7/13

여야, 국회 정상화 합의…‘귀태 논란’ 수습

7/14

[앵커&리포트] 의원 징계 윤리특위, ‘자동 상정’ 추진

7/15

박 대통령 “국회의원 언행은 나라의 국격”

 

‘촛불집회’는 금지어 ... 기사작성도 안 해

최근 KBS 9시뉴스에서 들을 수 없는 단어가 있다. ‘촛불집회’라는 단어다. 주말 서울 도심에서 2만여 명이 모이는 집회가 열리는데도 KBS는 당초 촬영조차 나가지 않았다. 이 사실이 문제가 되자 이번에는 촬영은 나갔지만 기사를 작성하지 않았다. 발생이 있을 경우 촬영을 나가고, 기사가 작성되고, 개별 편집부에서 알아서 기사를 내보내는 것이 정상적인 보도 관행이자 절차지만 촛불집회 관련해서 만큼은 이런 관행이나 절차가 지켜지지 않고 있다.

 

한 보도본부 국장의 주장이 보도본부 전체의 의견인지는 알 수 없지만 ‘신중한 접근’이 보도를 안 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더욱이 기사조차 작성하지 않는 이유는 될 수 없다. 뉴스는 언제나 신중하게 접근해야한다. 그러나 KBS뉴스는 ‘막말’과 ‘촛불집회’에서 신중함이 서로 다른 결과로 나타났다. 이것이 모순이고 편향이다.

 

 

7월 21일 서울시청 앞

보도본부 모 국장 주장

 

 

“서울역 광장에서의 촛불집회는 전 국민적인 공감대가 있는 행사가 아닙니다. 국정원 선거개입에 대해서는 수사당국의 수사 결과가 나온 상황이고, 그에 대해 정파적 입장이 극명하게 다른 사안입니다. 한 쪽에서는 국정원 선거개입 건을 정파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집회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사안에 대해서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것입니다.”

 

 

 

 

 

정전 60주년 특집 편성; ‘박근혜 코드 편성의 극치

- 총 22개 프로그램 1,305분(약 22시간) 쓰나미 편성

 

정전기념일인 7월 27일을 전후해 정전 60주년을 기념하는 특집 프로그램이 재방 포함 무려 22개나 편성된다. 방송 시간으로 환산하면 1,305분, 거의 22시간에 달한다. 전국방송 프로그램이 16개, 지역총국 로컬방송이 6개이다. 지난 2010년 G20 정상회담을 맞아 무려 3300분의 관련 특집을 편성해 ‘MB 헌정방송’이라고 조롱받았던 악몽이 다시 재연되는 느낌이다.

분단국가라는 우리의 현실을 감안하면 정전기념일을 맞이해 남북을 둘러싼 전반적인 문제들을 짚어보는 프로그램을 방송하는 것은 공영방송의 의무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것도 정도가 있다. 특히 여타 다른 기념일과의 형평성이나 프로그램 주제 선정의 편향성 측면을 살펴보면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정전 60주년 평화콘서트 포스터

 

 

첫째, 22개의 프로그램, 1,305분이라는 시간은 분명 과하다. 이성적인 편성이라고 보기 힘들다. 정전 50주년이었던 2003년에는 7개의 프로그램(재방 포함), 410분을 편성했다. 사실 50주년의 편성 규모도 결코 작다고는 할 수 없다. 50주년이라는 상징성을 감안해 어느 때보다 많은 편성 시간을 할애한 것이다. 그런데 정전 60주년의 의미를 50주년보다 더 기념해야할 이유가 대관절 무엇이기에 무려 3배 규모의 편성을 하고 있는 것인가?

 

 

 

정전 60주년(2013)

정전 50주년(2003)

3.1절 90주년(2009)

4.19 50주년(2010)

5.18 30주년(2010)

프로그램 수

22

7

3

6

4

총 방송시간(분)

1305

410

155

315

205

 

 

(3.1절 90주년 + 4.19 50주년 + 5.18 30주년) 다 합해도 정전 60주년 절반

 

둘째, 이러한 쓰나미 편성의 속내는 결국 박근혜 정권과의 코드 맞추기라고 볼 수 있다. 이른바 ‘안보 코드’. 지난 이명박 정권시절부터 ‘안보’라는 이슈는 전가의 보도였다. 정권의 무능과 부패를 덮는 데에도 쓰였고 위기가 닥쳤을 때에는 요긴한 탈출의 수단이었다. 남북관계의 파탄으로 정작 안보를 위기에 빠트린 당사자이면서도 안보를 최우선적 가치로 내세우는 이율배반적 태도를 취했다. 그러면서 은근히 민주, 반독재, 항일 등의 이슈는 홀대를 해왔다.

지난 5년 동안 KBS의 최고 경영진들은 이러한 정권의 분위기에 적극 동조했다. 관련 편성을 살펴보면 보다 확연하게 알 수 있다(표 참조). 2009년 3.1절 90주년 특집은 3개 프로그램, 155분에 불과했다. 2010년의 4.19 50주년과 5.18 30주년은 각각 6개와 4개 프로그램만을 편성했다. 이들 특집을 다 합해도 675분으로 정전 60주년 특집 편성 시간 1,305분의 반밖에 안 된다. 과연 3.1절 90주년이, 4.19 50주년이, 5.18 30주년이 정전 60주년 보다 의미가 작다고 할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하지만 대중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KBS 수뇌부에게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정권의 관심이 무엇인지가 중요할 뿐이다.

 

 

정전체제에 대한 구조적 분석은 외면한 채 안보의식 강화만을 역설

 

셋째, 관련된 기획안을 살펴보면 정전체제에 대한 근본적 성찰을 하는 프로그램은 거의 없다. 상당수의 프로그램이 개인이 경험한 전쟁의 참화, 혹은 전쟁이 가져온 개인사적 변화를 서술하는데 집중한다. 물론 개인적 경험을 중심으로 한 프로그램이 무조건 무의미하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다수의 프로그램이 그렇다면, 그 많은 프로그램 중 정전체제에 대한 구조적 조망을 하는 프로그램이 거의 없다면 이는 분명 문제다. 10개 이상의 프로그램이 DMZ나 평화라는 단어로 제목이 치장되어있지만 진정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어떤 고민들을 해야 하는 지, 지금 현재 극복해야할 문제는 무엇인지 지적하는 프로그램은 매우 드물다. 정전 50주년인 2003년에는 <전쟁과 평화>라는 5부작 다큐멘터리를 통해 정전체제에 대한 심도 깊은 분석을 시도했다. 10년 전 보다도 퇴보한 셈이다.

 

※ 편성표를 기준으로 정전 60주년 특집 프로그램이 1,305분 편성된 것을 확인했으나, 정규 프로그램에서도 같은 주제를 다루는 경우도 있다. 한 예로 이번 주 토요일 <아침마당>은 ‘토요일 가족이 부른다’ 대신 참전용사를 출연시키는 내용으로 변경됐다. 불과 일주일 여 전 ‘오더’가 떨어졌다고 한다. 2010년 G20 홍보 특집 쓰나미의 재판이다. 당시 G20 광풍을 주도했던 사람 중 하나는 길환영 본부장이었고, 그는 지금 사장으로 있다.

 

 

 

<라디오>

 

4월 개편 이후 1라디오는 어디로 가고 있나?

 

KBS 1라디오. 지난 48일 봄개편을 통해 대표 시사프로그램들을 대거 없애고, 나머지 프로그램도 이름을 싹 바꾸고 출발했다. 시사채널도 아니고, 뉴스채널도 아니고, 과연 종합편성채널이라고 하면서도 시사와 정보 중심인 것 같기도 하고, 자세히 들어보면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것 같고. 도대체 1라디오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윤창중 성추행·국정원 선거개입은 공방으로, 대통령 방미성과는 특급 심층으로

 

<안녕하십니까>(아침), <라디오중심>(점심), <글로벌 대한민국>(저녁). 이렇게 세 개는 아주 오랫동안 1라디오의 중심을 잡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말하자면 대표적인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안녕하십니까>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본격 시사프로그램이 더 이상 아니다’라고 공공연히 이야기하고 있다. 열린토론>, <라디오24시> 등을 폐지하면서 대표 시사채널임을 이미 포기한지 오래이기 때문일까?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이런 애매모호한 프로그램들이 뉴스 아이템을 다루는 기준이 많이 이상하다.

남북문제나 한반도 이슈는 별도의 전문가나 당사자를 연결해서 작은 상황 변화에도 매우 적극적으로 방송을 하면서, 국회나 청와대 등 본격 정치 이슈와 관련해서는 아무 말이 없다. 또한 이런 프로그램들이 관제성 아이템에 대해서는 본격 시사프로그램으로 탈바꿈한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번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과 한미정상회담에 대한 방송이다. KBS 1라디오는 국민과 여론에서 가장 뜨겁게 논란이 됐던 5/13(월)부터 5/15(수)사이에 ‘윤창중’이슈에 대해서는 별도의 아이템으로 선정해서 다루지 않았다. <안녕하십니까>(5/13월), <라디오중심>(5/14화)에서 여러 가지 다양한 정치이슈에 대한 2인 토론(양측의 입장) 형식으로만 다룬 것이 전부였다. MBC, SBS, CBS 등의 라디오 대표 시사프로그램들이 현지 관련자나 전문가들을 연결해서 적극적으로 방송했던 것과 비교하면 너무나 소극적으로 미미한 수준의 방송, 암묵의 방송을 했다. 심지어 1라디오 낙하산 MC 영입 논란의 당사자 시사평론가 고성국 씨가 진행하는 불교방송의 시사프로그램에서도 이 이슈를 다뤘는데 말이다.

 

반면, 한미정상회담의 성과 포장에는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준다. 5/12(일) <생방송 정오입니다>, 5/15(수) <안녕하십니까>, 5/16(목) <라디오중심> 등등에서는 한미정상회담의 성과에 대해서 정치, 경제, 남북문제 등의 시각에서 매우 다양하고 성의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행태는 최근 이슈가 된 국가정보원 및 경찰의 대선개입 사건과 NLL 물타기에서도 예외가 아니니, 과연 이게 시사프로그램인지 아닌지, 도대체 프로그램들의 정체가 무언지 누가 속 시원하게 설명 좀 해주면 좋겠다.

 

정치 사안에 대해 양측의 입장을 동일 시간을 할애해 동일한 시각에 연결하는 것만이 방송의 공정성이라면 KBS 1라디오를 제외한 다른 방송국의 모든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은 공정성을 어기고 있는 것이고 대한민국의 뉴스프로그램은 전부 공정하지 못한 것이다. 그렇게 양측의 입장을 동시에 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있으면서도 왜 가장 공정하게 진행할 수 있는 토론프로그램(KBS 열린토론)은 깔끔하게 없애버렸는지 도통 앞뒤가 맞지 않는다.

 

 

라디오 개편 왜 했어요?

 

또, 과거 <라디오24시>라는 대표 시사프로그램을 없애고 새로 들어온 밤 11시대 <생방송 아이뮤직>의 경우, 음악과 뉴스라는 구성으로 진행되는데, 개편 후 게시판에 청취자들이 남겨놓은 글들을 보면 KBS 1라디오의 봄개편을 이해할 수 없다며 조롱하기까지 하는 의견이 많다. 쿠션용 음악도 아니고 음악 중심에 뉴스 간간히. 이럴 거면 뭐하려 1라디오를 듣느냐는 것이다. 이름을 바꿔버린 나머지 프로그램들은 지난 청취율 조사결과에서 보여주듯, 앞으로 길고 긴 노력만을 피디들에게 강요하게 만들고 있다. 제발 거기에 경쟁력이라는 이름은 붙이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물론 공정성이라는 이름도.

 

KBS 1라디오는 24시간 뉴스전문 채널이라는 간판을 단 적이 있었다. 권력을 향해, 국민을 향해 내야할 목소리를 냈고, 해야 할 일을 했던 그 시절이 정말로 우리 KBS 라디오에게 있었나 싶다. 정치권력에 눈치 보면서 경영진의 부담을 덜어주면서 이렇게 숨어서 방송하듯 방송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 KBS 라디오의 운명이라면 그 운명을 거부하고 싶다. 지난 십수년 쌓아온 가치를 가볍게 무시하면서 섣부르게 시도된 개편(?)이 가져온 결과를 과연 누가 어떻게 책임질 수 있을지 말씀 좀 들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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