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를 떠나는 김경래 기자 "그대 행복한가?"
KBS를 떠나는 김경래 기자 "그대 행복한가?"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3.08.02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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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진, 최경영 기자에 이어 김경래 기자가 최근 KBS에서 퇴사를 하고 <뉴스타파>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김경래 기자 역시 새노조 조합원이고, 탐사보도 기자로서, 지난해 <리셋뉴스> 책임자로서, 새노조 집행부로서 저널리즘과 언론운동에서 수많은 성과를 이룬, 자타가 공인하는 KBS의 대표 기자였습니다.


이런 훌륭한 기자들이 KBS를 떠날 수 밖에 없는 갑갑한 현실에 그를 아끼고 따랐던 많은 선후배들은 한마디로 '멘붕'인 상태입니다.

그가 지난 7월 31일 사내 게시판에 게시한 글이 사내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그 글을 여기에 게시합니다.

그가 <뉴스타파>에서 그동안 발휘하지 못했던 역량을 맘껏 펼쳐보이기를 기대하며, 이런 훌륭한 사람들이 KBS를 떠나지 않도록 KBS를 정상화 하는 책임은 우리에게 남아 있습니다.




지난해 <리셋 KBS뉴스9>의 민간인사찰 특종 보도로 '이달의 방송기자상'을 수상하는 김경래 기자 (2012. 4. 25)



[김경래 기자의 코비스 게시글]


오늘 자로 KBS에서 퇴직합니다.

짧은지 긴지 가늠이 안 되는

13년의 ‘KBS 기자생활을 접습니다.

멀리 가지는 않습니다.

뉴스타파라는 새로운 공간에서

계속 기자로 살 계획입니다.

5-6년 동안 회사가 망가지고

가치가 무너지는 참혹한 현장을

같이 목격하고 함께 괴로워했던

동료들에게 죄송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결국 KBS당신들

다시 만들어 갈 것이라는

사실을 믿습니다.

이 치욕의 시간들이

KBS가 다시 좋은 언론이 되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대책 없는 낙관을 믿습니다.

자주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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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정태춘5그대 행복한가를 개사해

그분들에게 드리는 선물입니다.^^

열 받으셔도 소송은 이제 그만 사절입니다. 施罰勞馬

그대 행복한가

본관 6층 안락의자에 파묻혀

조선일보 사설을 읽으며

정치적으로 고무 받으시는 그대,

그래 거기에도

안보와 질서, 집권세력에 대한 애정 넘치는 충고와 비판,

그리고 지켜야할 그 무엇은 있지.

있고말고.

그대 알고 있나

정말 알고 있나

KBS가 조중동과 닮아 가면 갈수록

여론 다양성과 민주주의의 길에서는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는 것을.

그대 행복한가

아침 편집회의에서 9시 뉴스 시청률 그래프를 보며

박수치고 환호하는 그대,

그래 거기에도

버추얼 스튜디오와

밥 먹으면 배부르다는 날카로운 데스크 분석,

지난 정권과 죽은 권력에 대한 날선 비판은 있지

있고말고.

그대 알고 있나

정말 알고 있나

살아있는 권력에 눈감고

화려한 씨지로 포장만 그럴 듯한 뉴스는

결국 외면당하고 말 것이라는 것을.

그대 행복한가

만 명이 모이든 이만 명이 모이든

대한민국 어버이님들의 맞불 집회가 없으면

뉴스 한 줄 내지 못하는 그대.

그래 거기에도

기계적 중립과 정치적 불편부당이라는

사이비 저널리즘의 공정성은 있지

있고말고.

그대 알고 있나

정말 알고 있나

진실은 KBS의 보도와 상관없이 밝혀지고

시대의 가치는 결국 시민의 힘으로 발현한다는 자명한 사실을.

그대 행복한가

각하의 한복 패션에서 한류를 읽어내고

아무도 모르는 창조 경제의 속뜻을 힘겹게 헤아리는 그대

그래 거기에도

국가의 최고 존엄과

대한민국 경제의 미래를 걱정하는 충심은 있지

있고말고.

하지만 알고 있나

정말 알고 있나

KBS 내부에서조차 이런 뉴스를 비웃는 웃음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것을.

정말 알고 있나

KBS에도 언론의 존재 이유와 저널리즘의 상식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는 기자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는 것을.

정말 알고 있나

재주라고는 권력의 깃발을 쫓아 행진하는 천부적인 처세뿐인 무능력한 자들이

알량한 인사와

부당한 징계로 쌓아 올린 허울뿐인 권위는

이미 무너지기 시작했다는 것을.

정말 알고 있나

자리와 지위를 지키기 위해 아무리 몸부림을 쳐도

결국 당신들은 사라질 것이고

상식적이고 건강한 기자들이

결국

KBS 뉴스를 생산하게 될 거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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