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호] 국정원 선거개입 보도 다룬 으로 ‘이달의 PD상’ 수상한 현상윤 조합원/박정희 재단 이사장이 된 손병두 전 KBS 이사장
[116호] 국정원 선거개입 보도 다룬 으로 ‘이달의 PD상’ 수상한 현상윤 조합원/박정희 재단 이사장이 된 손병두 전 KBS 이사장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3.08.21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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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국정원 선거개입 보도 다룬 으로 한국 PD연합회 ‘이달의 PD상’ 수상한 현상윤 조합원

 

‘이달의 PD상’ 수상 축하드립니다. 소감을 말하신다면?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제가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닌데... 시대의 비극이 낳은 상이라고 할까요. 초등학교 때 외에는 상 받은 기억도 없고, 정년도 얼마 안 남긴 상황이라 개인적으로는 기쁜 일입니다. 하지만 좋은 시대가 와서 작품성과 완성도가 있는 프로그램들이 받아야 될 상이기에 그런 측면에서 스스로 의아하게 생각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시대의 비극이 낳은 상이라고 하셨는데 어떤 의미인가요?

이명박 정권 5년 동안 언론인들의 자율적 제작기반이란 게 거의 붕괴되고 통제적인 시스템에 들어갔죠. 방송 언론인들의 자율성이 억압되는 상황이기에 이를 시대적 아픔이라고 볼 수 있는 겁니다. 이달의 PD상이 ‘이달의 용기’상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무사안일의 제작풍토와 관행, 자기검열, 게이트키핑이란 감시를 뚫고 시대가 필요한 목소리를 내기위해선 언론인들이 용기를 가져야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시대의 참극이라고 볼 수 있는 거죠.

 

‘TV비평 시청자데스크’에서 9시 뉴스의 국정원 보도를 다루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대선 3일 전 경찰에서 심야, 휴일 날 야간 기자회견을 했는데, 이에 대한 보도가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문제가 있었거든요. 발표의 정치적 의도 등이 지적 안 되고, 증거확보도 미흡한 상황에서 무혐의 처리하는 것에 대해 의심을 갖고 보도했어야 했음에도 그렇지 못했습니다. 대선이 끝나자마자 거의 잊히고 경찰에서도 수사속도를 안 내는 상황이었는데, 우리 뉴스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됐죠. 공소시효 만료가 6월 20일 전후한 시점이었기에 한번 해보자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6개월 동안 했던 걸 다 뒤져봤죠. 피상적으로 봤던 것보다 자료를 직접 찾아보니 굉장히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예를 들어 원세훈 원장의 지시 말씀이나 박원순 시장 반값등록금 대응지침 등의 사항을 누락하거나 단신보도에 의존했고 그런 부분들이 주로 비평의 대상이 됐던 거죠.

 

국정원 보도 뿐 아니라 최근 촛불 시위 보도도 그렇고, 사내 게시판만 봐도 논란이 많습니다.

임창건 보도본부장이 ‘KBS의 공정성에 문제가 없다’라는 취지로 메일을 돌렸다고 보도된 걸 봤습니다. 일본 극우세력의 망언을 듣는 거하고 똑같더라고요. 위안부가 강제 동원된 일이 없다, 증거가 없다고 얘기하는 것처럼. 나름대로는 균형 있게 했다고 하는데 기사 쭉 찾아보세요. 임창건 본부장과 제가 노조활동을 1년 동안 같이 했는데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건지, 아니면 위치가 위치기 때문에 그렇게 얘기할 수밖에 없는 건지 물어보고 싶습니다.

 

보도본부는 논란이라도 있지만, 제작본부는 시사현안을 다루는 것 자체가 미진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PD 저널리즘이 지난 5년의 정권을 지나면서 축소된 부분이죠. 대안을 세우고 나아가야 하는데, 결국 각개약진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건 없다고 봅니다. 끊임없는 집단적 노력이 없이는 조그마한 개선도 주어질 수 없다는 거죠. 모이기 쉬운 구조가 아니지만 모여서 우리의 문제가 뭔지 확인하고, 요구하는 등 공론 형성을 위한 모임이 있어야 합니다. 쉽게 얘기해서 실국총회, 조합원총회, PD총회 등 모임들이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하고 그런 모임들로 우리의 정체성을 굳건히 해야 하는 거죠.

 

최근 선배 PD로서의 맹활약(!)을 보면서 마음의 짐을 진 후배들도 많은데요.

후배들은 개인 입장으로서 더 어려워요. 용기를 내는 게 조직의 이단아로 정형화되는 행위인데 불이익이라든가 어려움들이 굉장히 크거든요. 저도 똑같아요. 조직의 이단아, 피곤한 거거든요. 세상 편하게 살고 싶지 구태여 늘 눈앞에서 보는 사람하고 토라지고 등지고 살기를 바라진 않거든요. 그럼에도 용기를 낼 수 있던 배경이 두 가지였는데, 하나는 제대할 날이 얼마 안 남았으니까요. 주어진 시간 내에 프로그램을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을 외부에 나가면 많이 만나는데 매번 욕을 먹더라고요. 옴부즈맨 프로그램인데 똑바로 하라고. 무사안일하게 지낼 상황이 아니다, 이 나이에 욕먹기 싫다, 내일 모레면 퇴사인데 큰 불이익이 뭐 있겠나 하는 것들이 복합적으로 돼서 한 것이죠. 이런 걸 일상적으로 PD, 기자들에게 요구하는 건 쉽지 않다고 봐요. 후배들이 심적 압박 가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불량식품 팔아서 먹고살면 안 되는 것처럼 그런 언론인이 되는 것에 대해선 단호히 거부해야한다고 생각해요.

 

정년이 1년도 안 남으셨는데, 후배들에게 해주실 말씀. 혹시 용기를 낼 수 있는 팁이 있다면?

용기는 기질인 거 같더라고요. (하하)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방금 한 것처럼 불량식품 팔아서 먹고 살 수는 없다는 것이죠. 이를 위해 개인 각개의 노력보다는 집단의 노력이 우선시될 수밖에 없고 그것은 노동조합 같은 조직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노동조합, 협회 등 조직적 운동을 통해 집단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주어진 현안들에 대한 공론을 끊임없이 만들어야 하죠. 뭉치면 깨기 어려워요.

이기진 못해도 지진 않는다. 살아있다는 것, 목소리를 외친다는 것, 그런 걸 통해 회사에 길들여지지 않고 우리의 정체성을 획득해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젊을수록 노조든 협회든 조직을 중심으로 집단적 정체성을 위해 노력하는데 관심을 가져야하고 선배들의 초심을 유지할 수 있게 견인하는 역할도 가능하게 해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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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사장·이사장 → 관변단체 이사장은

 

필수 코스?

 

김인규 전 사장이 퇴임 직후 한국전쟁기념재단 이사장으로 간 데 이어 손병두 전 이사장이 지난 14일 박정희대통령기념사업회 이사장에 취임했다.

김인규 씨는 2010년 6월 21일 백선엽 예비역 대장을 이사장으로 한국전쟁기념재단이 출범할 때 이기수 고려대 총장, 조윤선 한나라당 의원(현 여성가족부 장관)과 함께 부이사장이 됐다. 이런 인연 때문인지 다음 해 6.25 특집으로 친일파 백선엽을 영웅으로 묘사한 ‘전쟁과 군인’이 독립단체들의 맹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방송됐고, 이는 수신료 인상을 무산시키는 큰 원인이 됐다.

 

 

한국전쟁기념재단 ‘보은의 밤’ (2011. 12. 3). 김인규 부이사장(맨 왼쪽), 백선엽 이사장(그 옆), 조윤선 부이사장(오른쪽 2번째), 방석호 임원 (오른쪽. 2008년 8.8 사태 때 ‘이사 6적’ 중 한 명) ⓒ중앙일보

지난 해 말 퇴임 후 김인규 씨는 이사장으로 영전했고, 올해 초 재단에서 ‘정전 6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를 발족했다. 올해 KBS에서는 정전 60주년 특집 프로그램이 TV에서만 무려 1,305분이 방송됐고 (7. 23 언론노조 KBS본부 공추위 보고서 <정전 60주년 특집 편성-‘박근혜 코드 편성’의 극치> 참고), 한국전쟁기념사업회에서 주관하는 음악회가 중계방송됐다. <시사파일 K>에서는 7월 26일 한국전쟁기념사업회가 주최한 파주 도라산 평화음악을 아이템으로 다뤘고, 같은 날 9시 뉴스에도 보도가 됐다. 7월 28일에는 역시 이 단체가 주최한 대학생 DMZ 걷기 행사를 9시 뉴스에서 5번째 꼭지로 방송했다. 특정 단체의 행사가 이렇게 대량으로 방송을 타는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김인규 씨의 전례를 따른 것인지 손병두 전 이사장도 퇴임 1년 만에 관제 냄새가 더욱 물씬 풍기는 단체의 이사장 자리로 직행했다.

 

서강대 총장 시절 서강대 동문회 신년하례에서 박근혜 전 대표와 합석한 손병두 씨 (2007. 1. 8)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은 1999년 출범한 박정희대통령기념사업회(이사장 : 박정희 대통령 때 청와대 비서실장 김정렴)가 올해 5월 재단으로 변경되며 만들어졌다. 초대 이사장으로는 ‘초원복국집’ 사건의 주역이고 최근 대통령 비서실장이 돼 세상을 또 한 번 떠들썩하게 했던 김기춘 씨가 임명됐다. 김 씨가 비서실장이 되면서 손병두 씨가 이사장 자리를 물려받았다.

전경련 부회장 출신인 손병두 씨는 내외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2009년 9월 유재천 씨의 뒤를 이어 KBS 이사장이 됐고, 두 달 후 MB 특보 김인규 씨를 사장으로 선임했다. 이후 3년간 김인규 사장과 임기를 같이 하며 전경련 부회장이라는 경력이 무색하게 KBS의 경영을 망치는 데 일조해 왔다. 그럼에도 그는 또 다시 높은 자리에 올랐고, 취임 일성으로 “조국 근대화에 기여한 박 전 대통령의 업적을 정확하고 널리 알리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KBS 임원이 퇴임 후 관변단체의 장이 되는 것이 물론 불법은 아니다. 하지만 재직 중 그런 자리를 염두에 두고 있거나 아예 김인규 씨처럼 특수관계에 있다면 방송을 사적으로 이용할 위험성이 있다. 더군다나 퇴임 후 전관의 영향력을 행사해 ‘오더’를 들이민다면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 KBS는 유신정권을 찬양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지난 토요일(17일) <다큐극장>에서는 새마을 운동을 이끈 박정희 정권의 업적을 칭송하는 ‘잘살아보세-새마을 운동’이 방송돼 시청자들의 빈축을 샀다. 손병두 전 이사장이 ‘박정희 대통령의 업적을 널리 알리’고자 행여나 수상한 행동 안 할지 유심히 지켜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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