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보 117호] 국정원 산하기관으로 전락한 KBS!!
[특보 117호] 국정원 산하기관으로 전락한 KBS!!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3.09.02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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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산하기관으로

전락한 KBS

 

- 청경 뉴스삭제 요구 파문 이어 <추적 60분>

또 불방!

- 오늘 12시 불방사태 규탄 긴급 기자회견 개최

 

 

2주 사이에 전대미문의 사건 연달아 발생

지난 8월 21일 최우식 씨가 팀장으로 있는 안전관리실 직원이 디지털뉴스국을 찾아와 전 날 방송된 ‘국정원 심리전단 파트 12개’ 특종 보도를 인터넷에서 빼라고 요구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독립성이 박탈된 KBS 뉴스의 비참한 현재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엽기적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상황에서 이번엔 국정원의 통진당 내란음모 수사에 누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추적 60분>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무죄판결의 전말(연출 남진현)’이 마침내 불방되고 말았다.

세 달 전부터 <추적 60분>은 탈북자 출신 공무원 간첩 조작의혹 사건에 대한 취재를 진행했다. 이 사건은 북한에 거주하다가 탈북해 서울시 계약직 공무원으로 일하던 중국인 유 모 씨가 탈북자 명단을 북한에 넘겼다는 혐의로 국정원이 기소한 것이다. 유 씨 여동생이 혐의를 인정해 기소가 됐지만, 후에 유 씨는 국정원과 검찰조사 과정에서 폭행과 협박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기소 근거로 제시된 각종 증거도 미심쩍은 것이 많았다. 이 사건은 <뉴스타파> 등 몇몇 언론에서 보도되기도 했다.

 

불방된 <추적 60분> 홍보자료

 

 

내란음모 수사 국정원에 불리하니까?

제작진은 이 사건에 대한 많은 의혹점을 심층 취재했고, 취재 막바지인 지난 8월 22일 서울중앙지법은 유 씨의 간첩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제작진은 다음 주인 8월31일 방송을 하기로 결정하고 마무리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편성국에도 이미 보고가 돼편성이 준비되고 있었다. 그러던 중 8월 28일(수) 새벽 국정원이 ‘내란음모’ 혐의로 통합진보당 관계자들을 압수수색했다. 통진당 내란음모 사건의 시작이다.

하지만 제작진들은 여전히 방송을 준비하고 있었고, 방송 이틀 전인 29일(목) 3시 경까지만 해도 백운기 시사제작국장은 제작진에게 방송이 잘 되고 있는지 물어보았다고 한다. 4시 경 국장들이 사장에게 방송 편성에 대해 보고하는 ‘주간 편성회의’가 열렸다. 그런데 이 회의가 끝난 직후 5시 반 경 백운기 시사제작국장이 갑자기 담당 연출자를 불러 방송을 몇 주간 연기할 것을 제안했다. 통합진보당 내란음모 사건 수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방송 시기가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 때부터 사태는 시작되었고, 다음날인 금요일에도 제작진과 백운기 국장간에 담판이 계속됐다. 제작진은 남매 간첩사건과 통진당 사태가 무슨 관계냐며 항의했지만 소용없었다. 이 때 백운기국장은 사전 심의 결과에 따라 결정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처음 꺼냈다. 2시 경 홍진표 PD협회장과 조일수 기자협회장이 국장을 찾아가 정상대로 방송돼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그는 여전히 아직 확정이 되지 않았다, 통진당 측에 유리하게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오후 3시 경 심의실(실장 황우섭)에서 사전심의가 진행됐고, 5시 경 아직 1심 재판 중인 사건이라 방송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 심의결과를 구실로 6시 마침내 <추적 60분> 불방이 확정되었고, 토요일 밤 10시 25분에는 <추적 60분> 대신 대전총국에서 제작한 특집다큐 <모네상스>가 방송되었다.

 

'선글라스맨'의 원맨쇼?

 

 

사장 길환영은 진실을 밝혀라!

청원경찰의 뉴스 삭제 지시 사태의 경우 회사는 성창경 디지털 뉴스국장과 비서 사이에 일어난 헤프닝이며 사장과는 관련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사장의 지시가 없이 비서실이 이런 지시를 내리고, 안전관리실 직원이 보도본부를 찾아와 삭제를 요구하는 것이 가능할까? 상식적으로 볼 때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추적 60분> 불방에 대해서 백운기 국장은 애초에 자신이 판단해 보류를 제안했다고 하고 있다. 하지만 목요일 주간 편성회의가 끝나자마자 이 결정이 내려진 것을 볼 때 백운기 국장이 단독으로 결정을 내렸다고 보기는 힘들다. 길환영 사장이 불방을 지시했다는진술들도 이미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국정원의 선거개입 의혹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이후 두 달여 동안 길환영 사장은 진실이 알려지는 것을 틀어막기 위해 정권의 사수대 역할을 스스로 자임했고, 외압과 간부 강제 교체 사태에 이어 연달아 이런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길환영 사장은 비겁하게 뒤에 숨지만 말고 떳떳이 진실을 밝히기를 바란다. 우리는 그 진실을 밝히고 관련자의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이다.

 

 

(2면)

‘사전심의 의뢰 → 편파심의 → 불방’ 사기극

 

짜고 친 고스톱?

이번 <추적 60분> 불방은 심의실의 사전심의가 그 근거가 됐다.

백운기 국장과 홍보실은 금요일 점심때까지만 해도 불방이 확정된 것은 아니라며 방송 여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다가 방송이 부적절하다는 심의실의 사전결과가 5시경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이 불방을 시켰다. 사전심의란 방송이 나가기 전에 문제점을 보완하는 절차임에도 불구하고 편파적인 심의 몇 줄을 근거 삼아 방송을 통째로 날려버리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진 것이다.

최재호 심의위원 명의로 된 사전심의 결과는 다음과 같다. (최재호 심의위원은 춘천총국 편제국장으로 백선엽 다큐 ‘전쟁과 군인’ 책임자였던 2011년 7월 7일 공방위에서 “백선엽은 친일파가 아니고, 독립군을 때려잡은 적이 없다”는 망언을 해 파문을 일으켰던 인물이다).

최재호 심의위원

‘탈북자 위장 간첩혐의 사건’은 1심 판결만 끝나고, 아직 최종 판결이 나지 않은 재판 계류 중인 사건으로 <방송 심의에 관한 규정> 제 2장 1절(공정성) 제 11조(재판에 계류 중인 사건)에 의거, 방송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됨.

그리고 관련 근거까지 친절히 명기해 놓았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 2장 제 1절(공정성)

제 11조(재판이 계속 중인 사건)에 의하면

방송은 재판이 계속 중인 사건을 다룰 때에는 재판의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을 방송하여서는 아니 되며, 이와 관련된 심층 취재는 공공의 이익을 해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대법원 판결이 나기 전에는 방송 못한다? 소가 웃을 일.

이 사건은 아직 대법원 판결이 나지 않았기 때문에 방송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세상에 이런 궤변이 없다. 심의규정은 ‘재판의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을 주의하라는 것이지 아예 방송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판례가 이미 있다. 2012년 9월 9일 저축은행 회장의 사기행각을 다룬 ‘어떤 인생-미래저축은행 김찬경’ 편이 방송될 때 김찬경 회장 측이 방송금지 가처분을 신청했으나 기각 당했다. 판결문의 내용은 명쾌했다.

 

방송금지 가처분 판결문 (사건번호 : 2012 카합 633)

이 사건 프로그램에서 다루고 있는 여러 의혹 중 상당 부분이 공소제기되어 현재 형사 재판을 받고 있는 신청인으로서는 위와 같은 인터뷰에 응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울 수 있고, 이 사건 프로그램이 실제로 방영될 경우 형사 재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염려할 수는 있다. 그러나 방송사업자는 기본적으로 공적 사안에 대하여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한 방송편성의 자유를 가지고 있고(방송법 제 4조), 형사 재판이 진행 중이라 하여 시사보도가 일체 금지된다고 볼 근거가 없는 점, 형사 재판을 담당하는 법원은 이 사건 프로그램 등 언론의 보도와 관계없이 해당 사건에 제출된 근거를 바탕으로 공정한 재판을 할 것인 점을 고려하면, 위와 같은 신청인 측의 사정만으로 이 사건 프로그램의 방영이 위법하여 허용되지 않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한 마디로 말해 방송에서 재판 중인 사건 보도를 일체 금지시킬 근거가 없고, 법원은 보도 내용에 상관없이 공정한 재판을 한다는 것. 너무나 당연하고 상식적인 판결이다.

그런데 일개 심의위원이 심의규정을 자의적으로 악용해 방송 불가 의견을 내고 편성이과 시사제작국은 이를 근거로 불방을 시킨 것이다.

황우섭이 국가정보원장인가?

 

황우섭 심의실장

 

금요일 5시 경 심의결과가 나오자 <추적 60분> 제작진들은 심의실에 항의방문을 했다. 이 자리에서 최재호 심의위원은 “사안이 워낙 중요해 관련 규정을 면밀히 살펴봤고, 그에 따라서 방송 부적절 판정을 내렸다”고 대답했다. 황우섭 심의실장은 “심의는 심의부장과 심의위원이 하는 것이고 나는 관리만 할 뿐이다”라며 책임을 떠넘겼다. 그리고 시사제작국에는 연락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중에 확인해 보니 황우섭 심의실장이 시사제작국장에게 전화를 해 불방을 통보했다고 한다. 만약 사실이라면 그는 심각한 거짓말을 한 것. 세상에 언제부터 심의실장이 프로그램을 죽이라느니 살리라느니 명령한단 말인가?

 

그는 자신은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전의 사례를 보면 이를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다. 지난 1월 20일 <다큐 3일> 쌍용자동차 와락센터 편 방송 당시 심의위원들은 아무 문제없다고 하는데도 농성 장면과 자살 이야기를 빼라며 다중심의까지 소집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지난 7월 13일 <추적 60분> 한국일보 사태 편 방송 때는 방송 내용이 편향됐다며 감사를 요청한다느니 하며 소동을 부렸다고 한다. 사장에게 보고하는 심의자료에 프로그램을 공격하는 자신의 의견을 마치 심의위원이 지적한 것처럼 슬쩍 끼워넣어 장난을 친다는 소문도 계속 있어 왔다.

위에서 지적한 내용들에 대해 길환영, 황우섭 두 입사 동기는 먼저 명쾌하게 대답을 해주길 바란다. KBS의 심의실은 지금 사전 검열기구로 변질돼 버렸다. 급기야는 심의를 불방의 구실로 활용하는 신종 수법까지 동원했다. 이에 대해서는 법적인 절차를 포함한 모든 대응을 강구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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