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호] KBS 공안·검열 기구, 이대로 좋은가?
[119호] KBS 공안·검열 기구, 이대로 좋은가?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3.09.11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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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안·검열 기구로 변질된

법무실·심의실. 이대로 좋은가?

 

1. 심의실은 이렇게 변질돼 갔다

 

<추적 60>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무죄판결의 전말편이 조합원들의 치열한 투쟁 끝에 방송 일주일만인 지난 토요일(7) 방송됐다. 임의회의체인 주간편성회의에서 사장이 편성에 간여하는 등 여러 심각한 문제점들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드러났다. 그 중 반드시 짚어야 할 문제점 중의 하나가 심의실과 법무실의 역할이다. 가장 중립적이고 객관적이어야 할 두 조직이 상식과 법에 반하는 의견을 내놓고, 이를 구실로 불방을 시킨 전말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 이미 공안·검열 기구로 변질된 법무실과 심의실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2회에 걸쳐 짚어본다.

 

 

KBS미래를 망친 심의위원들

 

과거 수차례 불방사태가 있었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특이한 점이 있다면 편파심의가 불방의 직접적 구실로 이용됐다는 것이다. 불방의 이유를 찾지 못하자 사측은 심의실로 공을 넘겼고, 심의실은 예상대로 ‘재판 중인 사건이라 방송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리고 사측은 이를 이유로 불방을 시켰다. 이미 이에 대한 판례도 있지만 심의실은 심의규정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불방 의견을 냈다. ‘청부심의’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심의실이 언제부터 이렇게 비난의 대상이 되었을까?

 

심의실이 사상 최초로 사내 정국의 전면에 등장한 것은 2008년. MB 정권 출범 후 조중동과 한나라당, 노조의 정연주 사장 퇴진 압박이 절정에 달할 무렵인 2008년 7월 28일, ‘KBS 미래를 생각하는 심의위원’ 이라는 단체가 코비스에 ‘정연주 사장은 법치에 순응하라’라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검찰 조사에 응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 15명의 심의위원들은 김동주, 김명환, 김지문, 박성명, 박수동, 안영동, 양홍모, 오광균, 오진규, 유병택, 윤동찬, 윤흥식, 이인숙, 현옥, 황우섭. 이들 중 김동주 위원은 이병순 사장 때 홍보팀장과 시청자센터장, 김인규 사장 때 제주총국장을 지냈다. 오광균 위원은 2009년 1월부터 1라디오 ‘뉴스와 화제’ MC가 됐고, 정년퇴직한 지금도 ‘라디오정보센터 오광균입니다’를 진행하고 있다. 김지문 위원은 2008년 퇴직을 했다가 최근 시청자위원이 됐다.

그런데 주목할 것은 이들 15명의 심의위원들에서 윤동찬, 오진규, 황우섭 3명의 심의실장이 배출되었다는 것이다.

 

 

 

 

윤동찬 심의실장 시기(2010.1∼2010.6) - 김미화 블랙리스트파문

 

이병순 사장 때도 심의실이 제작자율성을 탄압하는 도구로 종종 이용되었다. 대표적인 예로, 2008년 11월 <시사투나잇>이 없어지고 만들어진 <시사 360>은 1년 내내 악의적 심의에 시달리다 2009년 10월 폐지가 됐다.

김인규 사장 때, 특히 위 3명의 심의실장 재직기간 중 이런 일은 더욱 빈번하게 일어났다.

 

윤동찬 심의실장 때인 2010년 4월 6일, 언론노조 KBS본부는 김미화 씨에 대한 ‘블랙리스트’ 의혹을 제기했다. 전 날 김인규 사장이 임원회의에서 김미화 씨의 <다큐멘터리 3일> 내레이션이 부적절하다는 심의결과를 근거로 들어 ‘일부 프로그램에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내레이터가 잇따라 출연해 게이트키핑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질타한 것. 심지어는 ‘내레이터 선정위원회’라는 것을 만들자는 논의까지 있었다. 7월 6일 김미화 씨가 트위터에 블랙리스트 건을 언급하자 사측은 다음 날 김미화 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이 날 심의실은 성명서를 내 ‘블랙리스트 운운하며 외압을 거론’하는 것은 ‘불순한 의도로 방송에 개입하려는 것이며 방송의 독립성을 침해하려는 행위’라고 맹비난했다. 하지만 김미화 씨를 탄압하는 데 심의실의 심의의견이 그 구실로 활용된 것은 명백한 사실이었다.

 

 

영등포경찰서에서 고소 건 관련 기자회견을 하는 김미화 씨 (2010. 10. 26)

 

오진규 심의실장 시기(2010.6∼2011.1.4) ? 밀실에서 징계 수위 강화 규정 통과

 

오진규 씨는 2008년 미래 심의위원 15명 중 한 명이었고 ‘PD협회정상화 추진위’의 회장(부회장 : 변석찬, 신경섭, 이은수), ‘KBS 정상화 비대위’ 공동대표였다. 그가 심의실장이 된 후인 2010년 9월 ‘심의지적평정위원회 지침’ 파문이 있었다. 심의실에서 은밀하게 지침을 고쳐 보도, 제작, 기술에서 발생하는 방송 관련 사고에 대한 징계수위를 강화하고(주의→경고, 경고→인사위원회 회부), 심의지적평정위 위원에 방송감사부장과 인사운영부장을 포함시키려 한 것이다. 심의실의 징계 권한을 대폭 강화해 명실상부한 검열기관으로 만들겠다는 의도가 명백했다.

강력한 반발이 일어 감사, 운영부장이 포함되는 것은 철회가 됐지만 징계수위는 대폭 강화됐다. 처음에는 ‘운영규정’을 바꾸려고 했지만 심의실 내부에서도 반대가 크자 오진규 심의실장은 이를 ‘운영지침 개정’으로 명칭을 바꿔 사장 결재를 받아 곧바로 시행을 해버렸다. 결국 징계수위가 높아져 지금도 사소한 방송사고로 중징계를 받는 일이 자주 생긴다. 심의실은 이 때부터 더욱 강력한 힘을 가지게 된 것이다.

 

 

박상수 심의실장 시기(2011.1∼2012.1) - <추적 60> 인사위 회부 사건

 

심의지적평정위 운영지침이 날치기 개정된지 1년 여 후 <추적 60분> 제작진이 인사위원회에 회부될 뻔한 사태가 발생했다. 심의실이 내세운 표면적인 이유는 방송 테이프를 심의실에 늦게 전달했다는 것이었으나 실제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10월 19일 <추적 60분> ‘용산은 반복된다-벼랑끝 세입자’편이 방송됐는데, 11월 3일 열린 심의지적평정위원회에서 이제원 라디오편성부장 등 몇몇 위원들이 편파적이라며 인사위 회부를 주장했다. 일부 위원들은 이 자리는 내용을 심의하는 자리가 아니라고 반대를 했으나 결국 담당 부장과 팀장, 연출자 세 명의 인사위 회부가 결정됐다. 심의실은 또한 경찰을 비판하는 인터뷰와 내레이션을 빼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반발이 커지자 재심이 열려 다행히 인사위 회부는 이뤄지지 않았으나 심의지적평정위를 이용해 비판적 내용에 재갈을 물린 대표적 사례였다. 한 편 이날 열린 심의지적평정위에서는 당시 채 모 부장의 새노조 스포츠국 중앙위원 폭행사건의 원인이 됐던 ‘타이틀리스트’ 골프 민원 기사에 대해서 문제없음으로 결론을 내려 면죄부를 주었다. 최소한의 형평성도 내던진 채 심의가 악용된 대표적 사례다.

 

<추적 60분> (2011.10.19) ‘용산은 반복된다-벼랑끝 세입자’

 

 

황우섭 심의실장 시기(2012.12∼현재) - 8개월 간 3건의 대형 사고

 

2008년 정연주 사장 퇴진에 앞장섰던 그는 이병순 사장 때 이사회 사무국 전문위원을, 김인규 사장 때 공영노조 위원장으로 있다가 길환영 사장 취임 후 드디어 심의실장의 자리에 올랐다.

심의실장이 된 지 한 달도 채 안된 올해 1월 그는 대형사고를 쳤다. 1월 20일 방송된 <다큐멘터리 3일> 쌍용자동차 와락센터 편에 대해 제작 간부들에게 왜 이런 아이템을 골랐냐고 채근을 하는가하면 철탑농성과 자살 이야기를 빼라고 압력을 가했다. 결국 방송 전날인 토요일 휴일임에도 심의위원들을 불러 ‘다중심의’를 했으나 아무 문제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다큐멘터리 3일> (2013. 1. 20) '다시 와락! 벼랑 끝에서 희망 찾기'

 

올해 4월 싸이의 ‘젠틀맨’ 뮤직비디오 심의가 심의위원 정족수를 못 채운 것으로 드러나 문제가 되자 그는 심의부장을 교체해버렸다. 심의규정에는 심의실장이 뮤직비디오 심의위원장을 맡아야 하고, 부득이한 경우에만 심의부장이 할 수 있도록 돼 있는데도 그는 뮤직비디오 심의는 자신과 관련이 없다는 어처구니없는 변명으로 일관했다. 당시 심의부장은 모친상을 당하고 막 돌아온 상황이었다. 상복을 벗자마자 심의실장이 할 일을 대신해 심의를 했는데 황우섭 씨는 부하에게 죄를 뒤집어 씌워 보직해임을 한 것이다. 참으로 파렴치한 행위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이번에는 심의규정을 자의적으로 이용해 <추적 60분>을 불방시켰다. 심의실장이 된 지 8달 동안 이렇게 대형 사고를 세 번이나 친 사람은 아마 그가 유일할 것이다. 이번에도 그는 ‘심의는 심의부장과 심의위원 담당이고 나는 상관없다’고 발뺌을 했다. 방송 당일에는 시사제작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방송을 하면 안 된다고 협박을 하고 원고 수정을 강요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심의실은 감사실과 마찬가지로 최고의 권위를 가져야 한다. 심의실이 객관성과 중립성, 도덕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어느 누가 지적을 달게 받아들이겠는가? 하지만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심의실은 최근 5년 동안 공영방송의 품위를 유지하는 본래의 기능보다는 비판적 기능을 거세하고 제재와 징계를 남발하는 검열기구로 변질돼버렸다. 특히 황우섭 같이 과도하게 편향적인 인물들이 이 조직을 맡으며 변질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심의실은 이제 스스로의 명예를 어떻게 회복시킬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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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인의 야합

- <추적60분> 훼손의 전말

 

<추적 60분>이 방송되던 2013년 9월 7일 토요일 오후 2시30분 KBS 부사장실. 부사장 류현순, 시사제작국장 백운기, 심의실장 황우섭. 3인이 모였다. 그리고 담당 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VCR과 스튜디오 내용을 고치라고 지시했다. 결국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 인터뷰와 스튜디오에서 이석기 사건을 언급한 내용 등이 빠졌다. 취재가 워낙 탄탄해 전체 내용에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애초 이들은 만나지 말았어야 했다. 그러나 그들은 만났고, ‘통’했고, 불의를 성사시켰다.

 

먼저 불온한 불씨를 지핀 건 황우섭이었다. 전날 저녁 최재호 심의위원은 추적 팀장에게 전화를 걸어 수정본에 대해 ‘1.모자이크가 약하다 2. 이석기 언급한 스튜디오 클로징 부적절 3. 디지털 사진 증거 조작 주장 김인성 교수 인터뷰 부적절’ 등 3가지를 지적했다. 최위원은 덧붙이기를 심의평이 아니라 개인의견이니 제작진이 알아서 판단하라고 했다. 개인의견을 전달하는 심의위원이라? 이틀 전만 해도 심의실은 오직 심의평으로만 말한다고 큰소리 친 바 있다. 호기(?)의 실종이 궁금하긴 했지만 제작팀은 일부는 받아들이고 일부는 이해를 구했다. 정상적인 절차는 여기서 끝났다.

그러나 우리의 황우섭은 끝난 판을 다시 깔았다. 방송 당일, 그는 최재호 위원의 지적에 더해 ‘1. 피의자 친척 등의 인터뷰가 많이 나와 편향적이다. 2 표창원 전 교수는 정치적 편향성이 있다. 3. 황필규변호사는 민변소속이다’는 등의 문제를 추가로 제기했다. 격분한 제작진이 그렇다면 심의의견을 정식으로 코비스 심의평에 게시해달라고 했지만 끝내 이를 거부했다. 황우섭은 그리고 시사제작국장에게 전화를 해 방송이 나갈 수 없다며 난동을 부렸다. 심의실장이 방송불가를 주장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한 것이다. 지적 내용을 문서로 달라고 하자 제 발 저린 지 거절했다. 전례도 없을뿐더러 황우섭은 방송법 4조와 방송 심의규정을 위반했다.

 

백운기 시사제작국장은 처음에는 황우섭과 대립하는 모양새를 취했고 막판에는 황우섭을 이용했다. 그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심의의견이 참고용이라는 것은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심의실장이 그런 식으로 윽박지르는 게 문제라는 건 더욱 잘 알 것이다. 제작팀과 한편인 척 버티던 그는 막판에 황우섭을 핑계 삼아 방송을 난도질 했다. 백운기는 방송법이 규정한 편성규약을 위반했다.

 

그리고 류현순 부사장. 이 모든 불법행위가 그의 방에서, 그의 눈앞에서 벌어졌다. 결과적으로 류부사장이 이 난동을 용인했다. 편성규약상 제작책임자는 ‘부장, 국장, 본부장’이다. 멀리 갈 것 없이 부사장의 제작 개입이 부적절하다는 것은 길환영이 잘 안다. 그는 부사장 시절부터 사장이나 부사장은 ‘제작에 개입할 수도 없고 개입하지도 않는다’고 주장해왔다. 정답이다. 그런데 휘하 부사장이 오답을 시연했다. 류현순 역시 방송법이 규정한 편성규약을 위반했다.

 

방송은 무사히 나갔지만 부사장과 국장, 심의실장이 모여 일일이 내용 수정을 지시하는 KBS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들은 모두 범법 행위를 저지른 것이다. 조합은 향후 법적 조치를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책임을 물을 것이다.

 

(지면안내)

 

3면 : <추적60분>이 방송되기까지

4면 : 어떤 자기 신고서

5면 : 유료방송특혜, KBS의 플랫폼 정책에 대한 제언

6면 : 공추위보고서 'KBS뉴스는 국정원의 대변인을 자처하는가?'

7면 : 노동부, 국회에 노조 수익사업조사결과 발표 / 우리는 다만 FACT를 보여주고 싶을 뿐이다.

8면 : 조합원 기고 / <시사파일제주> 방송, 방송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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