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호] '그 사람 더 사랑해서 미안해' 펴낸 고민정 조합원
[121호] '그 사람 더 사랑해서 미안해' 펴낸 고민정 조합원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3.10.08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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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 더 사랑해서 미안해> 펴낸 고민정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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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사랑, 정직, 그리고 변화

<그 사람 더 사랑해서 미안해> 펴낸 고민정 조합원

#1. 사랑

인터뷰 기사를 의뢰받고, 처음 손에 잡아 본 고민정 선배의 책 제목은 <그 사람 더 사랑해서 미안해>였다. 이 제목이 나온 맥락을 궁금해 하며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책을 읽어 내려가다 보니 이 제목이 원래 담겨있던 문장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문장 앞에 생략되어 있던 말은 놀랍게도 ‘엄마보다’였다. 그러니까 이 문장을 다시 써보면 “엄마보다 그 사람 더 사랑해서 미안해”였다. 이 문장이 눈에 들어온 순간 울컥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인터뷰는 이 문장에서부터 시작됐다.

“엄마한테 너무 미안해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보다 엄마를 더 사랑한다고 말하면 거짓말이 되는 거잖아요. 어쩌면 엄마도 내가 이렇게 엄마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게 된 걸 다행이라고 생각하실 지도 몰라요.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 드리는 게 효도잖아요. 나중에 어머니가 떠나셔도 당신의 딸을 많이 사랑해주는 사람을 만난 걸 기뻐하실 거라고 믿어요.”

엄마보다 더 사랑한다고, 세상을 향해 말할 수 있는 고민정 선배의 ‘그 사람’. 시인 조기영씨. 선배에게 ‘그 사람’은 어떤 의미였을까.

“이 책은 그 사람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정하고 쓴 게 아니었어요. 원래는 나의 여러 일상 중에서 남기고 싶은 장면에 대해 쓰고 싶었죠. 그런데 쓰고 보니 많은 부분에서 남편이 등장하더라고요. 그제야 저도 이 사람이 나의 생활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지난 8월에 세상에 나온 책 <그 사람 더 사랑해서 미안해>는 벌써 5쇄를 찍었다. 많은 사람들이 선배의 책에 공감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일 텐데, 이런 반응을 기대하지는 못했다고 했다.

“사실 첫 책 <샹그릴라는 거기 없었다>도 열심히 썼고, 그 때는 나름대로 홍보도 열심히 했어요. 그런데 2쇄 정도 찍었거든요. 그래서 이번 책은 딱 3쇄 정도만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놀랐죠. 아마도 요즘 세상에 사랑이 더 부족해져서 그런 게 아닐까 싶어요.”

사랑이 부족한 세상, 선배는 요즘 세상을 이렇게 표현했다. 순순한 사랑을 다룬 영화도 거의 없고, 쿨한 거 좋아하고, 나쁜 남자가 매력적이라고 칭송받는 세상. 이런 세상에서 사람들은 더욱 사랑에 목말랐고, ‘사랑’ 그 자체에 대해 말하고 있는 이 책에 더욱 마음을 빼앗기는 게 아닐까하고 조심스럽게 추측해 본다고 했다.

사람들은 흔히 고민정 선배에게 ‘비정상적인’ 사랑을 하는 사람이라고 말하곤 한다. 아나운서가 마땅한 수입이 없는 시인과 결혼할 수 있을까? 희귀병을 앓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사람을 선택할 수 있을까? 많은 사람이 던지는 이런 회의적인 질문에 선배는모든 것이 ‘사랑’이라는 단어로 대답될 수 있다고 말하는 듯했다.

그렇다면 선배가 생각하는 사랑이란 뭘까? 선배의 대답은 ‘일심동체’라는 단어로 시작했다.

'부부는 일심동체라는 말이 나오는 건가‘ 했던 단순한 예측은 단호하게 빗나갔다.

“일심동체는 아닌 것 같아요. 서로 다른 두 사람이 같은 몸이 되려면 누군가는 팔이 없어져야 하고, 누군가는 다리가 없어져야 하잖아요. 그러니까 일심동체는 누군가의 희생을 요구한다는 거죠. 그보다는 철길 같은 사이면 좋겠어요.”

#2. 정직

너무 멀리 떨어져 있지도, 너무 가까이 있지도 않고, 서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같은 방향을 향해서 끝까지 함께 가는 철길. 그것이 선배가 생각하는 사랑의 모습이었다.

이야기가 여기까지 흘렀을 무렵,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우리의 테이블로 한 여성이 선배의 책을 들고 다가왔다. 마침 요즘 선배의 책을 읽고 있었는데 여기서 만나게 되어 반갑다며 책에 사인을 청해왔다. 책이 매우 감동적이라는 인사와 함께. 외주제작사에서 일하고 있다는 그녀는 “그럼 꼭 다음에 같이 프로그램을 했으면 좋겠어요.”라는 말을 건넸고, 그녀의 인사에 선배는 “제가 지금 둘째 임신 중이라서요. 아기 낳은 뒤에 꼭 함께해요.”라고 답했다.

그랬다. 선배의 뱃속에는 두 번째 아기가 자라고 있다. 첫 째 세살박기 아기 은산이의 엄마이기도 한 선배는 한 잡지에 육아 에세이를 기고하고 있을 만큼 육아를 통해서 느끼는 게 많다고 했다.

“아기를 키우면서 느꼈던 것 중에 하나는 아기들의 장(腸)은 참 정직하다는 거죠. 뭐든 먹은 만큼 그대로 보여주니까요. 당근을 넣은 이유식을 주면 변에 주황색 알갱이가 박혀있고, 노란 호박고구마를 먹으면 노란색 변이 나오죠. 적어도 지금 이 세상보다는 훨씬 정직한 것 같아요.”

#3. 변화

아나운서로서 더욱 쉽지 않았을 새노조를 선택한 것도 맥락을 같이 했다. 은산이의 장도 저렇게 정직한데,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고 싶었던 것이다. 훗날 아이가 “엄마는 그때 뭐했어?”라고 물으면 자신 있게 내가 한 일들을 말해주고 싶었다는 것이다. 또 은산이에게 비상적인 일들이 벌어지는 않는 세상을 만들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고민정 선배는 책을 낸 뒤에 여러 번 인터뷰를 했지만, 새노조 노보에서 들어온 인터뷰 요청이 제일 반가웠다고 했다. 새노조가 했던 두 번의 큰 파업에 한 번은 유학으로, 또 한 번은 출산으로 제대로 함께 하지 못했던 미안함이 항상 있었는데, 이렇게 인터뷰 요청을 받으니 새노조 식구로 인정받은 기분이라고 했다.

“힘든 파업 과정을 겪으며 지쳐있는 새 노조 식구들이 안쓰러웠어요. 저는 대학교에서도 학생운동을 했었는데, 세상은 우리가 행동한 만큼은 변하지는 않더라고요. 행동한 것의 절반 정도만 변해도 대성공이고, 10%만 변해도 다행이죠. 세상이 너무 더디게 움직이는 것 같아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믿음을 버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새노조원들에게 이런 위로의 말을 남기며 고민정 선배는 이제 어린이집에 있는 은산이를 데리고 퇴근한다며 자리를 떠났다. 떠나는 선배의 뒷모습엔 선배와 ‘그 사람’, 그리고 은산이, 또 앞으로 태어날 아기가 함께 하는 이 가정이 만들어나갈 또 다른 사랑 이야기가 새록새록 돋아나는 것 같았다.

대담·정리 : 조혜은 조합원 (라디오2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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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서 조합원, ‘The Guitarist’ 출판

 

 

라디오구역 조합원 정일서 PD가 이번에 새로운 책을 냈다. 세계 팝 역사의 위대한 기타리스트를 치밀한 자료수집으로 총 750페이지에 걸쳐 집대성한 <더 기타리스트-그들의 기타가 조용히 흐느낄 때>가 그것이다. 재즈와 블루스의 태동, 록큰롤의 폭발, 포크와 록의 만남, 사이키델릭과 프로그레시브 록으로의 진화, 하드록과 헤비메탈 등 더 강한 비트와 현란한 테크닉 경쟁, 그리고 펑크와 모던 록의 탄생에 이르기까지 대중음악의 역사와 함께 한 기타리스트들에 대한 이야기다. 장고 라인하르트와 로버트 존슨 등 기타계의 레전드에서 시작해 티본 워커, 머디 워터스, 레스 폴, 비비 킹 등 초기 거장들과 지미 헨드릭스, 지미 페이지, 에릭 클랩튼, 에드워드 반 헤일런 등 7,80년대 기타 영웅들을 거쳐 조니 그린우드, 잭 화이트, 매튜 벨라미, 존 메이어 등 21세기 신성에 이르기까지 105여명의 마에스트로 기타리스트의 역사를 하나하나 손꼽으며 기타음악의 감동과 열정을 함께 전달해 주고 있다.

롤링스톤지 등 거의 모든 조사에서 역사상 가장 위대한 기타리스트로 손꼽히는 지미 핸드릭스가 연주하는 “Little Wing”에서 느껴지는 그의 전설적 기타 터치를 비롯해 6펜스짜리 동전으로 스윕 피킹과 트레몰로, 태핑과 슬라이드를 넘나들면서 ‘Keep Yourself Alive’를 연주하는 브라이언 메이의 칼같은 선율과 그 사연들을 이 책에서 들을 수 있다. 2008년 8.8 사태 때 라디오구역 중앙위원으로 KBS 장악에 맞서 싸우기도 했던 정일서 조합원은 그동안 <김광한의 골든팝스> <전영혁의 음악세계> 등 수많은 음악 프로그램들을 제작했고, 현재 KBS 2라디오에서 <이소라의 메모리즈>를 연출하고 있다. 팝뮤직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저술에도 힘써 <팝 음악사의 라이벌들>(2011년), <365일 팝 음악사>(2009년), (2005년, 공저)> 등을 출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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