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공영방송을 죽였지만, 우리는 연대와 투쟁으로 공영방송을 지킬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공영방송을 죽였지만, 우리는 연대와 투쟁으로 공영방송을 지킬 것이다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24.05.31 13:5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헌법재판소는 공영방송을 죽였지만, 

우리는 연대와 투쟁으로 공영방송을 지킬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어제(30일) 공영방송 사망을 선고했다. 공영방송은 방송의 자유라는 기본권 주체성을 가지려면 국가로부터 자유가 기본이다. 여기에 재원의 독립은 당연하고 명백한 조건이다. 그러나 헌재는 수신료와 전기료의 통합고지를 금지하는 방송법 시행령 제43조 제2항이 위헌은 아니라는 결정을 내렸다. 헌재의 결정은 방통위의 방송법 시행령 제43조 제2항이 개정이 KBS의 방송 자유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논리다. 

 

헌법과 방송법, 기존의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의하면 한국방송공사(KBS)는 법적 성격에 따라 국가와 사회의 모든 세력으로부터 독립해 국민의 사적·공적 의사 형성을 위해 방송의 헌법적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방송의 헌법적 기능 수행은 KBS의 인적 및 물적 독립이 전제되어야 한다. 방송 재원의 확보는 방송의 자유를 행사하기 위한 기본적 전제조건이다. 국민의 공적 의견을 형성하는 공영방송의 기본권이 국가의 재원 조치에 종속된다면, 공영방송의 프로그램은 국가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공영방송은 정부의 재원 지원에 의존하게 되고 결국 정부의 홍보 도구로 전락하게 된다. 

 

이번 소송의 핵심은 통합고지를 금지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이 KBS의 재원에 영향을 어떻게 미치는가다. 분리징수 제도가 KBS 재원에 영향이 없다면 단순한 징수제도 개선은 시행령 개정으로 가능하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시행령 개정 이후 본격적으로 분리고지가 진행된 것도 아닌데 수신료 수입이 감소하고 있다. 분리고지가 본격 시행되면 실제로 얼마나 수입이 감소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헌재는 심판대상조항을 과도하게 두둔하거나 옹호했다. 통합고지로 인한 과오납 문제 등은 다를 제도를 개선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통합고지가 문제가 되면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찾을 수 있고, 국민들이 수신료 납부 의무를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면 납부 의무 인식을 제고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어제 헌재 판결은 새로운 징수제도에 대한 대안이 없고, 시대가 변했으니 KBS가 새로운 징수제도를 알아서 해야 한다는 것이다. 헌법과 방송법이 공영방송 제도를 보장했음에도 행정부의 공영방송 길들이기를 헌재가 인정한 셈이다.

 

또한 헌재는 심판대상조항이 수신료의 주요사항을 국회가 정해야 한다는 ‘법률유보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이러한 판단은 수신료가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바탕으로 국민기본권을 실현하고 재원을 보장하는(방송법 제56조) 모법의 취지에 따라 방송법 시행령 제43조 제2항은 당연한 사항을 규정한 것에 불과하다는 서울행정법원(2005구합27390)의 기존 판결을 무시한 것이다. 재판관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의 소수 의견도 ‘그 징수방법을 제한함으로써 청구인이 방송사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재무 관련 사항을 규제하는 것으로, 청구인의 방송운영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헌재는 ‘국가에 의한 영향력이 증가하여 공영방송의 독립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는 점에서, 향후 수신료에 의한 재원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공론화 및 여론의 수렴을 통하여 입법부가 수신료를 증액하거나 징수 범위 등을 개선하는 등의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도 판시했다. 결국 징수제도의 문제를 수신료 인상으로 해결하라는 것인데, 이는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해 재원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것을 헌재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이것은 공영방송 재원에 대한 독립성과 대안을 마련하고, 수신료 제도개선의 방향을 제시한 1999년의 98헌마70의 결정에 반하는 결정이며, 공영방송 제도 자체를 부정하는 자기 모순적 결정이다.

 

정부 조치를 두둔한 헌재의 결정은 향후 어떤 정부가 KBS 프로그램이 마음에 들지 않고 정파성을 가진 국민들의 수신료 징수체계에 대해 민원을 제기하면 정부가 얼마든지 수신료 징수제도를 변경하여 공영방송을 길들일 수 있도록 악용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했다. 헌재가 공영방송 재원의 독립성을 유지해 온 결정에 대해 자기 부정이며, 정부의 논리를 맞추어 준 정치적 결정으로 공영방송 제도를 말살하는 동조자가 되었다. 

 

 

29년 동안 시행되어 온 수신료 통합징수는 공영방송 재원의 근간이었다. 통합징수 자체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공영방송 재원의 독립성을 보장해서 헌법과 방송법에 부여된 공영방송의 공적 책무를 충실히 이행할 수 있는 기초였다. 그래서 헌재의 결정은 공영방송의 기초를 허무는 조치이며, 공영방송 제도를 타살하는 조치다. 우리는 윤석열 정부의 공영방송 죽이기를 위한 시행령 개정 조치와 이러한 조치에 동조한 헌재의 결정을 분명하게 기록하고 똑똑하게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신료 소송에 소극적으로 대응해서 소송 패배를 자초하고, 정권의 이익을 대변하는 사측에 맞서 공영방송의 기초를 바로 세우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민주주의와 공영방송 제도를 옹호하는 모든 세력들과 함께 공영방송 독립을 위해 싸워 나갈 것이다.

 

 

 

2024년 5월 31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8대 집행부 본부장 박상현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여의공원로 13 KBS누리동 2층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