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자찬하며 책임 미루는 경영진, KBS를 책임질 자격 없다!
‘낙하산 박민’ 사장 경영진이 실로 오랜만에 입장을 냈다. 수신료와 관련해 지난 2월 수신료 분리고지가 별안간 중단됐을 때도, 한전이 계약종료 통보를 했을 때도, 하물며 헌법재판소 판결이 난 당일에도 꿈쩍않던 경영진이 무단협 이틀만에 입장을 냈다. 하지만 회사 입장은 자화자찬과 공영방송을 지키려는 구성원들에 대한 겁박으로 가득하다.
예상은 했지만, 안타깝게도 경영진의 입장은 공영방송을 지키려는 구성원들의 인식과는 너무나도 동떨어져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조합원을 비롯한 많은 공영방송 구성원은 지금 위기가 지난해 정부가 추진한 수신료 분리고지에서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그리고 수신료 분리고지는 공영방송을 길들이려는 정권의 야욕에서 비롯됐다. 강승규 국민의힘 의원(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조차 대통령실이 주도해서 벌인 일이라는 걸 인정하고 있다. 국고보조금 감액, 2TV 재허가 문제 역시 정권의 언론장악 차원에서 저울질 됐던 일이었다.
헌재 판결과 관련해서는 정말 KBS 경영진이 맞는지 아연실색할 뿐이다. 방송법 시행령 개정으로 법률 준수에 대한 노력은 차치하더라도, KBS 경영진이라면 당연히 통합고지를 지키기 위한 노력이 최우선이어야 했다. 하지만 ‘낙하산 박민’ 사장은 탄원서를 썼던가? 이전 집행부가 요청했던 공개변론을 위한 노력을 했는가? 헌재가 수신료 수입이 줄어들더라도 30년 전으로 돌아가 수입이 급격히 줄지 않을거라고 판단했는데, 과연 그러한가? 분리고지로 수입이 줄어들 위험을 얼마나 충실히 설명했는가?
또한 핵심적인 법리 공방이 지난해 10월 마무리 됐다는 발언의 근거는 무엇인가? 전임 집행부가 공개변론을 신청한 때가 지난 10월이다. 어떻게든 공개변론을 이끌어내 수신료 수입 급감의 우려와 현장의 혼란을 헌재 재판부에 설명했어야 한다. 만약 법리공방이 마무리 됐다는 걸 알고도 가만히 있었다면 명백한 직무유기이다. 그 직무유기가 헌재에 13쪽짜리 자료를 냈다고 면피가 되는 것이 아니다. 이미 질 재판이라고 생각하고 제주도에서 만찬을 벌인 것에 면죄부가 되지 않는다.
경영진은 KBS 도약을 위한 새로운 과제로 조직개편과 직급체계 및 승진제도 개선, 그리고 임금 협상을 제시했다. 낙하산 경영진이 앉혀놓은 간부들에게 승진과 혜택을 몰아주면서 직원들의 승진 사다리를 걷어차고, 방송을 난도질 하면서 임금을 깎으면 KBS가 재도약이 가능한가? ‘조그마한 파우치’를 읊어대고 세월호 10주기 다큐를 불방시키고, <역사저널 그날>에 MC를 내리꽂으려는 KBS가 직급체계 개편, 임금 삭감으로 살아날 수 있다고 보는가?
그러면서 경영진은 과거의 각종 불법, 탈법 행위와 반언론적 행태 등에 대해 철저한 진상을 파악해 책임을 묻겠다 엄포를 놓았다. 좋다. 바깥에서 수신료 분리고지와 2TV 분리를 주장하고, 회사 주변에 조화를 둘러치도록 선동하고, 회사 로비를 유튜버 놀이터로 만든 자들부터 책임을 물어라. 구성원 동의없이 ‘불공정 보도 사례’를 방송하고 세월호 다큐 불방으로 시민들의 질타를 받고, <역사저널 그날>의 파행을 야기한 자들이 누구인지부터 규명하라!
이번 경영진의 입장에서 드러난 것은 경영진의 품격이다. 故 노무현 대통령은 ‘비가 와도 내 탓, 안 와도 내 탓’이라고 말했다. 인력으로 어찌할 수 없는 부분임에도 대통령의 무게가 그만큼 무거웠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KBS 경영진은 현 상황에 대한 책임을 느끼기보다 책임을 미루고 희생양을 찾기에 바쁜 모양이다. 적어도 제대로 된 경영진이라면, 책임을 떠넘기고 구성원들을 겁박하는 입장을 낼 것이 아니라 현재 상황에 대한 냉철한 인식을 근거로 앞으로 비전을 명확히 제시하고 설득력있게 동참을 요구했어야 하지 않겠는가? 지금 KBS 경영진의 수준이 KBS의 주소인 것 같아 씁쓸하다.
2024년 6월 5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