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 위원회를 낙하산 위원회로 만들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
제32기 시청자위원회 선임 절차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번 32기 시청자 위원 공모에는 모두 11개 부문에서 74명이 지원했고, 최종 15명이 시청자위원에 선임이 될 예정이다. 시청자 센터는 그제(29일) 오후 선임위원회 첫 회의를 열고 자신들이 준비한 선임 절차를 설명하고 최종 확정했다.
문제는 선임 위원회 내부에서 시청자 위원회 부문별 배정 인원과 관련해 비판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이번 시청자 위원회는 위원들의 개별 채점 점수를 합산 결과에 따라 여성 청소년, 변호사, 소비자, 언론 등 모두 11개 부문에서 모두 15명의 시청자 위원을 선발한다. 그런데 언론 분야에서만 4명을 집중 선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언론 부문의 비중이 과도하게 높다는 지적에 인원 배정을 설계한 시청자센터의 윤수희 시청자센터장은 언론 분야 지원자가 많아 시청자 위원을 많이 배정했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실제로 32기 시청자위원 추천단체별 지원 현황을 보면 언론 분야 지원자가 20명으로 가장 많지만, 변호사 13명, 문화 9명 등 다른 부문도 지원자가 적지 않다. 그래서 일부 위원들이 언론 분야에 배정한 인원 일부를 다른 분야에 할당하자는 의견을 냈지만, 윤수희 시청자센터장이 강력하게 반대하고 류삼우 부사장이 이 의견에 동조하며 당초 배정 인원 대로 시청자 위원을 선임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언론 분야에 인원을 집중 배치하자고 목을 메는 이유는 무엇인가? 혹시 꼭 뽑아야 할 누구라도 있는가?
추천 단체들을 보면 류삼우 부사장과 윤수희 시청자센터장이 언론 부문 인원 배치에 집착한 이유를 이유를 짐작해볼 수 있다. 방송학회, 언론학회, 언론정보학회 등 익히 알려져 있는 전문가 단체들도 지원했지만, 가장 눈에 띄는 건 역시 공정언론국민연대, 자유언론국민연합, 바른언론시민행동 등 보수 우파를 지향하는 언론단체들이다. KBS본부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해당 보수우파 언론단체가 추천한 지원자가 언론 부문의 절반 가까이다. 혹여 정권과 여권의 입장을 대변하는 단체들을 시청자위원회로 끌어들여 낙하산 박민 사장 체제에서의 각종 제작 자율성 침해, 보수 편향적 방송 편성 등에 힘을 실으려는 것 아닌가! 나아가 방송법이 통과될 시 이들을 내세워 시청자위원회가 행사하는 이사 추천권을 차지하려는 거 아닌가!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선발 절차도 진행하기 전이지만 이미 시청자 위원은 사실상 결정돼 있으며, 이를 문제 없이 진행하기 위해 윤수희 센터장이 시청자 센터 내 소수의 인원만 참여시켜 선발 절차를 세세히 조율했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만약이라도 이러한 의혹이 사실이라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시청자위원회는 시청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방송법 제87조에 따라 각 방송사에 두도록 되어 있는 조직으로, 각계의 시청자들을 대표하는 이들로 구성돼 공영방송의 방송편성에 관한 의견제시나 시정요구, 개별 방송프로그램에 대한 감시와 의견제시 등을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조직이다. 특히 국민이 주인인 공영방송으로서는 국민의 뜻을 청취하고 방송에 반영한다는 의미에서 시청자위원회는 어느 조직보다 귀중한 조직이다.
만약이라도 국민의 뜻을 받들겠다며 시청자위원을 공개모집하는 척을 하면서, 뒤로는 누구를 임명할지까지 정해놓고 요식행위처럼 선정절차를 진행한다면 이는 국민의 방송이 국민을 우롱한 것이나 다름 없다. 나아가 방송법에서 두도록 하고 있는 시청자위원회의 취지를 철저히 무시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KBS본부는 경고한다. 시청자위원회 선임을 공정하고 상식적으로 진행하라! 우리 사회의 다양한 시청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도록 제대로 심사해 시청자 위원을 선정하라! 만약이라도 앞서 우려한 대로 선임 절차가 일방적이고 편파적으로 진행돼, 특정 진영을 대표하는 인사 일색으로 시청자위원회가 꾸려진다면 선임 절차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요구할 것이며, 혹여나 그 과정에서 불법이 확인된다면 관련된 인원들에 대해 철저히 책임을 묻겠다. 시청자를 대표해야 할 시청자위원회를 낙하산 위원회로 만드려는 시도는 꿈도 꾸지 말라!
2024년 7월 31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