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장악 대외비’ 문건 전체 공개1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8대 집행부는 지난 4월 1일 이른바 ‘KBS 장악 대외비’ 문건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KBS 장악 대외비’ 문건은 앞서 3월 31일 MBC ‘스트레이트’ 보도를 통해 세상에 드러났습니다. KBS본부는 기자회견을 통해 낙하산 박민 사장이 취임을 즈음해 작성된 ‘KBS 장악’ 시나리오가 드러났다며 노동법 및 방송법 위반 등 심각한 내용이 담겨있음을 지적했습니다.
KBS본부는 문건이 분명히 KBS 내부에서 유통된 것을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사측은 문건을 괴문서로 치부하면서 형사 고소에 이르렀습니다. 그래서 KBS본부는 문건 전체를 공개하라는 요구에도 악용의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전문 공개를 미루어왔습니다. 한편으로 낙하산 박민 체제가 문건 내용을 얼마나 그대로 이행하는지 확인하는 시간도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제 사측이 단체협약 체결을 거부하고, 구조조정을 꺼내든 상황에서 문건 전체를 공개할 때가 됐다고 봅니다. KBS 구성원들께서 직접 전체 문건을 확인해보시고, 과연 사측 주장대로 ‘괴문서’로 치부할 수 있는 내용인지, 아니면 사측의 분명한 해명이 필요한 것인지 판단해보시기 바랍니다.
1. 인력감축 및 임금삭감, 인건비 비중 하향 선언
- 문건은 KBS의 현원이 정원과 큰 차이가 있다며 정원을 대폭 축소하면서 임금을 삭감하고 인건비 비중 하향을 선언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습니다.
- 특히 해당 문건은 인력감축과 임금구조 개선, 임금삭감 가운데 우선순위를 인력감축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사측은 문건대로 두 차례에 걸친 특별명예퇴직 및 희망퇴직을 실시해 110여 명이 회사를 떠나고, 하반기에는 희망자에 한해 무급휴직을 시행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사측은 이런 조치가 ‘해고회피 노력’의 일환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며 구조조정을 위한 단계를 밟아가고 있습니다.
- 아울러 해당 문건은 1인당 평균 인건비가 7천만 원 수준 수준인 공무원 인건비를 참고하는 것이 좋다며, ‘임원 20%, 국/부장 15%, 팀장이하 10%’ 삭감하는 안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낙하산 박민 사장은 국장급 20%, 부장급 10%, 팀장급 5% 반납을 추진했고, 팀장급만 노동조합의 거센 반발에 반납이 무산됐습니다.
- 이후에도 낙하산 박민 사장은 공식, 비공식 석상에서 임금 삭감의 필요성을 직원들에게 강조했으며, 임금삭감이 없으면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언급을 수차례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KBS본부에 여섯 차례에 걸쳐 임금교섭 개시를 요청했으며, 마지막 요청에서는 아예 10% 삭감안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2. 임명동의제 파기 및 단체협약 체결 거부
- 문건은 KBS 공정방송 장치인 ‘임명동의제’ 폐지를 종용합니다. 임명동의제를 ‘독소조항’이라고 지적하며 ‘단체협약 무협약 상태까지 가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갖고’ 임해야 한다고 주문합니다.
- 실제로 낙하산 박민 사장은 취임 직후 임명동의제를 거쳤던 기존 국장들을 모두 보직해임을 시키면서 후임은 지명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대행 체제를 유지하다가 1월 말 임명동의제 없이 국장들을 임명했습니다.
- 특히 문건은 ‘임명동의 대상인 보도국장 등 5명은 사장 의지대로 임명하되, 임명동의를 받지 못할 경우 단체협약을 무시하고 발령을 강행하거나 선임부장으로 발령내고 직무대행 체제를 유지하는 것도 고려할만 함’이라며 단협위반을 대놓고 제안합니다.
- 또한 임명동의제가 폐지를 위해서는 ‘채무적 효력(조합비 공제 협조)을 지렛대(볼모)삼아 단체교섭의 주도권을 행사할 필요’가 있다며 노골적으로 노동조합 탄압방안을 제시합니다.
- 사측은 KBS본부가 낸 ‘단체협약 이행 가처분 신청’ 1심 심문에서 단체협약을 위반할 의사가 없고, 임명동의제 없이 해당 국장에 대한 임명을 강행하지 않겠다고 주장했지만 결국 가처분 1심 결과가 나오자마자 임명을 강행했습니다.
- 사측은 이제 임명동의제와 공정방송위원회 등 <KBS 방송편성규약>이 규정한 공정방송 제도들을 제거하거나 무력화해야 한다면서 끝내 단협 체결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자율교섭 결렬로 인한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회의에서조차 사측은 임명동의제 폐지가 ‘사장의 의지’라는 점을 강조하며 조정을 거부했습니다.
3. 조직개편 및 외주 제작 활성화
- 문건은 ‘고임금/비효율 구조의 제작인력 축소’를 제시합니다. 이는 사측이 추진한 조직개편과 맞닿아 있습니다. 사측은 콘텐츠 제작본부 아래 드라마센터, 예능센터, 스포츠센터를 설치하는 조직개편안을 추진했습니다.
- 핑계는 프로그램 경쟁력 강화라지만, 실상은 해당 센터를 손쉽게 떼 내도록 하는 분사화 전단계에 해당합니다. 이러한 방식은 스튜디오 방식을 도입한 민영방송이나 종편에서 이미 확인한 방식입니다.
- 또한 문건은 ‘외주제작사에 대한 처우개선과 활성화를 통해 프로그램 경쟁력을 제고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합니다. KBS의 자체 제작 능력을 키우는 것보다 KBS가 외부 제작 프로그램을 구매해 방송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 이는 인건비 비중 하향 선언과도 연계됩니다. 문건은 외주제작을 확대하면 내부인력이 감축돼 사업경비는 증가하지만 인건비는 절감할 수 있다며 외주 활성화를 제안합니다.
- 이 역시 사측이 추진한 조직개편에서 확인됩니다. 기술본부 동료들이 오랜 기간 공들여 발전시킨 후반제작 역량이 깡그리 무시된다든지, PD의 프로그램 제작역량을 훼손을 불러올 PD 시사부문의 보도본부 이관이 단적인 사례입니다.
- 특히 광복절 방송 참사의 하나였던 <기적의 시작>이 어떻게 구매되서 방영했는지를 살펴보면 외주제작 활성화의 위험이 드러납니다. 낙하산 박민 체제에서 우파 간부들을 기용했듯이 우익 성향의 프로그램을 구매해 방영하는 형식으로 KBS의 정체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우려가 큽니다.
*2편에서 이어집니다.
2024년 8월 28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쟁의대책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