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단체 제작지원 받고 협찬자막까지 넣어준
이승만 찬양 다큐, 기적이 끝이 없다
이승만 전 대통령을 일방적으로 미화한 다큐 영화 <기적의 시작>이 방송법 시행령 등을 위반해 협찬 고지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기적의 시작>은 지난 광복절, KBS1TV <독립영화관>에서 구매해 편성되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공은 부풀리고 과는 지우기에 급급한 다큐였다. 3.15 부정선거는 부통령들이 벌인 권력경쟁이며, 이 전 대통령은 4.19 혁명이 일어난 사실조차 몰랐다는 등, 명백히 역사를 부정하는 내용으로 점철되어 있다.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었다. <기적의 시작>은 방송법 시행령까지 위반했다. 방송법 시행령은 프로그램의 제작을 협찬하는 경우에 협찬고지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방송법 시행령 제60조 1항 3호) <기적의 시작>은 KBS가 구매한 영화이다. 그런데 KBS는 직접 제작을 한 것도 아니고, 따라서 제작비 등을 협찬받은 것도 아닌데, 자막으로서 협찬고지의 효과를 내주었다.
특히 방송법 시행령에 따라 정치적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단체는 절대 협찬고지를 할 수 없다. 그런데 제작지원으로 표기된 ‘대한역사문화원’과 ‘프리덤 칼리지 장학회’는 정치적 노선을 명백히 천명한 곳들이다. 프리덤칼리지장학회는 홈페이지에서 설립목적을 ‘수많은 애국시민들이 좌경화된 기막힌 현실을 깨닫고 태극기를 들었’다며, ‘자유우파의 신념과 가치관을 가진 청년인재들을 길러내고 시민들을 계몽하는 운동을 전개’한다고 밝히고 있다. 프리덤 칼리지 장학회는 보수 우파 집회와 궤를 함께 하고 있으며 자유우파의 정치신념을 널리 알리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있기에, 정치적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단체이다. 대한역사문화원 역시 프리덤칼리지장학회의 홈페이지에 산하 조직으로 표기된 곳이다. 이 같은 단체들이 제작지원으로 표기된 것은 방송법 시행령 제60조 2항 1호를 위반하는 일이다. 더군다나 공영방송이 이러한 단체들의 이름을 대문짝만하게 박은 다큐영화를 튼 것은, 시행령 위반을 넘어 공영방송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자들이 윗선에 앉아 있어 벌어진 참사다.
위 영화는 심지어 대한역사문화원, 프리덤칼리지 장학회의 제작지원 사실을 수차례나 반복해 자막을 넣었는데, 이 또한 행정규칙 위반이다. 협찬고지 등에 관한 규칙에 따라, 제작협찬 등은 방송 종료 시점에 1회만 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협찬 자막이 시청자의 시청 흐름을 방해해서는 안되기에 이 같은 규칙이 있는 것인데, <기적의 시작> 방송은 제작지원 단체를 알리는 것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사명인양 무려 6차례나 시행령 등을 위반하며 광고의 효과를 내주었다. 이에 따라 KBS는 3천 만원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하고, 방송평가시 감점을 받게 된다.
물론 애초에 KBS는 이들 영화를 직접 제작하지도, 협찬을 받지도 않았기에 이런 고지 자체를 해서는 안 된다. 영화에 기포함된 자막일지언정, 영화 앞부분에 들어간 협찬자막은 모자이크 처리하고, 영화 마지막 스크롤에만 넣었어야 했다. 또한 ‘프리덤 칼리지 장학회’, ‘대한역사문화원’의 협찬 자막은 삭제했어야 한다.
시행령, 행정규칙까지 다방면으로 위반해가며 광복절을 욕되게 한 <기적의 시작>. 협찬도 받지 않았는데 협찬고지를 해서 광고효과를 보게 해준 기적.
이 기적의 수혜를 입으려 한 자는 누구인가?
과태료가 부과되거든 책임자(박민 사장)에게 반드시 구상권을 청구하기를 바란다.
2024년 9월 4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쟁의대책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