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좌절된 공영방송 독립, 국민이 심판할 것이다!
정치권의 입김에서 공영방송을 자유롭게 하려한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이 폐기라는 운명을 또다시 맞았다. 제21대 국회에서 추진했다 대통령의 거부권에 막혀 국회 재의결까지 간 끝에 폐기됐던 운명이 제22대 국회에서도 똑같이 반복됐다. 지난 4월 총선에서 민심의 준엄한 심판이 있었음에도 윤석열 대통령은 또다시 거부권을 행사했고,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번에도 재의결에서 반대표를 던졌다.
방송3법 개정안의 목적은 분명했다. 공영방송 이사 선임에서 정치권의 영향력을 덜어내고, 사장 선임에 시민참여를 보장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여당인 국민의힘은 한사코 법안을 흠집내기에만 혈안이 되었을 뿐, 야당은 물론 공영방송 종사자, 시민단체가 요구하는 협의에는 일절 응하지 않았다. 법안이 흡족하지 않으면 대안을 내면 될텐데 그러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 그저 반대만을 위한 반대만 일삼았다.
국민의힘이 협의를 거부하고 대안도 내놓지 않았던 이유는 방송통신위원회가 강행한 불법적 공영방송 이사 선임을 보면 알 수 있다. 위법적인 2인 체제 방통위에서 공영방송 이사 선임 계획을 의결한 김홍일 전 방통위원장과 선임 과정을 진행했던 이상인 방통위원은 임무가 완료되자마자 탄핵을 피해 도망쳤다. 그렇게 취임한 사상 최약의 공직 후보자였던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1시간 30분만에 80여 명의 지원자를 검토하고 공영방송 이사진의 일부만 선임하는 기괴한 결정을 내렸다. 결국 어떻게든 공영방송을 '먹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과거 박성중 전 국민의힘 의원이 '공영방송을 하나도 못먹었다'고 한 푸념을 이제라도 해원한 것인가!
하지만 국민들은 더 이상 공영방송을 장악해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린다고 윤석열 정권의 실정과 의혹이 가려지는게 아니라는 걸 지난 총선에서 보여줬다. 공영방송을 손에 넣고 장악하고 짓누를수록 국민들은 정권의 잘못을 더욱 뚜렷하게 알게되고 정권에 더 큰 회초리를 들 것이다. 어느 평론가의 말마따나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한 것은 '바이든 날리면' 때문이 아니라 '조그만 파우치' 때문이었다라는 걸 정부와 여당만 모르고 있는 것이다.
공영방송을 장악한다고 김건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천개입 의혹과 정황들이 가려지는가? 공영방송을 손에 넣는다고 진실이 가려지는 건 아니다. 도처에서 진실들은 떠오를 것이고 떠오른 진실을 외면하는 공영방송은 국민의 신뢰를 잃을 것이다. 이미 KBS의 신뢰는 추락하고 있다. 그래서 공영방송에서 정치권의 영향을 덜어내는 것은 공영방송을 살리는 일이라는 걸 우리는 알고 있다. 그래서 언론노조 KBS본부는 지금도, 이전에도, 그 이전에도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위한 투쟁을 계속 이어왔다. KBS본부의 공영방송 독립투쟁을 폄훼한 세력이 지금 KBS의 모습을 만들었음을 우리는 똑똑히 알고 있다.
아울러 정부여당을 비롯한 제정당에 요구한다.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은 정권이 바뀐다고 고삐를 늦출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정부여당은 지금 즉시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보장할 방안을 마련해 대통령이 말한대로 방송장악 의지가 없음을 증명하라! 야당은 방송3법 개정 좌절을 정부여당 탓으로만 돌리지 말고 즉시 공영방송 독립을 실현할 재입법에 나서라! 정부여당과 야당은 공영방송 정치독립 방안을 마련하고 실행하라!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정부여당이든 야당이든 결국 국민들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2024년 9월 27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쟁의대책위원회